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사이트 '와디즈'서 펀딩 진행 중
"소비자들, 어떤 경우에 최상의 식감·맛 나는지 알아"
"먹거리 스타트업, 지식·열정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어"
   
▲ 황재하 장수복집 레토르트 사업 공동대표 겸 요식업 컨설턴트·민승욱 장수복집 대표·복어 조리 전문가 이승화 장수복집 조리실장./사진=장수복집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요즘 한국사회에선 그 어느 때보다도 '먹는 것'에 대한 표현이 풍부해졌다. 인터넷을 통해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 '먹부림', '먹킷리스트' 등 각종 신조어가 퍼지는가 하면 '먹방'을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들도 넘쳐난다.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이 먹기라도 하면 해당 아이템은 대박을 친다. 가히 대한민국 전체를 '천하제일먹기대회'라고 칭할 법도 하다. 인간의 3대 욕구 중 하나인 식욕이 이와 같은 문화를 만들어냈고, 스타트업을 생겨나게 하기도 했다.

흔히 '스타트업'이라 하면 공대를 졸업해 ICT 기술로 창업한 신생 회사들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런 고정 관념을 깨고 '복어'계의 스타트업을 꾸려나가는 청년 사업가가 있다. 맞다, 그 복어다.

일반적으로 '복어'하면 부풀어 오르는 물고기를 생각하며 "그거 피랑 알에 맹독 가진 거 아니야?"라고 반응하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복어를 요리하기 위해선 전문 조리 자격증을 필요로 한다. 그런 만큼이나 복집에 가서 먹는 것이 일반적 인식이지만, 복어 요리를 레토르트(간편식)로 가공해 판매하고자 하는 이가 있다. 민승욱 장수복집 대표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미디어펜은 민 대표와 만나 경영철학 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Q1. 복어 레토르트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A1. 사실 복어 사업은 결혼 이후 장모님의 사업을 물려받은 것이다. 안사람이 10대 시절부터 장모님께서 경영해온 수산물 유통회사 대한수산은 연 매출이 많을 때는 50억원, 평균적으로는 30억원대 이상을 유지해온 건실한 기업이었다. 재작년부터 내 명의로 된 사업자등록증을 획득해 전국의 복어 유명 프랜차이즈 및 개인 식당으로 복어를 유통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심각한 경기 침체로 인해 대한수산 매출은 15억원으로 주저앉고, 식당 영업도 이전 만큼 되지 않아 거래처들에서 들어오는 주문량부터 급감했다. 이 같이 거래처들의 사정이 좋지 못하다 보니 거래 대금 지급이 늦어지거나 거래처가 어느 날 갑자기 통보 없이 폐업하는 등 매출 하락과 동시에 매출 채권도 회수하지 못하는 악순환이 발생해 견조한 실적을 내던 회사가 경영난을 겪게 됐다.

연 매출이 10억원대로 줄어들면서 "내가 잘못해서 장모님께서 가꾸어 놓으신 텃밭을 망친 것인가, 일단은 안사람도 먹여 살려야 하고, 앞으로 아이도 태어날 것이고, 양가 부모님도 연세가 들어가실 텐데 이대로 더이상 회사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위기 의식이 싹트기 시작했다. 그 위기 의식이 올해 초부터 복어를 각 가정에서 손쉽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B2C 상품에 대해 착안하게 만들었다.

사실 이렇게 경기가 어려운 시기에 있는 것도 잘 유지하지 못하면서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다는 것이 심적으로나 금전적으로나 부담이 되는 것이 사실이었다. "오히려 위기는 기회"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가벼워졌더라.(웃음)

그러나 복어를 상품화한다는 것이 제조허가 단계에서부터 사업화 단계까지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었다. 복어 제조 허가를 받는 일에 대해 공무원들이 생소한 탓에 잘 몰라 그저 독성 때문에 "무조건 안 된다"고만 반복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사업 준비 초반에는 수차례 포기했다가 다시 시작하길 되풀이 했다.

   
▲ 복어 불고기 레토르트 재료./사진=장수복집

그러던 중 서울에서 요식업 컨설팅을 하고 있었던 청년 황재하군과 의기투합했다. 황 군은 행정 영역에 대한 노하우를, 나는 복어와 유통에 대한 노하우를 발휘해 공동 창업을 하게 됐다. 각기 다른 장점을 지닌 두 사람이 힘을 합치니 허가→시제품 제작→시식→보험 가입→배송사 선정→포장방법 구상 등 모든 게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됐다. 

장모님께서 현재 같은 이름의 복어 식당을 운영하시고 계신다. 이런 이유로 가게를 찾는 손님들께 양해를 구하고 아이디어를 얻고, 시제품의 시식 이벤트도 진행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 다행히 손님들도 재밌어했고 귀찮아 할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의견 제시도 많이 해줬고 창업을 응원하고 지지해 줬다. 

지금은 복어 불고기 밀-키트로 시작하는 단계에 지나지 않지만 점차 탕·지리·껍질 무침·순살튀김 등 다양한 라인업을 갖추기 위해 메뉴 개발을 진행 중이다.
 
◇Q2. 하고 많은 아이템들 중에 복어를 고른 이유는 무엇인가?

◆A2. 내가 가장 잘 아는 분야가 복요리이기 때문이다. 물론 처음에는 대한수산에서 줄어든 매출을 상쇄하기 위해 소액 PC방 창업이나 술집 등 오프라인 가게를 하나 차려볼 생각을 많이 했다. 그러나 결국 내가 잘 아는 것을 변형 또는 응용해 도전하는 것이 가장 '덜 힘들 것 같아서' 선택하게 됐다. 또한 투자 비용 측면에서도 냉동 복어의 경우 이미 많은 재고를 보유하고 있고, 생물 복어의 경우 주 단위로 구매하고 있기 때문에 사업하기에 다소 유리한 점을 보유했다고 판단한 것도 작용했다.

그리고 시장조사를 했을때도 복어 식당은 많지만 복어를 가정식 레토르트로 만들어 파는 곳은 거의 없었던 것이 매력 포인트였다. 선도 경쟁사가 있었으나 현재는 도산했고, 우리 부부는 시장조사를 벌인 후 바로 사업 준비에 속도를 박차를 가했다.

   
▲ 이승화 장수복집 조리실장이 복어 요리를 손질하는 모습./사진=장수복집


◇Q3.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A3. 장모님께서 20년간 복어를 직접 해체하고 유통하셨는데 그 노하우를 장모님 회사에서 직접 근무하며 내가 전수받았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 아닐까 한다. 소비자들은 어떤 경우에 최상의 식감과 맛을 느낄 수 있는지 알고 있다.

복어는 특수 어종이기 때문에 계절에 따라 잡히는 종류가 다르다. 인기 어종이 수온에 따라 개체 수가 급감하는 경우가 있어 그때마다 대체 어종을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 또한, 복어마다 독성을 품고 있는 부위가 다 다르다. 우리 업계에 10년 이상씩 몸 담아온 베테랑 작업자들, 즉 '복어 조리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들이 아니면 안심할 수가 없다. 

함께 팀 창업을 한 황 군은 17살 때부터 요식업계에 뛰어들어 20대에는 실제 본인 소유의 식당도 개업했고, 최근에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마케팅 및 컨설팅을 해주는 전문가가 됐다. 그런 이유로 나 민승욱의 부족한 점을 커버해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한대로 황 군은 시장 조사 및 분석 역량과 공공기관과 소통하는 스킬이 뛰어나 창업 기업으로써 부족한 서류작업 등을 신속하게 처리할 수 있었고, 다양한 판매 채널과 접촉할 수 있게 됐다.

   
▲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wadiz)에서 펀드 레이징을 진행 중인 장수복집 복어 불고기. 이 펀딩은 11월 한달 간 진행된다./캡쳐=와디즈

◇Q4. 사업을 시작한 이래 매출은 얼마나 되고, 어느 순간 가장 많이 뛰었는지 알고싶다. 또한 영업이익은 얼마나 되나?

◆A4. 올해 9월부터 2개월에 걸쳐 복어 불고기 시제품을 만들었고, 드디어 며칠 전에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와디즈(wadiz)에서 첫 선을 보이게 됐다. 3일간 현재까지 펀딩을 통해 발생한 매출은 약 200만원 정도다. 완전 초기 단계여서 아직까지 매출이나 영업이익을 논하기는 어렵다. 와디즈 펀딩이 11월 내내 진행될 예정인데, 현재 목표는 1500만원 수준이다.

펀딩 기간 만료 후 펀딩해주신 분들께 복어 불고기 제품을 보내드릴 예정이다. 배송상태·제품 신선도·맛 등에 대한 종합적인 피드백을 받아 제품 업그레이드를 하고 네이버 스토어에 입점하는 것이 목표다. 현재까지 그 준비는 모두 마친 상태다. 펀딩으로 벌어들인 수입금은 메뉴 개발과 포장 장비 업그레이드 구매·광고 등에 지출할 계획이다. 

   
▲ 장수복집 복어 불고기 레토르트 키트 구성품./사진=장수복집


◇Q5. 먹거리 스타트업이 성공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A5. 최근 가정식 레토르트의 구매율이 높아지는 추세고, 그 종류도 세분화되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1인 가구나 2인 가구의 비중이 커지고 있어 이런 레토르트 분야는 점점 발전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먹는 것은 위생·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에 그 분야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열정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첫 번째 조건은 지식과 열정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다. 

스타트업 특성상 자본력은 약하지만, 조직이 유연하고 의사결정이 신속하다는 점이 큰 장점이다. 요즘은 먹거리 트렌드 변화가 너무나 빠르다.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두 번째 조건은 고객과 시장의 피드백을 상품에 빠르게 반영하는 것이다. 모든 의견을 중구난방식으로 수용하자는 것은 아니고, 필요한 것은 신속하게 우리 것으로 만들자는 취지다.

◇Q6. 모든 사업엔 'SWOT'이 있기 마련인데, 'W(취약점)'는 무엇인가?

◆A6. 첫 번째. 청년 창업 기업으로써 당연히 자본력이 약하다. 우리는 융자보다는 정부 지원 정책자금을 유용하게 활용해 이 같은 부분을 극복하고자 한다.

또한 제조 가공업에 대한 인·허가 취득이 필요하다. 현재는 즉석판매 제조가공업으로 등록이 돼있는데, 이것은 B2C 판매 한정이다. 우리의 최종 목표는 백화점·마켓컬리·홈쇼핑 등에 입점하는 것이다. 온라인 판매로 매출 성과를 올리게 되면  B2B 판매를 위한 제조 허가를 받을 수 있는 공장을 구매하거나 임대할 계획이다.

아울러 시장 가격에 대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다. 현재로선 오프라인 식당들에서 판매하는 가격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으로 크라우드 펀딩을 시작했는데,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재 기 성장한 시장이 없기 때문에 "과연 이 가격이 적정한가"라고 묻는다면 대답하기가 굉장히 어렵다. 그래서 향후 경쟁자가 나타난다면 가격 정책을 앞으로 어떻게 수립해야 할지 고민이 될 것으로 보인다. 

   
▲ 장수복집 복어 불고기 레토르트 키트./사진=장수복집


◇Q7. 앞으로의 제품 출시 계획은 어떠하며, 목표는 무엇인가? 또한 민승욱·황재하 대표의 포부를 보여달라.

◆A7. 복어 요리는 매니아들이 찾는다. 그래서 우리는 전통적인 조리 방식의 제품도 출시할 것이지만 트렌드를 따라가거나 퓨전 형태의 메뉴를 출시할 계획도 갖고 있다. 네이버 스토어 입점 후에는 금번 출시한 △복어 불고기 키트 △복어 탕·지리 키트 △복어 순살 튀김 키트 등 지금까지 주로 알고 있는 메뉴들을 먼저 출시할 것이다. 

이후에는 복어를 처음 접하는 분들도 쉽게 즐길 수 있고, 복어 탕수·복어 가스·해장요리·복어해장짬뽕이나 복어 전안주 등과 같은 메뉴를 선보일 것이란 구상도 하고 있다. 그리고 혼집밥족·혼집술족을 위해 1인분 메뉴도 론칭할 것이다. 

좋은 재료를 직접 선별하고 최고의 전문가를 투입해 손질·제독 작업하고,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재미있는 프로모션을 만들어 홍보하고, 많은 대형유통 바이어를 만나 열심히 영업해 매출 그래프의 우샹향 곡선 그리는 것이 포부다.

혼자 열심히 해서 성공하던 시대는 끝났다. 고객들의 피드백을 하나 하나 반영하고, 배우려는 마음가짐을 가지려고 노력한다. 솔직히 쉬운 일이 아닐 것임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 하나만큼은 사업의 철칙으로 삼고자 한다.

   
▲ 장수복집 복어 불고기 레토르트 키트로 조리한 음식./사진=장수복집


◇Q8. 마지막으로 비슷한 사업체를 만든다는 사업가가 있다면 제언 부탁드린다.

◆A8. 같은 시장 내 경쟁자가 생기는 것이라 하지 말라고 말씀드리고 싶지만, 같이 성장할 동반자라고 생각하면 꼭 뛰어드시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아직 복어 요리는 온라인 시장과 가정식 레토르트 시장에서 블루오션이기 때문이다. 경쟁자들과 같이 시장의 파이를 키워나가는 일도 멋지다고 생각한다. 일단 같이 오셔서 판을 키워봅시다!

▣민승욱 장수복집 대표

1985년 대구광역시 출생
2004년 영남공업고등학교 졸업
2003-2004년 삼성전자
2005-2008년 당구장 운영
2011-2013년 유니온저축은행
2013-2016년 매천수산시장
2016-2017년 선우수산(舊 대한수산)
2017년-현재 대한수산 대표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