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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소불위 중기부'…상생협력법, '상생협박법'으로 진화하나
한국경제연구원 "상생협력법 개정안, 규제일변도"…입법취지 훼손 비판
상생법 개정안, 중기부 처벌권한 강화‧대기업에 기술탈취 입증책임 부과
승인 | 박규빈 기자 | pkb216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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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19-11-20 13:4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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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박규빈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은 20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상생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반대 입장을 지난 19일 국회에 건의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지난 7월 1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를 통과해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한경연은 "개정안은 △상생협력법 입법취지 훼손 △입증책임 위탁기업 전가로 인한 기존 법체계와 배치 및 과잉 규제 △현실과 유리된 규제 △거래처 해외 변경으로 인한 국내 중소기업 피해 우려 △조사시효 부재 등 중기부 처벌권한 강화로 기업부담 가중 △계약자유 원칙 훼손 등의 논란을 불러올 것"이라고 예측했다.

문자 그대로 규제보다는 자율적 상생협력을 촉진하기 위해 제정된 현행 상생협력법 제3조엔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협력 자율성을 보장하고, 상호 이익에 서로 도움이 되는 상생협력을 촉진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 법에 따르면 정부의 역할은 처벌보다는 자율적 협력 유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경연 관계자는 "개정안은 위탁기업에 대한 중기부의 처벌권한 강화 등 규제 일변도의 내용으로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협력관계 촉진이라는 상생협력법 입법취지를 훼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또한 개정안은 위탁기업에 기술유용 입증책임 부담을 전가토록 규정하고 있다. 일반적인 법체계상 입증책임이 전환되는 경우는 거래 일방이 가진 정보의 양과 질이 상대방에 비해 월등히 우월할 때 정보 우위자에게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경우로, 민법과 제조물책임법 등 일부 법령에 한해 허용된다. 이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개정안에 도입하는 것은 일반적 법 원칙에 맞지 않아 기존 법체계와 배치된다는 게 법조계의 중론이다.

   
▲ 현행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상 명시된 기술유용(침해) 처벌 규정./자료=한국경제연구원


기술유용(침해) 등을 처벌하는 규정은 기존 하도급법·중소기업기술보호법·부정경쟁방지법 등 이미 다른 법에 다수 도입돼 있다. 이 같은 조건에도 불구하고 상생협력법 개정으로 또 다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은 과잉규제로 기업 부담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다.

개정안이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근래 들어서 중소기업에 대한 기술탈취는 최근 주로 경쟁 중소기업에 의해 발생하고, 대기업에 의한 기술탈취는 점차 찾아보기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이 지난해 1월 중기부‧대중소기업협력재단이 실시한 '2017 중소기업 기술보호수준 실태조사'에서 드러났다.

이와 관련, 개정안이 중소기업의 몰락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만하다. 한경연에 따르면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대기업들이 기술유용분쟁 등의 우려로 거래처를 해외 업체로 변경할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합리적 가격과 고품질의 해외 부품업체가 증가하는 상황에서 국내 대기업들이 국내 업체와의 거래를 끊어 국내 중소기업이 피해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기업에만 기술유용행위 입증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현실과 유리된 규제라는 것이 한경연의 입장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위‧수탁관계일지라도 위탁기업이 중소기업일 경우에는 입증책임 전환이 적용되지 않는다.

장기간 거래·구조의 복잡성 등 기술자료의 특성상 위탁기업이 유용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 가운데 위탁기업에 입증책임을 부과하면 자칫 무고한 기업이 처벌되는 경우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한경연 측 주장이다. 또한 중기부가 부담해야 할 기술유용 입증책임을 기업에 부담시키는 것은 규제 기관과 기업 간 힘의 불균형상태를 심화시켜 기업부담을 더욱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하도급법 등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권 수행의 근거가 되는 법률은 경우에 따라 3~7년으로 다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조사 시효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상생협력법 개정안은 이와 달리 기술유용행위 등 위반사항에 대한 중기부의 조사 시효조차 정해두지 않았다. 이론상 수십년 전 발생한 거래처 변경 등에 대해서도 중기부가 조사 후 처벌하는 일이 가능하다는 말이다.

중기부 처벌 권한의 강화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기존에는 처벌 규정을 적용하기 위해서는 위‧수탁기업 등 거래당사자가 중기부에 분쟁조정을 신청해야 했다. 개정안은 분쟁조정 신청 절차 없어도 위탁기업에 바로 시정권고‧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돼있다. 불이행 시 1년 이내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는 것이 개정안의 핵심 조항이다. 아울러 법 개정 시 거래당사자들의 분쟁조정 요청이 없어도 중기부가 조사 후 처벌이 가능토록 돼있다.

한경연은 "'경제 검찰' 공정거래위원회와 중기부의 중복조사가 더욱 빈번해 질 수 있다"며 "동일 사안에 대한 중복 처벌은 물론, 상이한 처벌도 가능해져 법적 안정성에도 문제가 생기고, 기업 입장에서는 과도한 규제순응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개정안이 계약 자유를 침해한다는 비판도 따른다. 개정안에 따르면 한번 거래관계를 맺으면 위탁 대기업에서 혁신적인 제품이 나와도 기술유용 분쟁 등의 우려로 수탁업체 교체가 어려워진다는 지적이다. 사실상 국가의 전속거래 강요로 계약 자유가 사라지는 셈이다. 한경연은 "자체 생산이 필요하거나 값싸고 혁신적인 거래처가 나오면 계약관계를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어야 글로벌 무한경쟁시대에 기술혁신과 기업생존이 가능한데, 개정안은 이를 제한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경연 관계자는 "이는 소득주도성장론에 따른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감소를 초래한 것과 마찬가지로 정부의 불합리한 시장개입이 역효과를 낳는 또 하나의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일본 수출규제에 대응한 소재·부품·장비 국산화 정책 기조에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평가절하했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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