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치사업 특성상 사업장 폐쇄 따른 피해 수억원
사업장별 폐쇄 기준 필요성 제기
코로나19로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 경제·사회·정치·문화 등 모든 분야의 질서가 순식간에 무너지면서 혼돈의 연속이다. 특히 경제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내수는 물론 수출까지 위축되면서 경영 환경이 악화되고 자영업자들은 생존 위협까지 느끼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미지수다. 이번 사태를 교훈 삼아 대한민국은 경제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와 같은 예상치 못한 재난이 언제 우리 경제를 엄습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기업 관련 규제 완화 및 개혁, 노동개혁 등 파격적인 경제정책을 통해 실물경제를 살리고 기업의 체질을 바꿔야 한다. 미디어펜은 코로나19로 촉발된 경제 위기 상황을 긴급진단하고 나아갈 길을 짚어 본다. <편집자주>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근로자가 발생하며 28일 가동을 멈춘 현대자동차 울산 2공장이 내달 2일부터 가동을 재개한다. /사진=현대차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 중인 가운데 '사업장 폐쇄'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별로 '통제'와 '리스크 분산'에 주력하면서도 장치산업의 특성상 폐쇄 기준과 유연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현재의 사업장 폐쇄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이에 따른 피해가 클 것으로 우려되기 때문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산세가 거세지면서 기업별로 대응전략 강화에 나섰다. 비상시나리오를 가동중이지만 확산세가 예상을 넘어서면서 추가대응 마련에 골몰하는 중이다.

무엇보다 '사업장 폐쇄'가 가장 큰 당면과제다. 위생관리와 방역만으로 한계가 드러난 만큼, 코로나19 의심자와 확진자의 사업장 진입을 원천 차단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대응전략의 핵심은 통제와 '리스크 분산'이다. 이에 각 기업들은 본사 폐쇄에 따른 컨트롤 기능마비를 막기 위해 유연근무제를 확대하고 교대로 재택근무 중이다.

삼성전자는 조직별로 사업장 간 출장을 자제령을 내렸고 구미-수원 사업장 간 셔틀버스 운행 중단 등을 포함해 사업장 사이 이동을 막았다. LG 계열사 역시 대구와 경북 일부가 '특별관리지역'으로 지정됨에 따라 임직원 전원에게 사업장 간 출장을 자제하도록 권고했다.

현대·기아차도 서울 양재동 본사를 포함해 수도권 근무자를 대상으로 자율적 재택근무를 진행 중이다. 재택근무조와 출근조를 나눠 근무 중인데 '유연근무제'를 적극 활용해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몰리는 것을 막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재택근무가 불가능한 생산현장이다. 현재 확진자가 발생하거나 확진자의 방문이력이 확인되면 그 장소를 폐쇄하는 기준이 신업 현장에도 똑같이 적용되고 있다. 

장치산업의 특성상 근로자마다 일정한 공정에 투입돼 맡은 부문을 담당해야 하는 상황에서 확진자 1명이 나오면 수천명 근로자의 업무가 정지되는 것이다.

지난달 28일 현대차 울산2공장에서 53세 남성 근로자 1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는 제네시스 GV80과 현대차 팰리세이드 등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 도장부 직원이다.

   
▲ 현대자동차 노사가 지난달 25일 울산공장에서 코로나19 관련 위기극복을 위한 특별합의를 실시했다. 확진자 발생 시 소속 건물을 우선 폐쇄하고 방역 조치에 나서는 등 선제적 비상조치에 노사가 협력키로 했다. /사진=현대차


이곳 도장부에만 약 300명이 근무 중이고, 울산2공장 전체에는 오전조와 오후조를 포함해 총 4000여 명이 근무한다.

현대차는 방역 당국으로 확진자 발생 통보를 받은 즉시 질병관리본부 지침에 따라 2공장 전체를 즉각 폐쇄했다. 확진자 동선을 파악하고 관련 직원을 격리했다. 울산2공장 근로자들은 차례로 퇴근했고 회사는 곧바로 방역작업에 나섰다.

확진자 발생 이후 24시간 폐쇄된 울산2공장은 이튿날 오후에 폐쇄조치가 해제됐다. 회사 측은 2일(월요일)부터 본격적인 재가동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울산 1~5공장 가운데 2공장은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를 생산 중이다. 하루에 SUV 1000여 대를 생산 중인데 공장 문을 닫으면 생산손실만 약 500억 원에 달한다. 이처럼 폐쇄가 반복되면 대대적인 근로자 격리가 결정되면 생산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기업별로 사업장 폐쇄를 극도로 우려하고 있다. 확진자 발생으로 2주 동안 코호트 격리가 결정된 창원 한마음병원의 경우 격리해제 하루 만에 확진자가 나오면서 또 다시 코호트 격리가 결정됐다.

확진자가 나와 공장을 일시폐쇄한 현대차 울산2공장, 삼성전자 구미사업장이 다시 폐쇄될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것을 시사한다.

이에 일각에서는 사업장 규모와 특성을 고려한 별도의 폐쇄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조건 없는 일괄폐쇄보다 효율적인 방역과 재발 방지를 위해 유연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LG디스플레이는 29일 구미사업장에 확진자가 발생하자 사흘간 부문 폐쇄에 들어갔다. 입주은행의 한 직원이 확진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확진자의 동선이 이 직원 근무지인 복지동을 포함해 사업장 일부에 국한된 만큼, 전면 폐쇄가 아닌 부분 폐쇄가 결정된 바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사태 초기인 만큼 폐쇄규모와 자가격리 대상은 질병관리본부의 지침에 따라 역학조사관이 결정하고 있다"면서도 "전례가 없는 상황인 만큼 사업장 폐쇄 범위와 격리 기준이 모호하지만 확산을 막기 위해 일단 보수적인 자세로 대응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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