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 1년' 가입자수 536만명…B2B·콘텐츠 '질적성장' 분수령
"콘텐츠 유통플랫폼 구축·망 구축 세금 확대" 목소리도
   
▲ SK텔레콤 홍보모델들이 서울에 위치한 한 빌딩 위에서 5G 기지국을 점검하며 5G 상용화 1주년을 기념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SK텔레콤 제공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확실한 5G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는 것이 중요 목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5G 통해 다른 산업 혁신을 리딩하고 개인 삶 변화 선도해야." (구현모 KT 사장)

"'요금 비싸다'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 '터지지 않는다' 고객 쓴소리 반드시 기억할 것."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이통 3사 수장들이 최근 5G를 향해 낸 목소리다. 5G에 대한 쓴소리를 인정하며 이를 보완해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는 각오로 풀이된다. 

3일 상용화 1년을 맞은 5G는 이제 질적 성장기에 진입했다. 5G 가입자수는 지난 2월 28일 기준 536만명을 기록했다. 500만명 달성은 예상보다 2달 늦게 실현됐지만 이통업계는 중저가 단말기 출시와 5G 인빌딩 망구축으로 올해 5G 가입자가 완만한 수준으로 꾸준히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는다. 5G 가입자 비율이 점차 높아지면 이통사의 가입자 1인당 매출액(ARPU)도 2019년 2분기 보다 2020년, 2021년 각각 3.5%, 3.4%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여전히 5G의 중·장기 동력은 'B2B'에 집중돼 있다. 초저지연을 활용해 인공지능(AI)·자율주행차·원격의료 등 응용 분야가 방대해서다. 통신 장비 업체 에릭슨은 기존 B2C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통신 사업자와 관련 장비 사업자의 부가가치는 앞으로 B2B 시장에서 창출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AR·모빌리티·커넥티드카로 '기업 고객' 모시기

SK텔레콤은 전국 12곳에 5G MEC(모바일 엣지 컴퓨팅) 거점을 구축하고 클라우드 산업 혁명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이 회사는 글로벌 클라우드 기업 1·2위인 아마존웹서비스, 마이크로소프트와 전국 단위 '5G 엣지 클라우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에는 5G 기반의 AI 영상분석, AR 등 IT 기술들을 투입해 5G 스마트 팩토리를 시험하고 있다. 한국수력원자력과도 손잡고 5G 스마트 발전소를 지어 실시간 댐 영상 감시, 원격 수위 감시 시스템을 고도화할 예정이다. 

KT는 스마트팩토리, 커넥티드카 등 7대 영역을 중심으로 모든 산업에 5G를 적용할 방침이다. 소방청, 세브란스 병원과 5G 기반 응급의료 시스템을 전국적으로 구축하는가 하면 현대건설이 짓는 건설 현장에는 5G 기반 자율운행 로봇을 투입한다. 현대모비스와는 커넥티트 카 영역에서 손을 잡았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서울병원과도 5G 기술 적용을 고도화한다. 

LG유플러스도 올해 상반기 두산모빌리티이노베이션과 드론 기체, 마트드론 관제·영상서비스의 5G 통신망 연동을 완료한다. 경기도 시흥경찰서와는 5G 드론 기반의 '스마트 폴리스' 사업을 진행한다. 

망 구축 위에 콘텐츠 꽃 피워야

   
▲ 지상에 있는 KT 연구원들이 건물 옥상에 설치된 5G 기지국의 각도와 높이를 기지국 트윈을 이용해 측정하고 있다. /사진=KT 제공


올해 투자도 활발히 진행한다. 실내에서도 잘 터지는 '진짜 5G'를 만들기 위해서는 현재 사용하는 3.5㎓ 외에 28㎓ 대역 망을 별도로 깔아야 한다. 지난 2월 말 기준 5G 기지국은 10만8897국이 구축됐지만 대도시 위주로 깔려 5G가 제대로 터지는 지역이 한정적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오는 7월 5G 커버리지와 인빌딩 건물, 네트워크 속도, 등을 조사해 국내 첫 5G 통신품질검사 결과를 발표한다. 하지만 4G보다 약 2배 빠른 5G 속도에 100만원대의 5G 단말기를 구입한 고객들은 지출 비용 대비 효과에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이통 3사는 올해부터 대도시를 중심으로 28㎓ 대역 망을 구축한다. 또한 기존 4세대 롱텀레볼루션 이동통신서비스(4G LTE) 통신설비를 공용하지 않고 5G 전용 설비만으로 통신을 구현하는 5G '스탠드얼론(SA)' 방식을 올해 상반기에 상용화한다. 이렇게 되면 지연 없고 빠른 통신 환경이 구축돼 원격진료·자율주행 등이 속도를 낼 수 있다. 정부도 1%였던 수도권 지역 세액공제율을 2%로 확대하기로 했다. 5G 분야에는 올해 예산보다 87% 증액한 예산을 쏟는다.

콘텐츠 투자도 확대한다. 5G는 LTE에서 즐길 수 없는 서비스를 쓰게 하는 데서 나왔지만 킬러 앱은 적다.

이통사들은 클라우드 게임에 주목한다. 5G의 초저지연·초고속과 AR과 VR의 기술적 장점을 융합해 게임 고객 수요를 확대한다. LG유플러스에 이어 SK텔레콤과 KT도 각각 마이크로소프트, 유비투스와 손잡고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아울러 KT는 올해 연말까지 VR 콘텐츠 제작사인 아바엔터테인먼트와 한국 대표 문화, K팝 등을 소재로 한 100편의 8K VR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또한 가상 모임 플랫폼 '인게이지'를 슈퍼VR을 통해 서비스해 최근 떠오른 화상 회의 등을 지원할 예정이다. SK텔레콤은 올해 상반기 혼합현실(MR) 콘텐츠 제작 시설 '점프 스튜디오' 오픈을 앞두고 있다. LG유플러스는 'U+5G 서비스 3.0'을 앞세워 클라우드 기반 교육, 게임, 스포츠 등 실감형 콘텐츠를 TV 플랫폼으로도 확장하는 차별화를 추진한다. 

"유통 플랫폼·세금 확대" 주문도

   
▲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지포스나우’를 통해 게임을 하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제공


최근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강의가 이어지며 VR·AR 콘텐츠를 확산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부족하다는 점은 업계가 풀어야 할 숙제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28㎓ 대역 망 구축을 위해선 기존 대비 4배 이상 돈이 들어 정부가 세금 인센티브를 더 지원해야 하는 구조"라며 "VR·AR 콘텐츠 유통 플랫폼이 소수의 VR 서비스 TV와 구글플레이 뿐이라는 점도 콘텐츠 확장에 걸림돌"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소업체가 대부분 콘텐츠 제작을 한다. 비용도 많이 들고 개발해도 인증을 받을 수 있는지 불확실한 위치인 만큼 개발 단계부터 인증까지 연결하는 대기업, 중소기업간 협의체가 필요하다"며 "이러한 내용들이 담긴 종합 정책 로드맵이 나와야 앞으로 5G를 통한 부(富)를 쌓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디어펜=권가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