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쓰오일, 1Q 영업손실 1조73억원…현대오일뱅크, 5632억원 적자
국제유가 급락 따른 재고평가손실·마이너스 정제마진 지속 영향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국내 정유사들의 올 1분기 실적발표가 시작된 가운데 '꿈의 직장'이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불거지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는 올 1분기 매출 4조4166억원, 영업손실 5632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245억원(14.1%) 감소했으며, 영업이익은 6640억원 급감하면서 적자전환했다. 코로나19의 글로벌 확산으로 항공유 등 제품 수요가 감소하고, 산유국들의 감산이 미뤄지는 등 수급밸런스가 무너진 탓이다.

현대오일뱅크는 자회사인 현대케미칼과 지분법 적용 대상 기업인 현대코스모도 콘덴세이트 스플리터(CSU)와 파라자일렌(PX) 스프레드 약세로 인해 적자전환했다고 설명했다.

에쓰오일의 올 1분기 매출과 영업손실은 각각 5조1984억원, 1조73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소폭 하락에 그쳤으나, 영업이익은 1조2000억원 넘게 급락했다. 항공유와 휘발유 등 운송용 제품 수요 급감으로 정제마진이 낮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대규모 재고관련 손실이 발생한 탓이다.

올해 들어 정제마진은 2월 둘째주, 3월 둘째주를 제외하면 손익분기점(BEP) 근처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3월 넷째주부터는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1월 첫째주부터 4월 넷째주까지의 평균은 배럴당 0.78달러로 나타났다.

국내 정유사들의 BEP가 4.5달러 가량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원유를 휘발유·경유·항공유 등으로 정제해서 판매할 경우 배럴당 평균 3.72달러 가량의 손해가 발생한 셈이다. 실제로 에쓰오일의 경우 석유화학부문과 윤활기유부문이 흑자를 시현했음에도 1조190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정유부문을 상쇄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 (왼쪽 위에서부터 시계방향으로)SK이노베이션 오클라호마 광구·GS칼텍스 여수공장·에쓰오일 RUC 전경·현대오일뱅크 고도화 시설/사진=각 사


업계는 다음달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의 실적이 발표되면 4사의 적자 총합이 3~4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고평가손실은 정유사 모두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며, 코로나 이전에도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효과가 강하게 발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향후 실적 역시 먹구름이 낀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가 등락을 반복하고 있으나, 여전히 배럴당 16달러선에 머물고 있으며, 석유수출국기구(OPEC) 및 OPEC 비회원 산유국 연합체 OPEC+가 시장상황에 부합하는 감산을 망설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유사들의 연봉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올해 실적이 부진하면 내년에 지급되는 성과급이 축소된다는 것이다.

지난해 정유4사의 평균 연봉은 1억1561만원 가량으로, 2018년 대비 12% 가량 줄었다. SK이노베이션이 1억1600만원으로 가장 높았으며, GS칼텍스(1억1100만원), 에쓰오일(1억1000만원), 현대오일뱅크(1억90만원)가 뒤를 이었다.

이는 지난해 영업이익이 2018년 대비 평균 35.3%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에쓰오일의 경우 희망퇴직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도 지난달말부터 강달호 사장 등 전 임원의 급여 20% 반납을 비롯한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와 같은 추세라면 내년 평균 연봉은 1억원을 소폭 웃돌 수 있다"면서 "업황이 나아지지 못할 경우 '억대 연봉'이 깨질 공산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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