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 50m 근접..."평소 응급 대피 훈련이 인명 피해 막아"
   
▲ 2일 오전 강원 고성군 토성면의 한 저수지에서 산림청 헬기가 막바지 산불 진화작업을 하기 위해 물을 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온라인뉴스팀]강원 고성 산불이 양간지풍(양양과 간성 사이로 부는 바람)을 타고 급속도로 번지면서 인근 민가를 위협했지만 주민들의 평소 응급상황에 대비한 훈련으로 큰 피해 없이 위기를 넘긴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1일 오후 8시께 강원 영동 지역 고성군 토성면에서 원인 모를 산불이 발생해 강풍을 타고 남서쪽으로 번졌다. 이날 토성면 도원 1리 장애인 주거시설인 아모르뜰은 산불 발생지점과 불과 3km 가량 거리에 불과해 대피가 늦어지면 큰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는 긴박한 상황이었다.

김유심 아모르뜰 원장은 정해육 도원 1리 이장으로부터 산불이 발생해 확산한다는 긴급 연락을 받고 18명의 시설 선생님들과 함께 30명의 원생을 다독이며 대피 준비를 시켰다.

초속 5∼10m, 순간최대풍속 10∼18m 강풍 속 불길이 장애인 주거시설과 원생들을 위협했지만, 평소 응급상황에 대비한 훈련과 주민 및 후원자들의 도움으로 인명은 물론 시설 피해 없이 대피를 완료했다.

원생들은 지적 자폐증에 일부는 지체 중복장애가 겹쳐 응급 상황 시 제자리에 멈춰서는 등 행동에 제약이 생기는 상황에 부닥치기도 하지만 선생님들의 일사불란한 대피 지도에 따랐다. 평소 산불이나 화재 등 응급상황에 대비한 훈련이 주효했다.

시설 승합차 3대를 이용, 대피하는 사이 소식을 듣고 달려온 마을 주민과 후원자들이 자신들의 자가용으로 원생 등의 대피를 도왔다. 여기에 주민들은 마을에 보유한 살수차를 이용해 시설 주변에 물을 뿌리며 방어선을 구축했다.

곧이어 소방차 9대도 도착, 시설을 비롯해 인접한 산림에 물을 뿌리며 불길의 접근을 막았다. 하지만 강풍에 무섭게 번진 불길은 2일 오전 2시께 시설 주변 50m까지 근접, 'ㄴ'자 형태로 둘러싼 채 시설을 위협했다.

소방대원과 주민들은 필사적으로 불길을 막아내 오전 4시께 불길을 잡고 긴급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아모르뜰 대표이사이기도 한 정해육 도원1리 이장은 "지난해 4월 고성산불 당시에도 산불 발생 지역과 다소 떨어져 있었지만 만일에 대비, 매뉴얼에 따라 대피하는 등 몇차례 위급 상황을 경험한 것도 차분하고 신속한 대비는 물론 시설 보호에 힘이 됐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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