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한 법치 보장" 훈수 두기도
시민사회 "포용과 통합이라는 가치 놓치지 말고 더 나아가야"
   
▲ 문재인 대통령이 5월 10일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취임 3주년 대국민 특별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청와대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3년차 일년동안 조국 사태로 추락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우한폐렴) 창궐에 기민하게 대응해 국민의 신임을 다시 얻었다.

당초 문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윤석열 검찰총장을 임명하면서 '청와대든 여당이든 살아있는 권력에 엄정하게 임해달라'고 까지 당부했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 및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 수사를 놓고 검찰과의 갈등은 현재진행형이다.

문 대통령은 집권 초기 공정·평등·기회·민주주의의 완벽한 보장을 약속했지만 조국 사태로 말과 행동이 따로라는 '내로남불' 비판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초 중국발 바이러스인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다른 선진국들과 비교될 정도로 기민하게 대응해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고 이를 통해 총선 압승까지 견인했다.

진보·보수를 떠나 시민사회와 학계는 조심스러운 평가를 내놨다. 성과는 어는 정도 거두었지만 아직 멀었다는 지적이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사무총장)은 12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 및 총선 결과에 대해 "(이번 총선 승리가) 국민의 지지를 받은 건지 아니면 야당이 대안을 제시하지 못해 그런건지 명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며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 사태 이후의 경제가 더 큰 문제"라고 밝혔다.

전 교수는 이날 "코로나가 확산되지 않고 있어서 (문재인정부가) 상대적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잘 하고 있는건 사실"이라며 "지지가 올라갔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지만 계속 잘 가려면 앞으로 다가올 경제위기를 극복할 솔루션을 내야 한다. 양적완화라는 미봉책 쪽으로 가고 있어서 장기적으로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이어 그는 문 정부에 부정적인 여러 법조 이슈에 대해 "조국 사태나 재판 이슈가 확정된 건 아니라 뭐라고 말할수 없지만 현 정부 지지가 확대되면서 묻혀가는 느낌"이라며 "우리나라 법치주의가 여론에 의해 움직이는 경향이 있어 매우 우려된다. 팩트는 존재하고 국민이 비판적인 시각을 가져야 하는데 오히려 법학자로서 혼란스럽다"고 조심스럽게 평했다.

   
▲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좌)미디어펜,(우)연합뉴스
법조계는 문재인 정부가 지난 3년간 추진해온 검찰개혁의 추가 동력이 확보됐다는 평이다.

익명을 요구한 부장검사 출신 법조인은 이날 본지의 취재에 "이번 총선 압승으로 공수처는 물론이고 검찰 권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개혁작업을 계속 추진할 것"이라며 "다만 추미애 장관이 드라이브를 걸기 위해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는 카드를 또 꺼내든다면, 앞서 검찰측 집단반발 없이 진행된 수사권 조정과 달리 문 정권과 검찰이 재차 충돌하는 모습이 연출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진짜 문제는 오는 7월 초대 공수처장 인선 후 공수처가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역할을 할지 여부와 조국 가족비리 및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에서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를 인정하고 사과할지 여부"라며 "만약 문 정부가 재판 과정에서 공수처 수사를 통해 일선 판검사들을 압박하거나 외부의 다른 수단을 사용해 압력을 가한다면 누구에게나 공정하고 평등한 공권력과 법치는 존재할 수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만 시민사회 전반적으로는 문 정부가 포용과 통합이라는 가치를 놓치지 말고 더 나아가야 한다는 평가가 중론이다.

환경운동연합·빈곤사회연대 등 28개 시민사회단체는 12일 문재인 정부 3주년을 맞아 "문 대통령의 공약 이행률이 3년이 지난 지금 12.8%"라며 성과는 작고 갈 길은 멀다는 평가를 내놨고, 시민단체 직장갑질119 또한 지난 10일 "문재인 정부가 3년전 내건 직장인 공약은 70개에 달하지만 그중 직장인 삶에 영향이 적은 20여개 공약만 실현됐다"며 "고단한 직장생활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 문재인 대통령이 4월 7일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 마련된 개방형 선별진료소(오픈 워크 스루·Open Walk Thru)를 살펴본 후 이동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성경륭 경제인문사회연구회 이사장은 지난 7일 열린 문재인 정부 3주년 토론회에서 이와 관련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사회정치적 측면에서 더 분열되고 수많은 갈등에 휩싸이는 '두 얼굴의 시대'가 될 것"이라며 "현실 속에서 사회적 관계를 강화하고 공동체 통합성을 높이는 데 정부와 시민사회 모두가 나서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의 힘과 더불어 포용과 개방의 정신은 앞으로 문재 인정부가 임기 4~5년차 과제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는 데 큰 자산이 될 것"이라며 당초 집권시 설정했던 '공정과 기회'라는 가치를 살리기 위해 포용·통합에 힘쓰는 열린 마음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그 어느 때보다 힘 있는 집권 4년차 대통령이지만, 코로나라는 국난 극복과 함께 '누구에게나 공정한' 민주주의·법치 수호라는 무거운 과제도 안게 됐다.

향후 슈퍼 여당과 함께 당정 차원에서 남은 집권 2년을 어떻게 꾸려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