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 계기 노사 팽팽히 맞서…실무협의서 이르면 '다음달 합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노동계의 해고금지 요구가 심상치 않다. 법적으로 보장된 기업의 구조조정 여지를 거의 없애려는 기세다.

양대노총 모두 기업의 신입직원 채용과 퇴직이라는 정상적인 인사 구조를 완전히 틀어막는 '해고금지' 카드를 요구하고 나섰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은 재난시기 해고금지를 위한 긴급 재정경제명령 발동을,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노총)은 근로기준법에 따른 경영상 해고(구조조정) 요건 강화를 최근 주장하고 나섰다.

노동계에 따르면 민노총과 한노총은 이달 22일과 26일 열린 노사정 실무협의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창궐이라는 특수성을 배경으로 삼아 최우선적으로 이를 촉구했다.

   
▲ 노사정 대표자회의(사회적대화)가 5월 2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총리공관에서 열렸다. 사진은 정세균 총리(가운데)가 김동명 한노총위원장(왼쪽부터), 김명환 민노총위원장, 손경식 경총회장,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과 담소하고 있는 모습이다./연합뉴스
현행 근로기준법 23~24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경영상 이유에 의해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긴박한 경영상 필요가 있어야 하고, 경영상 해고가 정당하려면 ▲해고회피 노력 ▲성실한 협의 ▲근로자측에 50일전 통보 ▲해고대상자 선정에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이 있어야 한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의 예시로는 사업 양도와 인수, 합병이 꼽힌다.

노동계와 법조계는 이를 바라보는 시각이 다르다.

공기업 및 중소기업 노무를 맡고 있는 한 노무사(43·서울)는 28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아직도 여러 일터에서는 사직과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코로나 위기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힘든 것은 사실이나 노동자들은 더 힘들다. 법적으로 보장된 구조조정 요건을 더 제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법 조항에서 해고회피 노력 및 불법적인 해고사유를 구체화해야 사업장과 노동자 간의 송사 등 법적분쟁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특히 근로기준법 24조 4항에 규정된 집단해고에 대해서도 고용노동부 장관의 승인을 받는 것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대형법무법인에서 기업인사·노무 전문변호사로 있는 K 씨(48·서울)는 이날 본지의 취재에 "노조측 요구를 재계가 수용하긴 쉽지 않다. 코로나 사태로 어느 기업이든 비상경영 상황에 돌입했다"고 전했다.

그는 "정부에서 총고용 유지라는 큰 틀에서 자율적인 권고 지침을 내리면 모를까, 21대 국회 거대여당의 출현으로 무작정 이를 밀어붙이면 이를 제대로 시행할 수 있는 기업은 많지 않다"며 혀를 내둘렀다.

특히 그는 "재계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규제 완화, 노동시장 유연화를 내세우고 있는데 노조측 요구와 정 반대의 것"이라며 "일선 현장에서는 어느 기업이든 기존 근로기준법이 노조측에 힘이 실린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평가가 크다. 임금 대타협이라는 한시적 조치 말고 오히려 지금까지 경직된 구조조정 요건을 개선해서 채용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자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지난 20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노사정 사회적대화에서 노사 양측은 각각 '해고금지'와 '부도금지'를 내세우며 팽팽하게 맞섰다.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실직자가 200만 명을 넘은 가운데, 재계는 이날 노사정 대화에서 매출 격감과 영업적자에 처한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막대한 고용유지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고 밝혔다.

향후 노사정은 실무협의에서 의제를 구체화한 뒤, 이르면 다음달 합의에 이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인한 기업의 생존 위기와 근로자의 생계 위기, 어떤 절충안이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