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위원 권고안, 정치파업 일상화 우려
노조 단결권만 강화되면 노사균형 완전히 무너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사회적 대화가 28일 재개됐지만, 이를 주재할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의 공익위원 권고안이 사실상 '노조천국을 만들겠다'는 내용이라 노사간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ILO 핵심협약 비준을 논의 중인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노사개선위)는 이날 오후12시 전체회의를 열고 관련 쟁점들을 논의하는 막판 협상에 들어갔다.

노사개선위 공익위원들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에서 "3월 말까지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논의 결과를 국회로 넘기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문제는 공익위원들이 지난해 11월 20일 해직자 노조 가입 허용을 비롯해 공무원·교원의 노조 가입 확대, 노조 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등 노동계 요구를 대폭 수용한 공익위원안을 발표하면서 노사 균형을 완전히 무너뜨렸다는 점이다.

사측은 노사간 불균형을 바로 잡고 기업의 대응력 확보를 위해 노조의 사업장 점거 금지·파업시 대체근로 인정·부당노동행위제도 폐지·쟁의행위 찬반투표 절차 명확화·단체협약 유효기간 연장을 요구해왔지만, 공익위원안은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이처럼 경사노위가 공개한 공익위원안이 노측 입장에 쏠리면서, 60년을 넘긴 낡은 노동법을 전제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나 다름없는 한국의 경직된 노동시장이 최악의 상황에 다다를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1953년 노동조합법 제정 당시 도입된 노동법 43조(기업들은 노조가 파업하더라도 대체근로를 허용하지 않는다)에 따르면, 노조가 조합원 과반수 찬성 등 형식적 요건만 갖추면 사실상 1년 내내 파업이 가능하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과 일본 등 대부분의 국가는 대체근로를 전면 허용하고 있지만, 법으로 이를 막는 나라는 한국과 동아프리카 말라위에 불과하다.

   
▲ 사진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가 지난 2월19일 '탄력근로제 확대' 합의안을 마련한 후 이재갑 고용부장관, 김주영 한국노총위원장, 손경식 경총회장, 이철수 노동시간제도개선위원장, 문성현 경사노위 위원장(왼쪽부터)이 손을 잡고 있는 모습이다./자료사진=연합뉴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일부 협약을) 비준한다 하더라도 국내법과 부딪히는 조항의 경우 국내입법이 우선시 되어야 한다"며 "노사관행 등 노동시장 유연성이 거의 없는 현 상황에서 국내법과 충돌하는 것이 많아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정리해고가 일상회되거나 노동법체계가 불비되어 있어 근로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나라를 생각하면 경청할 여지가 있지만 우리나라 현실과 다르다"며 "ILO는 노동착취 등 최악의 근로상황을 가정해 글로벌 스탠다드를 마련하는 등 노동 측면만 보는 단체"라고 밝혔다.

경사노위의 막판 노사 협상에서 또다른 변수는 ILO 핵심협약 비준 불이행에 따른 '무역분쟁' 가능성이다.

노동계는 이미 지난해 말 시작한 유럽연합과의 자유무역협정(FTA) 분쟁해결절차를 들면서 ILO 핵심협약 비준을 미루면 유럽연합과 FTA 무역분쟁이 발생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에 대해 강제조항이 아니라 과장되고 선동적인 추측이라며 반박했다.

ILO 핵심혁약은 근로자 기본권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진 국제노동기준이지만, 한국은 국내 현실을 감안해 핵심협약 8개 중 4개를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미비준 협약인 결사의 자유 및 단결권 보호(87호)·단결권 및 단체교섭권 원칙 적용(98호)·강제노동(29호)·강제노동 폐지(105호)에 대해 경사노위가 28일 전체회의에서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