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안 담당 일반 경찰과 독자 수사권 행사할 수사 경찰 분리
법조계 "정권의 인사권 제한하고 독립위원회 통해 통제해야"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가 경찰 권력을 분산한다는 당초 취지와 달리 오히려 경찰권 남용 등 비대화를 동반하고 정권의 하명 수사를 막기 힘들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당정청이 경찰 개혁이라는 프레임을 내세워 설립을 검토하고 있는 국수본은 치안 행정을 담당하는 일반 경찰과 수사를 맡는 수사 경찰을 분리하는 것으로, 정보 경찰 개혁 및 자치경찰제 도입과 맞물려 민주당의 주요 입법 과제 중 하나이다.

지난 18일 국회입법조사처는 '국가수사본부 설치 논의의 쟁점'이라는 보고서를 내고 이에 대해 "국가수사본부장의 수사 권한이 다른 국가 경찰 권한과 결합될 수 있어 경찰 권한을 강화시킬 수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입법조사처가 비판한 요지는 ▲경찰권의 충분한 분산 없이 대부분의 경찰권이 국가 경찰에게 집중되고 ▲수사 권한을 통합 지휘하는 국수본을 경찰청에 설치해 오히려 국가 경찰이 강력한 권력 기관으로 올라서고 ▲독자적인 수사 종결 권한을 보유하게 되는 경찰이 정보 경찰 기능과 결합하는 것도 우려된다는 점으로 정리된다.

경찰 내부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가 현실이 될 가능성을 적지 않게 보고 있다.

   
▲ 당정청의 경찰개혁 방안은 자치경찰제 도입과 국가수사본부 설치, 정보경찰 개혁 등으로 정리된다./사진=연합뉴스
익명을 요구한 경찰대 출신 한 현직 간부는 19일 미디어펜과의 인터뷰에서 "경찰청장 산하 국수본은 과거 권위주의정권 당시 대검 중앙수사부와 유사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국가수사본부장을 개방직으로 해서 외부 인사를 뽑는다고 해도 정권 비호 인사를 기관장으로 삼을 것이기에 바뀌는 건 없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그는 "특히 국수본과 정보 경찰과의 결합이 문제의 핵심"이라며 "경찰청 정보국을 중심으로 전국 경찰의 방대한 정보가 수집되면, 솔직히 말해서 이를 토대로 독자적 수사권을 가진 경찰이 어떠한 수사라도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결국 여기서 작동하는 건 청와대의 경찰 인사권"이라며 "인사권을 갖고 있는 청와대가 민정수석실을 통해 경찰청 산하 국수본에 하명 사건을 내려 수사할 수 있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는 "청와대 하명 사건을 받게 될 경우 경찰은 무조건 결과를 만들어 내야 해서 제대로 못하면 무능하다고 찍힐 가능성이 높다"며 "담당 수사팀은 물론 책임자도 인사에서 아웃되리라는 우려가 많다"고 전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이날 본지의 취재에 "경찰청장이 국수본의 구체적 사건을 수사 지휘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경찰청장이 수사 경찰에 대한 인사권을 쥐는 한 눈 가리고 아웅이다"며 "국수본은 엄연히 경찰청 산하에 설치된다. 인사를 통해 말을 듣지 않는 수사 경찰을 내치면 그만"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정보 경찰의 경우도 정보 경찰이 수집한 여러 정보를 토대로 수사가 이루어지는 '수사와 정보와의 결합'이 가장 무서운 것"이라며 "인사권은 청와대에서 시작해 경찰청장으로, 경찰청장의 인사권이 말단의 수사 경찰에게 이어진다"고 밝혔다.

이어 "한 정권의 하명 수사가 작동하는 것을 막는 유일한 해법은 향후 독자적인 수사권을 행사하게 될 수사 경찰에 대해 청와대 및 경찰청장의 인사권을 제한하고 정치적으로 완전히 분리된 독립위원회를 꾸려 경찰 수사를 통제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그는 "정부가 경찰 견제 기구로 추진하는 국가경찰위원회도 위원을 임명하고 제청하는 것이 정부 중심이고 경찰청장에 대한 통제권도 두지 않아 '무늬만 견제 기구'라는 목소리도 있다"고 언급했다.

입법조사처 또한 이번 보고서에서 이와 관련해 "국수본 취지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에 경찰청장 개입이 최소화 돼야 한다"며 "본부장이 수사경찰 인사권을 독립적으로 행사할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고 사법 경찰과 행정 경찰의 분리를 위해 국수본과 지방수사조직의 실질적인 분리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입법조사처의 비판에 대해 경찰청은 "국수본 핵심은 부당한 수사 관여를 통제해 경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확보하는 게 목적이라며 "수사 기능을 경찰에서 완전히 분리하는 것은 치안 체계 무력화로 연결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지난 2월 3일 개정한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으로 인해 경찰은 불기소 결정 사건에 대해 검찰에 보고하지 않는 '자체 수사종결권'이 주어졌다.

하지만 새롭게 신설할 국수본을 경찰청장 산하 내부조직으로 설계함에 따라 권력으로부터의 종속, 경찰수사 견제기능 미흡, 정보와의 결합 등 권력집중화 우려가 해소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를 보다 공고히 하기 위해서 경찰 권력의 축소와 민주적 통제방안 강화는 필연적이다. 향후 경찰이 입법조사처 보고서에 대한 반론에서 언급했던 대로 경찰 수사의 중립성과 독립성 확보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