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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트레일블레이저 개발 3인방 스토리 '피·땀·눈물'
가상현실 시스템 통해 60% 개발…경량화 안전, 강성 등 세 마리 토끼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엔지니어들이 털어놓은 트레일블레이저 개발 스토리
승인 | 김태우 기자 | ghost0149@mediape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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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승인 2020-07-27 14: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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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펜=김태우 기자]일반적으로 자동차를 만드는 과정에서는 부품의 종류를 최소화 하고 통합해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완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한국지엠의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 엔지니어들은 이런 상식에서 벗어나 고객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자동차 실내바닥은 대부분의 회사들이 1가지 종류로 통일해서 사용하기 마련이다. 이에 전륜구동과 후륜구동, 사륜구동모델 모두가 뒷좌석 가운데 부분이 볼록하게 올라와 있다. 

하지만 트레일블레이저는 공간의 활용성을 높이고 고객의 편의를 위해 4륜구동모델과 2륜구동 모델의 바닥을 다르게 적용하고 있다. 부품의 증가는 효율성면에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고객을 위해서라면 이같은 불편함도 감수하겠다는 한국지엠의 의지로 보인다. 

   
▲ 트레일블레이저 개발에 참여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엔지니어인 (왼쪽부터) 박주용 언더바디설계팀 차장, 김성현 차체·외장·내장 해석팀 차장, 김남준 차량충돌안전 CAE 1팀 차장이 지난 21일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GMTCK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 참석해 트레일블레이저 개발스토리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지난 21일 인천시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본사에서 엔지니어들을 만나 한국지엠의 기대작 트레일블레이저에 개발스토리를 들어봤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최근 국내 출시된 차량 중에서도 잘생기기로 유명한 차다. 작지만 다부진 체형에 날카로운 눈매(헤드램프), 크게 벌린 입(라디에이터 그릴), 예리한 턱선(범퍼)까지 흠잡을 곳 없는 외모를 가졌다.

가벼우면서도 탄탄한 바디와 스위처블 AWD(전자식 4륜구동) 시스템을 갖춰 주행 퍼포먼스 측면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는다.

소비자는 예쁘장한 외모와 우수한 퍼포먼스를 즐기기만 하면 되지만, 이 차를 개발하는 엔지니어 입장에서는 요구사항이 많아질수록 고충이 심해진다. 디자인과 퍼포먼스에 맞는 차체를 만들면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안전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트레일블레이저를 멋지고, 가볍고 탄탄하면서도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 수년 간 피땀을 쏟은 GMTCK 엔지니어들을 만나 개발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인터뷰에는 김남준 차장을 비롯, 박주용 언더바디설계팀(Underbody Engineering Team) 차장, 김성현 차체·외장·내장 해석팀(Body, Ext, Interior CAE Team) 차장이 참여했다.

김남준 차량충돌안전 CAE 1팀(Safety CAE 1 Team) 차장은 트레일블레이저 개발 과정에 대해 "멋진 디자인을 만들기 위해 오버행(앞바퀴와 가장 앞 단의 거리)을 줄이면 충돌시 안전을 확보해야 하는 사람 입장에서는 정말 힘들다"며 "소형 세그먼트에 4륜구동을 만들라고 하면 더욱 힘들다"고 말하며 개발단계에서 힘들었던 상황을 설명했다. 

GMTCK는 GM의 독립적 개발기지…트레일블레이저 독자 개발

트레일블레이저는 GMTCK에서 개발을 맡은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다. 국내용 뿐 아니라 미국 등에 수출될 차량도 국내에서 개발, 생산된다. 글로벌 제네럴모터스(GM) 내에서 신차 개발을 단독으로 진행할 수 있는 곳은 미국 본사를 제외하고는 GMTCK가 유일하다. 그만큼 직원들의 자부심도 크다.

김성현 차장은 "스파크, 구형 크루즈, 아베오, 트랙스에 이어 이번 트레일블레이저도 모두 우리가 개발했다. 북미 테크니컬센터를 우리는 '북미팀'으로 부르는데, 우리와는 동등한 위치로,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기술을 공유할 수는 있지만 '지시'가 오가는 상하관계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트레일블레이저가 외양상으로 미국 GM의 중형SUV '블레이저'와 '형제차'로 불릴 정도로 디자인, 이름 측면에서 비슷한 부분이 많지만 두 차는 개발 과정과 출생지가 다른 완전히 별개의 차종으로 한국에서 독자 개발했다는 게 GMTCK 측의 설명이다.

   
▲ 박주용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언더바디설계팀 차장이 21일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GMTCK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레일블레이저 개발과정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이날 인터뷰에 응한 3인방은 트레일블레이저 개발의 핵심인 차체와 안전 관련 설계와 검증 실무를 담당한 엔지니어들이다. 그만큼 트레일블레이저의 '속사정'을 속속들이 알고 있었다.

가볍고 안전한 차체 개발, 힘겨운 도전

박주용 차장은 트레일블레이저 개발 과정에서 특히 중점을 뒀던 부분은 강성을 유지하면서도 차체를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트레일블레이저는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로, 말리부나 이쿼녹스, 트래버스를 개발할 때 사용했던 기술들을 총 망라해 GM이 갖고 있는 경량화 기술들을 한꺼번에 모아서 투입한 차종"이라며 "GM에서 갖고 있는 전략적인 경량화 원칙들의 적용 여부를 전부다 숙제검사 하듯이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개발됐다"고 말했다.

차가 가벼워지면 고객 입장에서는 잘 달리면서 연료 효율이 높으니 이득이지만, 제조사 입장에서도 투입 자재를 줄일 수 있으니 좋다.

하지만 이 경량화라는 게 여간 골치 아픈 일이 아니다. 단순히 가볍게 만든다고 되는 게 아니라 가벼우면서도 자동차가 발휘해야 할 각종 성능을 버텨줄 구조적 강성을 확보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전성이 중요하다. 무조건 고장력 강판을 잔뜩 발라 튼튼하게 만든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충돌시 충격을 흡수해 탑승객을 보호하기 위해 구부러지거나 찌그러질 부분은 확실히 그 역할을 해줘야 한다.

소비자와 상품기획 파트의 요구사항이 까다로워질수록 개발자들이 머리를 싸매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남준 차장은 "차량충돌안전팀 입장에서는 차체 각 부위가 의도하는 부분에서는 구부러져야 하고, 의도하지 않는 데서는 버텨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면서 "최적의 강성과 연성, 두께에 대한 답을 얻어내는 과정이 매우 복잡하다"고 말했다.

가상현실 기술로 시간, 노력, 비용 획기적 절감

다행히 이들에게는 강력한 조력자가 있다. GM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VDDV(가상 디자인·개발·검증) 기술이다. 차량 개발시 여러 조건을 반영한 차량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만들어보고 검증까지 해냄으로써 개발에 투입되는 시간과 노력,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할 수 있다.

김남준 차장은 "처음에 신차 콘셉트를 잡을 때 애초에 실물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완전히 새로운 아키텍처를 만들 때는 가상으로 하는 기법을 동원해야 한다"면서 "늘리거나 줄임 등 형상을 변경해 바디에서 요구하는 사항과 디자인에서 요구하는 사항, 차량 성능에서 요구하는 사항을 반영해 차량 콘셉트를 잡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 김남준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차량충돌안전 CAE 1팀 차장이 지난 21일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GMTCK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레일블레이저 개발과정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안전 테스트도 실물이 나오기 전 VDDV에서 먼저 거친다. 정면, 측면, 후면 충돌들을 가상으로 진행해 차체의 파손과 찌그러짐, 승객의 안전 여부 등의 결과물을 도출한 뒤 부족한 부분을 계속해서 보완한다.

이런 여러 변수들을 반영하고 보완해 차체를 구성하는 각각의 구조물이 가져야 할 최적의 두께, 강성을 찾아내는 것이다.

김성현 차장은 "트레일블레이저의 경우 차량 개발의 60% 정도를 버추얼(VDDV)로 진행했다"면서 "가상 시험을 통해 해석 결과물을 통해 성능 개발을 하고 검증을 하는데, 결과물이 직관적이고 시각적이다. 브레인스토밍을 통해 좋은 설계를 했고, 그렇게 나온 좋은 결과물이 트레일블레이저"라고 말했다.

김남준 차장은 "자동차 업계에서는 돈도 그렇지만 시간 싸움도 중요하다"면서 "신차 트렌드가 워낙 빨리 바뀌는 상황에서 빠른 시간 내에 적은 비용으로 최고의 품질을 만들어내려면 가상 엔지니어링으로 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공격적 디자인에 넓은 실내공간, 개발 난이도 높아

디자인적 요소를 반영하느라 버리는 공간을 감수하고, 안전을 고려하면서도 최대한의 실내공간을 만들어내는 것도 개발자들에게는 어려운 숙제다.

김성현 차장은 "트레일블레이저는 한마디로 군살이 없는 최적의 경량화가 이뤄진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며 "강해야 할 곳은 강하고, 불필요한 부분에서는 빼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뼈대를 설계하고 만들었다"고 자부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기존 개발했던 차종 대비 충량이 35kg가량 줄면서도 강성이 20% 증대됐다고 김 차장은 덧붙였다.

그는 "트레일블레이저는 외관이 공격적인데다 인테리어 공간이 커서 설계할 공간이 줄어들었다"고 고충을 토로한 뒤 "그럼에도 여러 가지 기법을 사용해 최적화되고 깔끔한 강성을 나타내며, 조향이나 소음·진동 등 기본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협력사와의 신뢰 바탕으로 난관 딛고 1.5GPa 초고장력강 부품 장착

트레일블레이저 개발 과정에서 협력사와 손잡고 어려운 문제를 해결한 사례도 있었다. 세계적으로 적용 사례가 드문 경량화 기법을 적용하는 과정에서 생긴 문제였다.

   
▲ 김성현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차체·외장·내장 해석팀 차장이 지난 21일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GMTCK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트레일블레이저 개발과정에 대해 기자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박주용 차장은 "열을 가해서 만드는 경량 고장력강인 PHS(소부경화강)를 트레일블레이저의 앞바퀴와 뒷바퀴를 연결해주는 락커에 적용했는데, 이 락커의 재질 강도가 1.5 기가파스칼(GPa)에 달한다"면서 "세계적으로 적용한 차량이 드물고, GM 내에서 거의 찾아보기 힘든, 여러 경량화 기법 중에서도 도전이 됐던 부품"이라고 말했다.

박 차장은 "강도가 높은 재질은 성형을 해도 원래 형태로 돌아가려고 하는 성질(스프링백)이 굉장히 강한데, 락커는 도어를 열었을 때 밑에 지나가는 부분이라 허용 공차가 굉장히 작다"면서 "락커를 생산하는 협력사 (주)아산 측에서 재질을 바꿔주면 안되겠냐고 요청할 정도로 제작 난이도가 컸다"고 털어놓았다.

일반 부품의 경우 허용 공차가 +-0.7~1.0 정도인데, 락커의 경우 수시로 여닫는 도어 하단에 위치해 있어 허용 공차가 +-0.5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민감한 부위에 스프링백이 강한 PHS를 사용했으니 협력사에서 도저히 허용 공차를 맞출 수 없다고 난색을 표한 것이다.

당시는 이미 일부 부위를 제외한 트레일블레이저의 생산이 많이 진행된 상태였고, 협력사의 우려대로 락커의 퀄리티가 안 나오면 낭패가 아닐 수 없었다. 어떻게든 해결 방안을 찾아야 했다. 수소문 끝에 GM 북미에서 적용했던 사례가 하나 있어서 북미팀에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GM 북미 테크니컬센터측에서 온 답변이 가관이었다. "협력업체가 잘해야 된다"는 것이었다.

박 차장은 "기가 막혔지만, 그 얘기는 결국 협력업체의 실력을 믿을 수밖에 없다는 뜻이었다"면서 "다시 협력사에 가서 끝까지 노력해보자며 모든 걸 터놓고 얘기한 끝에 거의 양산에 다다라서 퀄리티에 맞는 락커를 납품받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결국 협력사인 아산이 고난도의 퀄리티를 맞춰준 덕에 세계적으로 적용이 드문 경량 고장력강을 트레일블레이저에 적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스위처블 AWD 기능 장착도 트레일블레이저 개발팀을 힘들게 만든 일 중 하나였다. 4륜구동 자동차는 앞뒤 바퀴 모두에 구동력을 전달하기 위해 차체 중앙 하단에 '프로펠러 샤프트'라는 긴 막대를 장착해야 한다. 하지만 설계를 잘못할 경우 이 막대가 안전에 치명적인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 트레일블레이저 개발에 참여한 GM테크니컬센터코리아(GMTCK) 엔지니어 (왼쪽부터)박주용 언더바디설계팀 차장, 김성현 차체·외장·내장 해석팀 차장, 김남준 차량충돌안전 CAE 1팀 차장이 지난 21일 인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GMTCK 본사에서 진행한 인터뷰 이후 트레일블레이저와 함께 포즈를 취하고 있다./사진=한국지엠


김남준 차장은 "차량이 정면충돌하면 승객 앞 엔진룸에 있는 엔진이 효율적으로 잘 밀려들어가면서 충격을 흡수해줘야 되는데, 프로펠러 샤프트가 있으면 엔진이 여기에 걸리게 된다"면서 "결국 서브 프레임에 일정한 힘이 가해지면 샤프트가 빠지도록 하고, 특정 부위에 정밀한 홈을 파서 특정 요건에 따라 구부러질 수 있도록 해서 문제를 해결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CUV도 GMTCK에서 개발…전기차도 대응

GMTCK는 트레일블레이저에 이어 GM이 지난 2018년 경영위기에 몰린 한국GM을 지원하기 위해 배정한 또 다른 글로벌 신차인 차세대 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의 개발도 담당하고 있다.

이날 만난 김성현 차장과 김남준 차장은 이미 차세대 CUV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다. 이들은 "차세대 CUV에는 트레일블레이저의 노하우가 적용됐고, 아마 더 좋은 차가 나오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GMTCK의 엔지니어들은 기존 내연기관차 뿐 아니라 전기차 시대에도 대응하고 있다.

김남준 차장은 "전기차는 아키텍처가 완전히 새롭게 개발돼야 하는 차"라며 "전기차가 가져야 할 타깃, 디자인, 안전, 바디 이런 걸 다 종합해서 새로운 걸 만들려다보니 완전히 해보지 않았던 영역이다. 이미 일부 하고 있는 작업들이 있다"고 말했다.

김성현 차장은 "전기차, 자율주행차의 전환을 차체를 해석하는 입장에서 보면, 차체 구조에 다양한 기능들이 달리게 되는 것으로, 그 특성에 대응한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기존에는 기계적 부분을 중요시했다면, 앞으로는 기계적인 부분과 전기적인 부분들을 융합해가는 과정, 그런 것들이 새로운 자동차,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로 가면서 중요시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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