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지구단위변경계획, 부지 복합 개발 가능한 '특별계획구역' 결정 뒤엎어"
"공원 조성 관련 청사진도 없어 수년 소요 예상…시장가 하회 보상 가능성 커"
"시, 관련 행정 절차 강행 시 권익위 무시하는 처사" 지적
   
▲ 김포국제공항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소속 여객기들./사진=대한항공 제공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대한항공은 12일 "서울시 차원의 종로구 송현동 부지 문화공원화의 문제점 등에 대한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와 논의가 진행 중인 상황인 만큼 일방적으로 절차를 강행하는 것은 위법하다"며 관련 행정절차를 보류하도록 권고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권익위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의 이 같은 조치는 서울시가 이달 말 자사 소유 송현동 부지 일원을 문화공원화 하는 내용의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해 처리를 강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진데 따른 것이다.

◇"기존 특별계획구역 결정 뒤엎고 문화공원 지정 추진…사실상 연내매각 무산"

서울시가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과시킬 경우 강제 수용절차를 통해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겠다는 의사를 확정짓는 것으로, 사실상 대한항공의 연내 매각 계획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대한항공 측 입장이다.

시가 이달 말 도시·건축공동위원회에 상정할 것으로 알려진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은 기존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던 결정을 폐지하고, 그 자리에 문화공원을 신설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는 지난 2010년 1월 송현동 부지를 '미 대사관 직원 숙소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해 용도·높이를 완화하는 등 해당 부지 개발 가능성을 명시적으로 인정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특별계획구역'은 특별한 건축 프로그램을 만들어 복합적 개발이 필요하거나 우수설계안을 반영해 현상설계를 하고자 하는 경우에 지정되는 것이며 부지 규모가 큰 곳에서 대규모로 복합적인 개발을 하는 곳을 대상으로 지정되는 것을 뜻한다.

대규모 쇼핑단지·전시장·터미널·초고층 주상복합이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돼 개발된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소재 타워팰리스·삼성동 소재 코엑스·송파구 신천동 소재 롯데월드 등이 모두 특별계획구역으로 개발된 사례들이다.

이에 대한항공 측은 "그럼에도 서울시는 일방적인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통해 송현동 부지를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던 기존 결정을 바꿔 급작스럽게 입장을 번복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 서울특별시 종로구 송현동 소재 대한항공 소유 호텔 부지./캡쳐=네이버 지도


◇"시, 공원조성 청사진도 없으면서 특별계획구역→문화공원 용도변경…수년 소요"

송현동 부지를 문화공원으로 지정할 경우 서울시는 도시계획시설사업의 방식을 택해야 한다. 이 경우 관계법령상 송현동 부지를 수용하기 위해서는 실시계획인가를 받아야 하고, 중앙토지수용위원회로부터 공익성 인정도 받아야 한다.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을 따져보면 서울시 조차 '어떠한 내용'의 문화공원을 조성할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 조차 마련되지 않은 상황인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구상해 실시계획인가를 받기까지 수 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될지도 가늠할 수 없는 형국이라는 분석이다. 

이번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 통과될 경우 대한항공으로서는 서울시가 구체적인 사업계획을 세워 강제 수용에 나설 때까지 사실상 속수무책 처지에 놓이게 된다. 강제수용이 이뤄질 경우 수용재결→이의재결→소송 등의 절차가 뒤따르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대한항공이 보상금을 확정해 지급받기까지 후속절차에만 몇 년이 소요될지 쉽사리 예측하기 어렵다는 게 재계와 법조계 전언이다.

대한항공은 이와 같은 문제점들 때문에 서울시의 이번 강행처리 의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지구단위계획변경안이 통과되면 강제 수용이 기정사실화 되며, 수용 절차로 이어질 경우 송현동 부지의 정당한 가치도 받을 수 없다는 불안감 탓이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해당 부지는 6000억원에 이르나 입찰 흥행 시 7000억원까지도 내다볼 수 있다는 평가다.

강제 수용 절차가 진행돼 토지에 대한 감정평가가 이뤄지더라도 송현동 부지와 같은 대규모 필지의 경우 가치를 비교하기 위한 거래사례나 적정 단가를 상정하기 어렵다는 게 대한항공 측 설명이다. 이어 서울시는 사실상 시장가에 훨씬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도 했다.

이에 대한항공 관계자는 "강제 수용 절차로 이어진다 해도 서울시가 연내 송현동 부지를 취득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지구단위계획변경안 통과 이후 다른 민간 매수의향자들도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 당사로서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이르게 된다"고 우려했다.

◇"권익위에 서울시 독단적 행정절차 강행 막아달라는 것"

대한항공은 권익위에 이와 같은 다각적인 이유와 다급함에 기인해 도움을 청했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아울러 권익위에서 문화공원 지정 절차의 위법성과 관련한 절차가 진행 중임에도 서울시가 문화공원 지정을 강행하는 것은 권익위를 무시하는 처사나 다름 없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은 코로나19로 인한 심각한 경영난에 처해 지난 4월 한국산업은행·한국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1조2000억원 가량의 긴급자금을 수혈 받은 바 있다. 또한 자구책의 일환으로 송현동 부지·왕산레저시설·기내식 사업부·기내 면세 사업부를 포함한 유휴자산·사업부 매각을 위해 매각주관사 선정·매수의향자 모집 절차를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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