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 9개월 지났는데 변호인 "공소장 모호"…증거신청 및 열람·등사 놓고 팽팽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당내 정적 제거와 공약 수립 관여, 무소속 강길부 의원의 지지를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시작한 청와대의 '선거 개입' 사건이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 1월 29일 검찰이 공소를 제기한 후 9개월이 지났지만 정식 재판에 들어가지 못한 상황이다.

재판부인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김미리 재판장)는 30일 피고인 13명에 대한 5차 공판준비기일을 가졌지만 30분 만에 마치면서 역시 공전했다.

재판부가 다음 6차 공판준비기일을 12월 21일로 잡으면서 정식 공판은 해를 넘겨 시작할 전망이다. 준비기일만 거듭하면서 본안 심리는 시작조차 못하고 있다.

변호인단과 검찰, 양측의 공방은 팽팽하다. 증거신청 기각 및 열람·등사의 제한을 놓고 부딪히고 있다.

   
▲ 5월 14일 열린 울산광역시 제21대 국회의원 당선인 간담회에서 송철호 현 울산시장(사진 좌측)과 김기현 전 울산시장(국민의힘 4선 의원)이 다른 당선인들과 함께 서로 손을 맞잡고 있다./사진=울산광역시
특히 일부 피고인의 변호인은 30일 열린 5차 공판준비기일에서 검찰이 교부한 증거를 놓고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증거를 제외해달라"고 요청하면서 "검찰이 제출한 증거는 피고인의 공소사실 입증과 관련된 증거여야 하는데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증거가 다수"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이에 검찰은 "송철호 캠프에서 청와대 측에 협조한 요청이 있고, 전체적인 그림하에서 증거목록이 작성돼 제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은 이날 사건 핵심으로 떠오른 송병기 전 울산 경제부시장의 수첩 사본을 복사하는 문제로도 대립했다.

송병기 전 부시장의 수첩에는 청와대가 송철호 현 울산시장과 구체적인 선거 전략 및 공약을 논의한 정황이 담긴 것으로 알려져 스모킹건(결정적 증거)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앞서 변호인단은 이 수첩을 자기들도 봐야겠다며 사본 복사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일부만 허용한 상태다.

변호인단은 이날 법정에서 "전체가 재판부에 제출되지 않을 경우 증거 자체가 왜곡될 수 있어서 전체를 열람등사해달라"고 요구했고, 이에 검찰은 "현재 추가수사가 계속되어 열람등사를 제한하고 있다. 공소사실 입증을 위해 수첩 내용 중 필요한 부분은 이미 신청한 증거목록에 들어가 있다"고 답했다.

법조계는 청와대 선거개입 사건에 대한 검찰의 추가수사 종료시점이 관건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또한 재판에 직접 참석해 공소를 유지하는 검찰이 처한 상황도 녹록치 않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당장 다음 기일까지 변호인단측이 증거목록 의견서를 제출한 후 검찰이 분리해 제출하기로 했지만, 검찰은 피고 13명 외에 수사상 공범으로 연루된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과 이광철 대통령민정비서관의 기소 여부 결정을 유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장으로 사건을 맡았던 김태은 대구지검 형사1부장이 공소를 유지하고 있지만, 올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인사 칼날을 휘둘러 지방으로 전보됐다. 김태은 부장은 대구에서 출장 형식으로 서울에 올라와 공판에 참여하고 있다.

올해 1월 시작한 공판준비기일이 해를 넘겨 내년에 정식 재판에 들어갈 것이 확실한 가운데, 오는 12월 21일 6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