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가 당내 정적 제거·공약 수립 관여·지역 의원 지지를 사전모의한 정황 드러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청와대의 '하명 수사' 의혹이 '선거 개입'으로 확대되면서 검찰과의 전면전이 임박했다.

송철호 현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당내 정적 제거와 공약 수립 관여, 무소속 강길부 의원의 지지를 사전 모의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검찰은 관계자 압수수색 등 사실관계 확인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직접적인 피해자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은 20일 기자회견에서 "나에겐 제시된 수첩내용은 4~5쪽에 불과하며 검사측에게 수십쪽 분량이 있다"면서 의혹이 여기서 끝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법조계는 스모킹건으로 꼽히는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업무수첩에 문재인 대통령을 뜻하는 'VIP'와 조국 전 민정수석이 등장하는 점을 꼽으면서, 청와대가 검찰 칼날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익명을 요구한 고등법원 한 현직판사는 21일 미디어펜과의 전화통화에서 "송병기 업무수첩에 지금까지 확인되기로는 송철호 단독공천 및 현직장관 울산 방문, 청와대와 선거공약 협의 등의 문구가 나온다"며 "김기현 측근 비위 정보가 청와대 반부패비서관-경찰청을 거쳐 선거를 앞둔 당시 울산지방경찰청으로 하달됐다는 점과 맞물린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미 핵심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민주당 임동호 전 최고위원은 자신의 선거 불출마를 전제로 청와대 측과 논의한 적이 있다고 밝혔는데 청와대측 인사 모두 문재인정권의 핵심 실세"라며 "앞서 안종범 업무수첩이 적폐청산 재판 과정에서 핵심 증거로 인정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청와대측 인사들이 기소를 피해가기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당초 지난해 6.13 지방선거에서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울산시장 후보로 임 전 최고위원·심규명 변호사·송철호 현 시장이 경쟁했으나, 민주당은 당내 경선을 치르지 않고 문 대통령과 30년 지기로 호형호제하는 사이인 송 시장을 단독 공천했다.

   
▲ 문재인 대통령과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좌)청와대,(우)연합뉴스
검찰 출신의 한 법조계 인사는 미디어펜의 취재에 "검찰은 이미 청와대 개입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수사하고 있다"며 "청와대가 송철호 당선을 위해 공약 수립을 도왔다는 단서를 확보해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을 최근 압수수색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청와대와 송철호 측이 2017년 하반기 공공병원 공약과 관련해 수차례 논의한 정황을 확인한 검찰은 향후 청와대측 인사들과 기재부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검찰은 2017년 10월 청와대에서 송 시장이 임종석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을 만났다는 문건과 진술을 확보한 상태다. 앞서 한국당은 이와 관련해 검찰에 임 전 비서실장·조국 전 민정수석 등 8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선거 개입의 단초가 된 '하명 수사' 사건의 경우, 청와대 및 민정비서관실 문모 전 행정관은 "가공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검찰이 확보한 자료에 따르면 이와 정반대다.

송철호 현 시장측 송병기 부시장이 제보한 내용에 없던 새로운 혐의가 첩보에 추가되고 범죄 혐의가 재정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부시장 업무수첩에는 '민주당 경선에서 송철호가 임동호보다 불리하다'는 취지의 내용을 비롯해, '산재모병원 좌초되면 좋음'·'BH(청와대) 방문'·'2018년 3월 BH 회의, 이진석(당시 청와대 사회정책비서관)'·'중앙당과 BH, 임동호 제거→송 장관(송철호 현 울산시장) 체제로 정리' 등의 메모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 선거 개입이라는 이번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그 파장은 내년 총선뿐 아니라 대통령 탄핵까지도 갈 수 있는 핵폭탄급으로 평가된다.

내년초 신임 법무부장관의 인사권 발동 전에 검찰이 어디까지 밝혀내고 의혹의 전모를 드러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