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다 파일럿 가성비 좋았던 기본형 트림 삭제…상품성 개선도 없어
혼다코리아 일본 불매 핑계로 꼼수 영업 자행…딜러 직원도 한탄
   
▲ 혼다 파일럿/사진=혼다코리아

[미디어펜=김상준 기자]지난해 1500만원을 할인해 전량 완판됐던 혼다 파일럿이 1년 만에 재출시됐다. 문제는 파격 할인을 했던 작년과 달리 올해 할인이 전무 하고 출시가 지연되면서 소비자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혼다코리아는 파일럿 엘리트 트림을 할인 없이 5950만원에 판매하고 있다. 

기존에 기본형과 고급형(엘리트) 두 가지 트림으로 나눠 판매하던 것도, 기본형 트림을 없애고 비싼 고급형 모델만을 남기면서 선택의 폭을 축소 시켰다는 소비자 불만도 증폭되고 있다.

   
▲ 신형 혼다 파일럿 모델은 특별한 상품성 개선 없이 2021년형 모델로 뒤늦게 출시됐다./사진=혼다코리아

혼다코리아는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이 거세지자, 재고 소진 목적으로 마진을 남기지 않고 1500만원을 할인해 파일럿 물량을 모두 소진했다. 큰 폭의 할인이 이어지자 국내 소비자들은 올해 초반부터 파일럿의 재출시를 고대해 왔다.

하지만 올 한해 혼다코리아는 소비자들의 출시 요구를 철저히 무시했다. 일본 물건 불매운동을 핑계로 파일럿의 출시를 차일피일 미루다 연말인 11월이 돼서야 차량을 출시한 것이다.

늑장 출시는 물론 취재 결과 100여 대 수준의 극소량을 국내로 들여오면서 ‘올해 안에 출시’라는 구색 맞추기에 급급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혼다 딜러 직원은 “혼다코리아 본사가 파일럿 국내 도입 물량을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고 있지만 약 100여대 수준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소량 도입 후 할인 없이 판매할 방침으로 보이는데, 차량을 구매하고자 기다려온 고객들과는 생각이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본인 역시 혼다 딜러 직원이지만, 기본형 트림을 삭제하고 할인율을 고무줄처럼 조정하는 혼다코리아의 정책을 이해하지 못하겠다”며 “지금의 가격정책으로는 파일럿이 잘 팔릴 것 같지는 않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 이지홍 혼다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사진=혼다코리아

딜러 직원의 고민처럼 소비자들은 같은 제품을 1년 사이에 1500만원 가량 더 비싸게 구매할 수밖에 없게 되면서 파일럿을 기다려왔던 소비자들은 구매 의사를 철회하고 있다.

게다가 새로 나온 파일럿은 기존 모델과 상품성 측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고, ‘발 디딤’판 정도가 추가된 수준에 그쳐 개선형 모델로 보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종합해서 보면 일본 불매를 핑계로 차량 출시를 미뤄온 혼다코리아가 손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파일럿을 소량 수입했고, 기존의 할인을 없애면서 대당 마진율을 극대화하겠다는 의도로 파악된다.

가뜩이나 일본 불매 여파로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차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유지하는 가운데, 혼다코리아가 적극적이지 못한 ‘꼼수 마케팅’으로 소비자들의 화를 돋우고 있다고 볼 수 있다. 

   
▲ 혼다 어코드/사진=혼다코리아

올해 혼다코리아는 파일럿을 비롯해 준중형 세단 시빅, 준중형 SUV HR-V의 물량을 소진한 이후 추가 도입하지 않아 국내 철수를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수입차 업계 관계자는 “일본 불매운동으로 혼다코리아가 어려웠던 것은 사실이나, 최근의 마케팅 방식을 보면 올바르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소비자를 고려하지 않는 행태는 물론 딜러점과 불통하는 혼다코리아의 영업 방식은 개선이 확실히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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