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술거부권·피의자 방어권 침해…여당 조차 '신중론' 반대 목소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17일 말 많고 탈 많던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휴대폰 비번공개법'이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추미애 장관이 한동훈 검사장을 겨냥해 제정을 추진해온 '피의자 휴대전화 비밀번호 해제' 법안은 개인 휴대폰의 비밀번호 진술을 의무화하여 강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야당은 물론이고 여당부터 반대하고 나섰다. 박범계·백혜련 의원 등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일제히 신중론을 펼치고 나섰다.

   
▲ 추미애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6일 K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추미애 장관의 휴대폰 비번공개법은)과한 측면이 있다"며 "대한민국에서는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안 할 권리가 전제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법조계도 마찬가지다. 헌법이 보장하는 진술거부권과 피의자의 방어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것이다.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과 참여연대 등 법조계 진보진영에서 잇따라 추 장관을 규탄하는 성명을 냈고, 대한변호사협회(변협)와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16일 성명을 내고 "헌법에 위배되는 행위를 즉각 철회하라"고 밝혔다.

변협은 성명에서 "해당 법안이 헌법상 보장된 자기부죄거부의 원칙과 진술거부권,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형사소송법학회 또한 "피의자 기본권을 침해하겠다는 반헌법적 발상"이라며 "서슬 퍼런 독재국가에서나 나올 법한 법안 추진이다. 인권보장과 법치주의를 퇴보하게 만드는 위헌적 법률"이라고 비판했다.

논란이 커지자 추 장관은 16일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아직 법안 제출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며 "디지털 시대에 대비한 '디지털 로(Law)'를 연구해야 하지 않느냐"며 '연구 단계에 불과하다'는 취지를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17일 추 장관의 법안 제정 추진이 '인권 침해'라는 진정을 접수해 조사에 착수했다.

인권위와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에 따르면, 인권위는 법세련이 지난 13일 추 장관을 상대로 제기한 진정에 대해 담당 조사관을 배정했다.

조사 결과에 따라 인권위의 권고가 나올 전망이다.

법조계는 결과에 따라 인권위가 "법률 제정 지시 철회와 재발방지를 위해 인권교육을 받을 것을 권고해 달라"는 법세련 요청을 그대로 수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추 장관 행보는 시작부터 논란이었다. 추 장관은 취임 일주일 만인 1월 9일 대규모 검찰 인사 칼날을 휘두르면서 "검찰총장이 저의 명을 거역한 것"이라고 말해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7월 27일에는 아들의 '병역 비리' 의혹과 관련해 윤한흥 국민의힘 의원이 고기영 법무부 차관에게 이를 제기하자 "소설을 쓰시네"라고 말해 빈축을 샀다.

10월 28일 평검사가 자신을 비판하고 나서자 추 장관은 "이렇게 커밍아웃 해주시면 개혁만이 답"이라고 말해 검사들의 대대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이번 휴대폰 비번공개법도 마찬가지다.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인권을 무시하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리는 추 장관 행보가 어디까지 갈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