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객실 승무원 노조 "인수 결정 존중…웃는 일터 조성 노력"
아시아나 조종사노조, 입장 선회…"고용유지·근로조건 준수 매진"
LCC 통합서도 통합 반발 기류 감지…노노 갈등 우려도 제기돼
   
▲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고용 안정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던 전국항공산업노동조합연맹 대한항공 노동조합·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동조합 관계자들./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한다는 방안을 발표한 이후 각 항공사 노동조합별 표정이 제각기 달라지며 노노(勞勞) 갈등의 양상 마저 보인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8월 기준 조합원 수가 1만 1679명인 대한항공 노동조합과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동조합은 한진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해 적극 지지 의사를 밝혔다.

지난달 17일 사무직·객실 승무원 등 일반 직원들로 이뤄진 대한항공 노동조합은 경영진과 정부가 항공업 근로자들의 절대 고용안정을 전제로 한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정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을 통해 항공운송산업의 경쟁력을 키워 국적 대형 항공사(FSC)의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판단에 함께하겠다는 것과 궤를 같이 한다.

이 외에도 노조는 "M&A는 항공업 근로자 고용 유지를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며 "동반자의 길을 걷게 된 아시아나항공 근로자들과 동반자의 길을 걷게된 만큼 코로나19를 함께 이겨내 웃으며 일할 수 있는 일터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언급했다.

M&A를 반대하던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노조는 지난달 24일 입장을 급선회했다. 

열린조종사노조는 "한국노총 항공산업노동조합연맹의 일원으로서 대한항공 노조와 같이 양 사 직원의 고용유지·근로조건 준수에 모든 역량을 매진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두 노조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빚고있는 KCGI 등 3자연합에 대해서도 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항공업 근로자들에게 있어 최우선의 가치는 고용보장"이라며 "주주권익 보호를 운운하는 3자연합은 더 이상 간섭말라"고 경고했다.

   
▲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민주노총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로고./사진=각 조합
한편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 △민주노총 대한항공직원연대지부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 △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4개 조합으로 이뤄진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27일 "최초에 요구한대로 노사정 회의체를 구성해 인수·합병(M&A) 문제를 원점에서 재논의 해야 한다는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발표했다.

공대위는 "산은이 아시아나항공 노조들과 만남을 제안했지만 인수주체인 대한항공과 직접 이해 당사자인 조종사·직원연대지부 등 대한항공 2개 노조가 배제된 협의는 무의미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양사 노조-대한항공-산은·국토교통부·고용노동부 등 관계 정부 부처의 논의가 시급하다"며 "M&A의 타당성부터 재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되풀이 하고 있다.

   
▲ 2일 온라인 기자 간담회에 나와 사전 질문에 답변하는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사진=대한항공 뉴스룸 유튜브(KoreanAir Newsroom) 캡처
이에 우기홍 대한항공 사장은 지난 2일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개최했다. 우 사장은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이동걸 산은 회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공감했다"며 "이는 대한항공-산은 간 계약서에도 확약돼 있어 노조도 믿어줄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아울러 "51년 된 대한항공은 창사 이래 단 한번도 인위적 구조조정을 시행한 바 없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그는 인적 구조조정 없이 통합이 어떻게 가능하냐는 질문에 "본부(HQ) 2000여명 포함, 양사 인력은 2만 8000여명인데 모두 필요하다"며 "정년 퇴직·자발적 사직 등으로 인한 자연감소인력은 양 사 연간 합계 약 1000여명인데, 부서 이동 등으로 충분히 흡수가 가능하다"는 설명을 내놨다.

그럼에도 공대위는 여전히 불안한 기척을 숨기지 못하는 모양새다. 공대위는 지난 3일 "책임 있는 정부 관계자와 인수 기업 대표가 협상장에 나와서 근로자와 M&A에 따른 고용안정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는 이동걸 산은 회장과 우기홍 사장이 아닌 주무부처 장관들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직접 노조와 소통하라는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현재까지는 노조 간 설전이나 물리적 충돌 등이 나타나지는 않은 상황이다. 그러나 이와 같이 노조별 입장차가 극명하기 때문에 이후 노노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 일촉즉발의 화약고와 같다는 지적이다. 

한편 산은은 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 등 저비용 항공사(LCC) 통합 역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노조 반발이 감지돼 진통이 따를 것이라는 분석이다.

진에어의 한 기장은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우리 회사는 최근 한진칼로부터 유상증자를 받아 최소 내년 상반기까지 현금 흐름이 양호하다"고 전했다. 그는 "빚더미에 오른 에어부산·에어서울을 사실상 진에어가 다 떠안게 될 것"이라며 "이 경우 경영난 타개에 찬물을 끼얹을 것"이라고 말해 극심한 반대 기류가 존재함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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