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과 통합 순풍 전망…공정위 기업결합 심사도 '프리패스' 예상
비판 여론 불식·노조 갈등·자금 조달·해외 경쟁당국 승인 등 숙제로 남아
   
▲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M&A 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 KCGI가 제기한 한진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법원이 기각함에 따라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인수·합병(M&A)가 급물살을 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앞으로 여러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는 분석도 동시에 나오고 있다.

1일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50부는 KCGI 등 3자연합이 제기한 한진칼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진칼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이로써 한진칼은 약정을 맺은대로 한국산업은행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이로써 한진칼과 산업은행이 법적 부담을 덜어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의 문이 본격 열렸다는 평가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번 인수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는 한편 주주가치 제고·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특히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의 인수가 갖는 큰 의미와 책임을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며 "무엇보다 대한민국 항공산업 구조 재편의 당사자로서 위기 극복과 경쟁력 강화, 일자리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3자연합에 대해서는 "책임있는 주주로서 대한민국 항공산업이 생존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뜻을 함께 모아달라"고 당부했다.

◇오는 4일 아시아나에 자금 투입…내년 초 2.5조 유상증자 실시

법원 판단에 따라 산은은 당장 오는 2일 한진칼 유상증자 납입을 실행에 옮기게 되며 대한항공 주식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30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인수에도 나선다. 한진칼은 즉시 산은으로부터 투자받은 8000억원 중 한진칼 지분인수분 700억원을 제외한 7300억원을 대한항공에 대여한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오는 4일 아시아나항공에 인수 계약금 3000억원을 예치한다. 이와 더불어 이달 말 3000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전환사채(CB)를 취득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내년 초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시행한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에는 중도금 4000억원을 지급한다.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칼에서 조달한 7300억원을 신주로 상환한다.

내년 6월 30일 아시아나항공의 1조5000억원 규모 유상증자 잔금을 납입하게 되면 인수 절차에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이와 같이 인수 절차가 본격화되며 산은과의 협의한대로 조현민 한진칼 전무·이명희 한국공항·정석기업 고문은 대한항공·진에어 등 항공 계열사 경영에서 일절 배제된다.

조현민 전무는 올해가 가기 전에 한진칼 전무·한진칼 자회사 항공·여행 정보 제공 계열사 토파스여행정보 부사장직에서 사임한다. 그러나 ㈜한진 마케팅 총괄 전무·부동산 관리 회사 정석기업 부사장직은 유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법원 결정이 이와 같이 난 만큼 공정거래위원회의 기업결합 승인 역시 큰 무리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제주항공-이스타항공과 현대자동차-기아자동차 인수 허용 과거 사례를 비춰보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간 M&A도 경쟁 당국이 같은 결론에 도달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회생이 불가능한 회사라고 여겨져 기업결합을 하지 않으면 생산설비가 시장에서 계속 활용되기 어려운 경우 공정위는 시장 경쟁 제한 우려에도 예외적으로 기업결합을 허용한다.

   
▲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사진=연합뉴스


◇비판 여론 불식·해외 경쟁당국 승인 등 해결과제 산더미

아시아나항공을 품는데까지 한 걸음 성큼 다가서게 된 한진그룹이지만 산은과 함께 풀어나가야 할 숙제도 많다.

산은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을 나랏돈을 이용해 방어해줬다는 비판 여론이 존재하는 것은 분명히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3자연합과 경영권 분쟁 중에 있는 한진칼에 자금 지원을 하며 지분 10.66%를 보유하게 됐다. 3자연합의 지분율이 희석될 것이 우려되는 만큼 이미 산은이 조 회장 편에 섰다는 평가가 대세다.

때문에 산은은 "어느 한 쪽의 편에 서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며 "조원태 회장 이하 경영진이 경영상 하자를 보일 경우 이사직 해임 요구와 5000억원 위약금 청구 조항을 넣어놨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조원태 백기사' 논란을 불식시키고자 하는 의도에서다.

이번 법원 결정으로 KCGI 등 3자연합이 물 먹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지만 이들은 한진칼에 임시 주주총회 소집을 요구하며 '회심의 일격'을 노리고 있다. KCGI는 임시 주총 안건으로 신규 이사 선임·정관 변경만을 내걸었다.

때문에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주주총회에서 어그러질 가능성은 극히 낮다. 그러나 KCGI가 추천한 인사가 선임되면 인수 문제가 원점에서 논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미디어펜에 "임시 주총 소집 여부는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극렬히 반대하는 노조와의 갈등 해결도 한진칼·대한항공 경영진의 당면과제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공동대책위원회는 인수 발표 직후부터 "노동자를 배제한 M&A"라며 산은과 한진그룹의 계획안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동조합·대한항공 직원연대지부·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동조합·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 등 양사 4개 노조로 구성된 공동대책위는 "고용안정을 위한 세부 계획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며 노·사·정 회의체 구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한편 일반 직원 약 1만2000명이 소속된 대한항공 노동조합과 아시아나항공 열린조종사 노동조합은 인수 찬성 의사를 밝혀 노-노갈등의 불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이를 의식해 아시아나항공 노조와 대화하겠다며 적극 나서고 있다. 이에 맞춰 한진칼·대한항공 역시 고용 안정 방안을 명문화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는 형국이다.

   
▲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주기장에 서있는 대한항공 여객기들./사진=미디어펜

이 외에도 항공업계 전반이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유동성 위기도 동시에 겪고 있는 만큼 자금 확보도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대한항공은 올해 안으로 총 4조5000억원을 상환해야 한다. 아시아나항공 인수까지 포함하면 단기차입금 등 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는 5조2000억원에 달해 경영난이 가중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몸집이 불어나면 운영비도 덩달아 늘기 때문에 현금 흐름 상황의 개선이 필수적이다.

대한항공은 △기내식·기판사업부 △왕산레저개발 △칼 리무진(KAL LIMOUSINE) 등 매각을 통해 수조원대 유동성 확보를 통한 구조조정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대한항공 자구안의 핵심인 종로구 송현동 호텔 부지 매각이 첨예한 대립관계를 빚고 있는 서울시의 입장 급선회로 지연되고 있는 점은 재무구조 개선 상 적신호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항공업 특성상 해외에서도 영업을 하는 만큼 외국 경쟁 당국 승인도 필수적이다. 내년 6월 경 한진그룹이 공정위에 기업 결합 신고를 하고 결정이 나오면 관련 절차를 미국·유럽연합(EU)·일본·중국 등 해외에서도 밟아야 한다. 하지만 해외 경쟁 당국이 M&A를 불허한다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원점으로 돌아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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