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대웅제약 균주·제조공정 도용 혐의 밝혀져"
대웅제약 "균주, 영업비밀 아냐...ITC 예비판결 뒤집어"
메디톡스 ITC 결과 앞세워 국내 후발주자 소송 가능성↑
   
▲ 보툴리눔 톡신 제제인 대웅제약 '나보타(위)'와 메디톡스 '메디톡신'./사진=각 사 제공

[미디어펜=김견희 기자]메디톡스와 대웅제약 간 보툴리눔 균주 출처를 둘러싼 5년 간의 분쟁이 메디톡스의 승소로 종지부를 찍었다. 보툴리눔 균주란 주름 개선 의약품으로 알려진 '보톡스'를 만드는 원료다. 

16일(현지시간) 미국 국제 무역위원회(ITC)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 간 보툴리눔 균주 영업비밀 침해 소송 최종 판결에서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줬다. ITC는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품 '나보타'(미국 제품명 주보)가 관세법 337조를 위반한 제품이라고 보고 21개월 수입 금지 조치를 내렸다. 

단, 보툴리눔 균주가 영업비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예비판결에서 10년이었던 대웅제약의 보툴리눔 톡신 제제에 대한 수입금지 기간을 21개월로 단축했다.

ITC 위원회의 최종 판결이 나옴에 따라 미국 대통령은 60일 이내에 승인 또는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 미국 대통령의 승인 또는 거부권에 따라 두 회사의 전망이 엇갈리게 된다.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ITC의 최종 판결은 효력을 잃는다.

메디톡스와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메디톡신'과 '나보타'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두 회사의 분쟁은 2016년 시작된다. 메디톡스는 당시 대웅제약이 보툴리눔 균주와 기술을 도용했다고 주장하면서 경찰에 진정서를 냈지만 무혐의로 결과로 끝났다. 대웅제약 2006년부터 보톡스 사업을 위해 전국 토양에서 샘플을 채취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메디톡스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웅제약을 상대로 다시 민형사 소송을 제기했다. 또 지난해 1월엔 미국 ITC에 대웅제약과 미국 파트너사 레볼루스를 제소했다. 

◇ 대웅 "예비판결 뒤집힌 것" VS 메디톡스 "도용 인정한 것"

두 회사는 최종 판결을 두고 입장차를 보이고 있다. 

대웅제약은 "ITC가 보툴리눔 균주를 영업비밀로 인정하지 않았다"면서 "다만 제조공정 기술 관련 잘못된 판단은 일부분 수용해 수입금지 명령을 내린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사실상 승소'라고 주장했다. 

또 대웅제약은 메디톡스의 제조공정 역시 마찬가지로 널리 알려진 기술이며 자사의 공정과 큰 차이가 있으므로 이 부분 역시 성립하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ITC의 21개월 수입 금지 명령에 대한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한편 미국 연방순회항소법원에 항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메디톡스는 "대웅제약의 유죄는 이번 판결로 확정됐다"며 "이번 승소를 통해 용인의 토양에서 보툴리눔 균주를 발견했다는 대웅제약의 주장은 허위라는 게 확인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메디톡스는 "ITC가 보툴리눔 균주를 영업비밀이 아니라고 본것이기 보단 ITC의 규제 사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ITC 최종 판결에 이어 국내 법원과 검찰에서도 동일한 결론에 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메디톡스는 지난 2017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웅제약을 상대로 영업비밀 침해 청구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미국 내 대통령 승인 절차에 대해선 "미국 대통령이 ITC의 최종판결을 거부한 사례는 지난 33년간 단 1건에 불과하다"며 판결 승소를 자신했다. 

◇ 휴젤·휴온스 등 국내 후발주자에 악재될까

메디톡스의 ITC 승소는 국내 보툴리눔 톡신 제제를 보유한 바이오 기업에 대한 압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메디톡스는 국내 후발주자 상당수에서 자사의 균주를 훔쳐갔다고 의심하고 있으며, 이번 대웅제약의 사례를 근거로 들면서 균주 출처 및 염기서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내 보툴리눔 톡신 시장은 메디톡스가 2006년 첫 제품을 출시한 이후 휴젤과 대웅제약, 휴온스가 각각 2009년, 2013년, 2017년 제품을 내놨다. 당시 보툴리눔 균주 출처에 대해 휴젤은 부패한 음식물에서 대웅제약은 경기 용인시에 있는 개천변 토양에서 균주를 확보했다고 주장해왔으며, 휴온스가 사용하는 바이오토피아 균주의 출처는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았다.

특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최근 보툴리눔 톡신 보유 기업들을 대상으로 보툴리눔 균주 전수 조사를 시행한 바 있어 이를 빌미로 발목 잡기에 나설 가능성은 더욱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식약처에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해당하는 기업들은 지난주 서류를 모두 제출했을 것"이라며 "식약처가 제시한 서류엔 보툴리눔 균주 염기서열을 100% 공개할 수 있느냐는 항목도 있었는데, 대부분 업체들이 신고한 균주 출처가 불분명해 흔쾌히 공개할 수 있는 업체가 몇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내 후발 주자들이 보유한 다른 균주들도 대웅제약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며 "황금알을 낳는 노다지 사업인 만큼 국내 업체 간 줄소송이 이어질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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