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미치는 영향 제한적" vs "허위서류 7개 중 2개는 조국 주도"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해 1심 재판부가 자녀 입시비리 혐의 전부를 유죄로 판단하면서 조국 전 장관의 공모 혐의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5-2부(임정엽 재판장)는 정경심 교수의 자녀 입시비리 혐의를 모두 유죄로 판단하면서, 그 중 3개 혐의에서 조 전 장관과의 공모를 인정했다. 조 전 장관 재판에서는 정 교수 또한 피고인으로 명시되어 있다.

법조계는 이번 1심 선고가 추후 조 전 장관의 재판에 다소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조 전 장관은 뇌물,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11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구체적으로 정 교수 1심 재판부는 23일 선고 공판에서 딸 조씨가 단국대 논문 제1저자로 등록된 것과 조 전 장관이 장영표 단국대 교수의 아들 장모 씨의 서울대 인턴십 확인서를 발급해준 것에 대가관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 부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사진=(좌)미디어펜,(우)연합뉴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이 장 씨에게 스펙품앗이를 약속했다"면서 조 전 장관이 당시 공익인권법센터장의 허락을 받지 않고 확인서를 위조한 사실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2009년 8월과 10월에 발급된 호텔 인턴십 확인서 및 실습수료증 또한 조 전 장관이 임의로 작성해 인감을 날인한 것으로 모두 허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정 교수가 서울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딸의 허위 서류를 제출해 입시 업무를 방해하는 과정에서도 조 전 장관이 가담했다고 판시했다.

이 혐의들은 현재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21부가 심리하고 있는 조 전 장관의 자녀 입시비리 사건 혐의와 같은 내용이다. 관련 혐의 모두 그대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진 셈이다.

수사망이 좁혀지자 정 교수가 자신의 자료를 은행PB 김모 씨와 함께 은닉한 혐의도 마찬가지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과 정 교수가 향후 수사를 대비해 은닉을 공모한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이 경우 조 전 장관은 자신의 사건에서 교사 혐의를 인정받을 가능성이 있다.

사모펀드 관련해 재판부는 정 교수가 조 전 장관의 5촌 조카 조범동 씨에게 전달한 10억원을 모두 투자금으로 인정했다. 법조계는 이번 판단이 조 전 장관의 공직자윤리법 위반을 물론이고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조계는 이번 선고가 조 전 장관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부장판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24일 본지 취재에 "정경심 교수가 항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이상 이번 재판부 판단이 조국 재판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완전히 동일한 내용의 혐의를 그대로 인정할지 여부는 조국 재판부 머릿 속에 들어가보지 않는 이상 확언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그는 "이번 판결은 1심에 불과하고 재판부가 같지도 않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조 전 장관과의 공모를 좁게 인정하거나 혹은 더 넓게 인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반면 한 현직검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정경심 재판부는 이들 부부의 딸 조 씨가 의학전문대학원에 제출한 7개 허위 증명서 중 2건은 조국 부부가 공모해 벌인 것으로 봤다"며 "실제 허위 확인서를 발급한 자는 조국이고 호텔 실습수료증과 인턴확인서 또한 조국이 준비했다고 봤다"고 언급했다.

그는 "내년 다음 달부터 당장 조국 부부는 형사 21부 심리로 열릴 자녀 입시비리 사건 재판에 함께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며 "이 재판에서도 대부분 공모가 인정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현재 조 전 장관은 지난 3월20일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10여차례 재판을 받았다. '유재수 감찰무마' 혐의에 대한 재판부 심리는 종결됐다. '자녀 입시비리' 관련 혐의 심리는 이제 막 시작한 단계다.

조 전 장관이 재판 과정에서 일관되게 각종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는 가운데, 정 교수의 1심 선고가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