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선거개입·원전 조기폐쇄 등 공수처 출범 전까지 '검찰 칼날' 청와대로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주문, 대통령이 신청인에 대하여 한 정직 처분의 효력을 정지한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부장판사 홍순욱 김재경 김언지)가 윤석열 검찰총장이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낸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하는 결정을 내리면서 사태가 급변했다.

윤석열 총장의 남은 임기는 내년 7월 말까지다. 법원의 이번 결정으로 윤 총장은 앞으로 7개월간 업무에 매진할 수 있게 됐다.

법조계는 법원의 이번 결정이 윤 총장의 완승, 추미애 장관과 문 대통령의 완패와 레임덕 가속화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 사진 좌측부터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문재인 대통령./사진=(좌)연합뉴스, (우)청와대 제공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재판부는 본안 소송에 준하는 내용으로 심사에 임했다"며 "추 장관의 난동에 침묵하던 문 대통령의 징계 재가까지, 그 모든 것을 막아서는 한수였다"고 평가했다.

그는 "며칠 전 문 대통령이 김명수 대법원장을 청와대로 불러 위압 행세를 벌였지만 재판부는 그에 아랑곳 하지 않고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 과정이 정당치 않음을 인정한 것"이라며 "개인적으로는 국회에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이 대법관에게 정부 예산 3000만 원을 흔들면서 '살려달라고 해보라'는 언행을 일삼은 것이 법관들에게 충격을 던졌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이러한 입법부 태도는 정치 성향을 떠나 집권여당의 오만함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라며 "윤 총장 복귀라는 법원의 이번 결정은 정경심 동양대 교수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공모 적시 등 정경심 1심 판결과 함께 우리 사법시스템이 아직 무너지지 않았다는 반증"이라고 덧붙였다.

검찰 내부에서는 법원의 이번 결정을 환영하면서 문재인 정권 핵심을 겨냥한 수사에 더 불이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지방검찰청의 한 현직 검사는 이날 본지 취재에 "재판부는 2차 심문기일을 잡으면서 숙고를 거듭했다"며 "추미애 장관의 징계 청구 강행이 위법하고 정당성 명분 또한 없음을 그대로 보여줬다"고 지적했다.

그는 "윤 총장은 복귀하자마자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과 월성 1호기 원전 조기폐쇄 사건에 대해 본격적인 수사지휘에 나설 것"이라며 "산업부 공무원 3명에 대한 기소를 이미 마쳤고 연루된 청와대 관계자들 소환 조사가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또한 그는 "추미애가 이미 자진 사퇴의사를 밝혀 이번 재판은 현직으로서 두 사람의 마지막 승부가 될 것으로 보였지만 윤 총장의 완승으로 끝났다"며 "공수처 출범과 별개로 문재인정부의 검찰개혁 내세우기가 동력을 잃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법조인은 이날 본지 취재에 "상황이 이렇게까지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추미애가 장관 인사권을 여전히 행사해 오는 1월 검찰 지휘라인을 대거 교체하는 등 윤 총장 수족을 잘라내기 바쁘겠지만 그 위세가 언제까지 갈까 싶다"며 "윤 총장 찍어내기에 앞장섰던 추 라인 검사들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자진해서 사퇴하는 것이 최소한의 도리"라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법무부는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처분이 대통령 재가를 거쳐 합법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법원이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심각한 내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추 장관이 당장 사퇴할지, 1월 검찰 정기인사까지 자신의 인사권을 휘두른 후 그만둘지 주목된다.

자신과 문 대통령의 위신은 땅에 떨어진지 오래라는 법조계 평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권 핵심이 연루된 사건 수사는 더욱 활기를 띌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