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예방경찰관, 증원해도 1인당 6321명 맡아
예산·인력 확충이 '핵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아동학대처벌법 등 일명 '정인이법'이 여야 합의로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되지만 사건 보도 6일 만에 법 개정을 하는 등 졸속입법 우려가 크다.

법조계 및 아동학대 전문가들의 관심과 촉구 속에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개정안이 이날 통과될 예정이지만, 갈 길은 멀다.

우선 총 18건의 아동학대처벌법안을 병합 심사해 이날 본회의에 상정되는 개정안은 신고 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하는 즉시 관계기관이 조사(아동학대 전담공무원) 및 수사(사법경찰관)에 착수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삼는다.

또한 이들이 현장 출동해 조사한 결과를 서로 통지, 공유하면서 출입가능한 장소는 현장뿐 아니라 해당 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로 확대했다. 응급조치시 아동학대 행위자의 주거지나 차량에 출입 가능하도록 했다.

이뿐만 아니다. 아동학대 사건 증인에 대한 신변안전 조치 조항을 신설했고, 가해자와 피해 아동을 분리해 조사할 것을 명시했다.

   
▲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사진=연합뉴스

보완입법이 필요한 부분은 여러가지로 꼽히는데, 가장 큰 관건은 예산과 인력 확충이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7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긴급현안질의에서 "아동학대 전담부서를 설치한다는데 단순히 부서 만들고 담당관 둔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게 아니다"며 "양천경찰서에 학대예방경찰관이 2명인데, 담당하는 모니터링 대상 숫자를 고려하면 업무량이 너무 많다"고 지적했다.

서범수 국민의힘 의원 또한 이날 질의에서 "학대예방경찰관의 현재 인원이 628명이고 내년도 증원되어도 699명인데 1인당 아동 6321명을 맡아야 한다"고 밝혔다.

사건을 계기로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예산과 담당국 신설 등 인력 확충도 같은 맥락이다. 시군구별로 전담공무원이 전부 있을 않을 뿐더러, 전담공무원과 아동학대 담당 사법경찰관의 경우 업무 과중으로 인해 기피 보직이 된 것이 현실이다.

사건의 핵심은, 기존 제도 하에서 3차례 신고가 들어갔으나 정인이를 구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가 아무 것도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기존 제도 하에서도 이런 사건이 발생했는데, 아동보호를 위한 물리적인 조건을 갖추지 않으면 법 개정안을 내놓아도 유사 사건을 막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일어난다.

아동보호의 물리적 조건은 다음과 같다. 분리조치한 후 아동을 보낼 아동보호시설이 지역별로 충분히 있어야 하고, 분리하는 내용과 방법 또한 아이들의 심리적 안정과 양육을 위해 세밀하게 갖춰져야 한다. 즉시분리가 정답이 아니라 학대받은 각 아이들이 가장 원하는 방식과 내용으로 분리를 어떻게 하느냐가 핵심이다.

서울 한 자치구에서 아동학대 업무를 맡고 있는 공무원 A 씨는 8일 본보 취재에 "학대받는 아이들은 대부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이유로 다시 돌아가는 경우가 많다"며 "보호아동을 위한 시설을 만들고 거기에 인력과 예산을 넣어야 한다"며 "전담공무원이든 사법경찰관이든 아이를 진료한 의사든 사건 처리과정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신분비밀 및 면책권이 주어져야 한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현행 법상으로는 2회 신고시 아이를 기계적으로 즉시분리하게 되어 있는데, 즉시분리하고 난 뒤가 가장 큰 문제"라며 "무조건 떼어놓는게 답은 아니다. 어떻게 잘 떼어놓을지, 떼어놓고서 아이를 어떻게 케어할지에 대해 제도적으로 보장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동 학대를 미연에 방지하고 설사 일어났을 경우 어떻게 조치해야 할까. 어른들의 방치 속에 숨져간 정인이의 생명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치다. 인권을 위한 최소한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추가적인 보완입법과 예산 투입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