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검사들 인사가 '만사'…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 "성역 없이 수사"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김진욱 초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여야 간 큰 이견없이 마무리된 가운데, '여야 아닌 국민 편 되겠다'는 김진욱 공수처장 후보자의 일성이 잔잔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이상론을 내걸고 자신감을 비춘 김 후보자가 부딪혀야 할 산은 만만치 않다.

공수처 차장 임명에서부터 공수처 검사 선정을 위한 인사위원회 구성까지 조직 인선 각 과정에서 여야가 격돌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실질적인 출범까진 난항이 예상된다.

김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현직 검사를 받지 않겠다"며 "충분한 법조 경력과 수사경험 여부, 공수처 '역사적 사명'에 대한 인식을 꼼꼼히 따지겠다"고 밝혔다.

   
▲ 김진욱 초대 공수처장 후보자가 지난 1월 1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답변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법조계는 '인사가 만사'라며 대체적으로 '앞으로 더 지켜볼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선 차장부터 관건이다. 공수처장이 차장을 제청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는데, 친문이 아니라 반드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지킬 인물이어야 한다는 '명분론'이 거세다.

공수처 검사 선정도 관심을 모은다. 7인으로 구성된 공수처 인사위원회의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데, 이 인사위는 처장·차장을 비롯해 처장 위촉 1인·여당 추천 2인·야당 추천 2인 등 총 7명으로 구성된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김 후보자가 현직 검사를 파견받지 않겠다고 천명한 이상, 친문으로 평가받는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들이 대거 공수처 검사로 들어갈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이용구 법무부 차관 사건에서 알 수 있다시피 친정권 성향에 따라 수사대상을 가리거나 사건의 실체를 왜곡하고 덮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김 후보자는 19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에 대해 "성역 없이 수사하겠다. 정치적 외압에 대한 방패막이가 공수처장의 첫 과제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또한 검사 선정에 대해서도 "출범 즉시 공정하고 투명한 채용 절차를 마련해 다양한 경력과 배경을 가진 유능한 인재를 선발하겠다"며 "내부에서 견제와 균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직제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현직 부장검사는 20일 본보 취재에 "어제 김진욱 후보자가 언급한 대로 공수처 1호 사건은 상징적인 의미가 매우 크다"며 "사실과 법에 입각하겠다고 한 만큼 공정하고 엄정하게 사건을 선정하리라 보지만, 살아있는 권력부터 겨냥하고 나서야 공수처의 존재 의의-진짜 명분이 살아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김 후보자가 청문회에서 잘 지적했다. 검찰이 목적을 정해 놓는 수사 때문에 무리하게 수사하는 관행이 생겼다고 하는데 일부 맞는 말"이라며 "정권에 불리한 수사나 기소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거나 왜곡하려는 시도가 있을 수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향후 월성 1호기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사건을 비롯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 김학의 불법 출국금지 사건 등에 대해 주목하고 있다. 공수처가 다른 독재국가처럼 권력의 손과 발이 되는 것을 방지하려면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후보자 또한 앞서 청문회에서 공수처 역할에 대해 "실체적 진실 발견과 동시에 헌법이 명령하는 기본권 보호에 소홀하지 않은 선진 수사가 공수처가 지향해야 할 방향"이라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대법원은 지난해 9월 10일 국회 법사위에 제출한 개정안 검토의견서에서 "우리 헌법 정신과 가치에 부합하는 수사기관의 본질적 권한과 책무, 고위공직자범죄 척결을 위한 수사기관 간 견제와 균형의 원칙 등이 실체적 절차적으로 손상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해 6월 25일 열린 공수처 설립준비단의 대국민 공청회에서는 다수의 전문가가 입을 모아 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중립성과 관련해 수사 및 기소 단계에서 합의체적 의사결정의 필요성, 수사 및 기소 조직의 분리, 별건수사 제한, 변호인 조력권-방어권 강화, 내부고발자 보호, 심의위 통한 영장 청구 검토, 외부전문가 위원회로 견제 등 여러 방안을 내놓았다.

향후 김 후보자가 이끌게 될 공수처가 어떤 길을 걸어갈지 주목된다. 독재정권의 하수인이 될지, 추상과 같은 엄정함으로 온 국민의 성원을 받는 형사사법기관으로 자리매김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