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빅배스 이후에도 사우디 현장서 손실 이어져
미청구공사 900억원·공사미수금 500억원 남아 있어
GS건설 "손실 이미 반영…추가 손실 가능성 거의 없어"
[미디어펜=이동은 기자]GS건설이 중동지역 플랜트 공사에 대해 지난 2013년 빅배스(대규모 손실처리)를 단행했지만, 여전히 해외 법인에서 지속적으로 손실이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법인에 대여금과 미수금 등의 명목으로 7500억원에 달하는 거액을 투자했지만 상당부분 손실처리돼 기반영됐다.

   
▲ GS건설 대여금 및 대손충당금 추이./자료=GS건설 사업보고서


21일 미디어펜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 공시자료를 분석한 결과, GS건설의 대여금은 지난 2011년말 9052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1조7715억원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건설사의 대여금은 상당 부분 시행사의 사업비나 자회사의 공사비 등을 선지급하는 목적으로 지급된다.

그런데 GS건설의 대여금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2011년 2745억원이던 대여금에 대한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9월말 7425억원으로 뛰었다. 전체 대여금의 약 40%에 대해 돌려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손실처리하고 있는 것이다. GS건설은 단기대여금 6063억원 중 3482억원(57.4%), 장기대여금 1조1652억원 중 3943억원(33.8%)을 대손충당금으로 쌓았다.

GS건설 대여금의 절반가량은 종속기업, 특히 해외법인으로 들어갔다. 종속기업에 대한 GS건설의 단기대여금은 4435억원, 장기대여금은 4189억원으로 비중이 각각 73.1%, 35.9%에 달한다. GS건설 대여금이 가장 많이 들어간 종속기업은 사우디아라비아 시공법인 'GS Construction Arabia(아라비아법인)'이다. 종속기업을 포함한 계열사 대여금 9158억원 가운데 5320억원이 아라비아법인에 빌려준 것으로, 계열사 대여금의 60%에 달한다. 아라비아법인에 대한 대여금은 2012년말 56억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5320억원까지 늘어났다. 

GS건설이 아라비아법인에 준 대여금은 현지 플랜트 공사 등에 소요되는 공사비를 지원한 것인데, 대부분 손실로 귀결되고 있다.

   
▲ 아라비아법인에 대한 채권 및 대손충당금./자료=GS건설 사업보고서

GS건설은 대여금뿐 아니라 미수금에서도 상당한 대손충당금을 적립하고 있는데, 대여금과 마찬가지로 대규모 대손 비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9월말 현재 총 8000억원의 미수금 중 4500억원이 대손상각됐다. 미수금은 재고자산 외에 유·무형자산이나 유가증권을 매각하고 받지 못한 자금이다. 미수금 중 약 30%인 2296억원이 계열사에 대한 채권인데, 거의 전액 대손처리된 것으로 보인다. 또 미수금 손실의 주범 역시 다름 아닌 아라비아법인이다. GS건설이 아라비아법인에 대해 보유하고 있는 금전채권 중 매출채권과 대여금을 제외한 기타채권이 2587억원인데, 이중 대부분이 미수금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GS건설의 아라비아 법인에 대한 채권은 대부분 손실로 이어졌다. 대여금 5320억원, 기타채권 2587억원 등 총 7907억원 가운데 7517억원이 이미 대손처리 된 것이다. 특히, GS건설이 빅 배스를 단행한 2013년 이후 아라비아법인에 대한 자금 제공과 그로 인한 손실이 오히려 더 커지고 있다. 2013년말 아라비아법인에 대한 대여금은 1163억원이었으나 2014년에 1418억원, 2015년 844억원, 2016년 902억원, 2017년 217억원, 2018년 155억원 증가했고, 2019년 226억원이 상환됐으나 지난해 9월까지 다시 292억원을 추가로 대여했다. 현재 존재하는 대여금의 대부분이 빅 배스 이후 제공된 것인데, 여전히 손실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 아라비아법인 매출 및 당기순손익./자료=GS건설 사업보고서

아라비아법인은 GS건설이 2007년 6월 사우디아라비아 알코바에 현지기업인 알자밀 그룹과 공동으로 설립한 시공법인이다. 초기 자본금은 800만 사우디 리얄(미화 213만달러)로 GS건설이 51%, 알자밀 그룹 자회사인 AGC가 49% 지분을 가지고 있다. GS건설의 사우디아라비아 공사를 담당하는 시공법인이다.

아라비아법인은 2012년 이후 2018년 한 해를 빼고 매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GS건설이 2013년 중동 플랜트 공사의 부실을 대대적으로 정리한 이후에도 2015년 1245억원, 2016년 2829억원, 2017년 1437억원의 손실을 봤다. 2018년에는 1133억원의 이익을 기록했는데, 빅배스 당시 손실 처리한 공사비 등이 환입되면서 일시적으로 흑자전환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2019년 275억원, 지난해 9월까지는 170억원의 손실을 보고했다. 

실제로 GS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한 라빅, PP-12 프로젝트에서 대규모 손실이 발생했었다. 저가 수주를 한데다가 유가 하락, 사우디제이션(자국민 우선 고용) 등에 따른 공기 지연으로 손실 폭이 커졌다. 라빅 프로젝트는 GS건설이 2012년 수주한 프로젝트로 사우디 홍해연안에 종합석유화학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GS건설은 전체 프로젝트 가운데 CP3&4와 UO1 사업을 수주했으며, 공사 규모는 2조740억원에 달했다.

당초 GS건설은 2012년 착공해 2015년 완공할 예정이었지만 공사가 지연됐다. 2016년말 기준 진행률은 98.55%로 공사가 거의 마무리된 상태였지만 미청구공사는 610억원, 공사미수금은 593억원이었다. 이후 미청구공사는 장부상 없어졌지만 회수가 됐는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9월말 여전히 공사미수금 536억원이 남아 있어 정산을 다 받지 못한 것이다.

PP-12 복합화력발전소도 GS건설이 2012년 수주했다. GS건설은 현지 건설업체 벰코(BEMCO)와 각각 50% 지분으로 공동 입찰했으며, GS건설의 계약금액은 약 7270억원 규모다. 이 사업도 2015년 완공 예정이었지만 지연됐다. 2016년말 기준 진행률 96.84%였지만 미청구공사가 1275억원에 달했다. 지난해 9월말 여전히 905억원의 미청구공사가 남아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남아있는 공사미수금과 미청구공사를 받기 위해 발주처와 지속적으로 협상하고 있다”며 “현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진행하는 공사에서 그동안 발생한 손실은 이미 다 반영됐기 때문에 향후 추가 손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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