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오세훈은 중도층, 안철수는 보수층 구애
중도층 지지 약한 국민의힘, 당세 약한 안철수
상대 진영 공략에 본선 승리 여부 달려 있어
[미디어펜=조성완 기자]4·7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보수야권 후보단일화 과정이 ‘7부 능선’을 넘은 가운데, 예비후보들이 상대 진영 한가운데로 과감하게 침투 작전을 펼치고 있다.

우파 이념을 강조했던 나경원 국민의힘 예비후보는 진보 성향의 조정훈 시대전환 예비후보를 만나는 등 외연 확장에 적극적이다. 같은 당 오세훈 예비후보는 나 후보의 ‘강성 보수’ 이미지를 지적하면서 본인의 ‘중도 스탠스’를 부각시켰다.

중도 혁신을 표방해 온 안철수 국민의당 예비후보는 보수 진영 정치인들은 연달아 만나면서 ‘우클릭’ 행보를 진행 중이다. 

나 후보는 오는 27일 조 후보와 정책토론회를 가질 예정이다. 조 후보는 23일 MBC라디오에 출연해 “(나 후보가) 연락을 해 오셔서 저를 합리적 진보라고 칭했다”면서 “자신을 합리적 보수라고 말하는데, 합리적 보수의 핵심이 무엇인가, 본질이 무엇인가 질문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나 후보는 노무현 정부에서 정보통신부 장관을 지낸 진대제 전 장관을 영입하는 등 과거 황교안 당 대표 시절 그가 갖고 있던 강경한 보수의 색채를 빼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한 국민의힘 나경원 예비후보(왼쪽)와 오세훈 예비후보가 23일 서울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3차 맞수토론에서 토론을 하고 있다./사진=국민의힘 제공

국민의힘 내 중도 이미지를 선점해오던 오 후보는 이런 나 후보를 향해 연일 “강경 보수”라고 지칭하면서 견제에 나섰다. 그는 지난 22일 MBC ‘100분 토론’에서는 "'짜장면·짬뽕론'을 이야기한 게 불과 보름 전"이라며 "중도는 실체가 없다고 한 것에 대한 답변"이라고 말했다.

또 "황교안 전 대표처럼 참회록을 썼어야 했다"며 "강경 보수는 제가 규정한 게 아니다. 본인 스스로가 노선을 정한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같은 중도 행보는 국민의힘 후보가 응답자의 지지 정당을 묻지 않는 ‘완전 국민 경선제’로 치러지는 만큼 외연 확장은 필수라는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안 후보와의 최종 단일화 과정이나 이후 서울시장 본선에서도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지난 1차 컷오프에서 나 후보와 오 후보의 색깔은 선명하게 드러났다”면서 “최종 경선이 완전 국민 경선제인 점을 감안하면 당심과 함께 민심이 승부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안 후보의 ‘우클릭’ 행보도 같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는 선거 출마를 선언한 이후로 김동길 연세대 명예교수,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조순 전 서울시장 등을 만났으며, 지난 20일에는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를 만났다.

23일 서울 동작구 김영삼도서관을 방문한 자리에서는 김무성 전 의원,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차남인 김현철 김영삼민주센터 상임이사와 만났다. 방명록에 '대도무문(大道無門) 정신과 유언으로 남기신 통합과 화합 정신을 이어받아, 무너진 민주주의를 다시 세우겠습니다'라고 적었다.

   
▲ 안철수 국민의당 서울시장 예비후보가 지난 20일 인명진 전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만났다./사진=안철수 예비후보 페이스북 캡처

안 후보가 ‘제3지대 단일화’에서 승리하더라도 본선 무대에 오르기 위해서는 국민의힘 후보와 한판 승부를 펼쳐야 한다. 아직 구체적인 보수야권 후보 단일화 룰이 정해지지 않았지만 ‘100% 국민경선제’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다. 

중도층의 지지를 받고 있지만, 국민의힘에 비해 상대적으로 당세가 약한 만큼 보수층의 지지는 안 후보에게 필수적이다. 

MBC ‘100분 토론’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9일부터 20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야권 단일 후보의 정당을 물었을 때 국민의힘 후보가 국민의당 후보보다 적합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온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이와 관련, 안 후보는 24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진보, 보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너져가는 이 나라 민주주의, 법치, 공정, 정의, 상식 같은 것을 누가 지키고 일으켜 세울 것인가 그것을 고민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오히려 공동체 가치와 규범이 무너지고 있는 이 상황, 민생이 파탄 나고 있는 이런 상황에서 진보, 보수 타령하는 사람들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사람들”이라면서 “여러 가지 위선적인 권력자들의 위선적 행태들이 보이고 있는데 견제가 되지 않는다. 이걸 바로 잡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해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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