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여당의 검찰개혁 작심비판...조기사퇴도 고려하는 듯
서울시장 보궐선거 앞두고 윤석열 행보에 보수야권 촉각
[미디어펜=조성완 기자]윤석열 검찰총장이 여당의 검찰개혁을 작심 비판하면서 다시 정치의 중심에 섰다. 정치권에서는 윤 총장의 조기 사퇴까지 거론되면서 4·7 재보궐 선거의 판을 뒤흔들 핵심 이슈로 부상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윤 총장은 지난 1일 이례적인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100번이라도 직을 걸고 여권 일각에서 추진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 신설을 막겠다며 국민들이 지켜봐 달라고 대대적 여론전을 펴고 나섰다. 

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도 "검사장이든 총장이든 대단한 자리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일을 똑바로 하는 게 중요하다. 좋은 자리 보내준다고 수사를 접을 것이냐. 자리 그까짓게 뭐가 중요한가"라고 말했다. 경우에 따라서는 조기 사퇴도 고려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윤 총장의 임기는 오는 7월 24일 만료된다. ‘공직자’에서 ‘자연인’으로 돌아가면서 자연스럽게 대선주자로 나설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되는 시점이다. 그런 윤 총장이 긴 침묵을 깨고 정부·여당에 대한 작심 발언을 쏟아낸 것은 사실상 차기 대권 출마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는 시각이 강하다.

   
▲ 윤석열 검찰총장./사진=연합뉴스

실제 윤 총장은 현재 여론조사에서 야권의 대선주자로 분류되는 인물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두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했다. 지난 지난달 22~26일 리얼미터가 전국 2356명에게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윤 총장은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같은 15.5%로 공동 2위를 기록했다. 1위는 23.6%인 이재명 경기도지사였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3일 ‘미디어펜’과의 통화에서 “시점과 내용을 보면 정치적 의도가 다분한 발언”이라면서 “‘추윤 사태’가 마무리되면서 지지율이 빠지는 시점에 작심 발언을 내놓으면서 또다시 여론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특히 여당의 검찰개혁 압박 속에도 침묵을 지키던 윤 총장이 대선의 전초전으로 여겨지는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를 불과 한달여 앞둔 상황에서 공개적인 비판을 내놓으면서 선거에 미칠 영향에 정치권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차기 대선에서 야권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프레임은 ‘정권 심판론’이다. ‘살아있는 권력’에 맞선 이미지가 최대 무기인 윤 총장은 대선주자로서 최적의 무기를 손에 쥔 셈이다. 더구나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총장의 주요 지지층이 보수와 중도층으로 나타났기 때문에 ‘윤석열’을 얻게 되면 보궐선거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다.

   
▲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왼쪽)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사진=연합뉴스

이미 보수야권에서는 치열한 물밑 경쟁이 시작된 분위기다. 

지난 1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토론에서도 4명의 후보 중 3명은 윤 총장의 대권 도전에 대해 찬성했다. 나경원 후보는 “문재인 정권의 탄압에 대표적으로 저항한 인물이 윤 총장”이라며 “대권에 도전할 자격이 충분히 있다”고 손짓을 보냈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2일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수사청은 헌법상 삼권분립 파괴일 뿐 아니라 완전한 독재국가, 완전한 부패국가로 가는 앞잡이 기구”라면서 윤 총장의 발언에 힘을 실었다.

보수야권 후보단일화를 앞둔 안철수 국민의힘 대표에게도 윤 총장은 꼭 필요하다. 특히 안 대표가 야권단일화를 통해 서울시장에 당선된다면 윤 총장과 함께 야권 재편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

안 대표는 그동안 윤 총장을 적극적으로 지지하며. 정부의 검찰개혁을 비판해왔다. 지난해 1월 법무부의 검찰 중간간부 인사 결과에 대해서도 윤 총장을 응원했던 안 대표는 이번에도 윤 총장의 발언에 “전적으로 공감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힘의 한 관계자는 “윤 총장이 보궐선거 이전에 직은 던질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만, 이 순간부터 그의 발언은 선거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게 됐다”면서 “단일화 샅바 싸움이 치열해질수록 ‘윤심’에 이목이 집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여론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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