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접종 시작...임상 참가자 모집 차질 우려
해외임상 불가피...데이터 비교연구 대안 될 수도
[미디어펜=김견희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서 국내 백신 개발사들의 임상시험 방식에 관심이 쏠린다. 국내 개발사들이 내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상 참가자 모집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아스트라제네카의 코로나19 백신./사진=청와대


3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임상시험 허가를 받은 코로나19 백신 개발사는 6곳이다. 이중 국내 바이오 기업은 제넥신, 진원생명과학, SK바이오사이언스, 셀리드, 유바이오로직스 5곳이다. 

제넥신은 DNA백신 1·2a상을 진원생명과학은 DNA백신 1상을 SK바이오사이언스는 단백질 백신 1상을 셀리드는 바이러스벡터백신 1상을 유바이오로직스는 합성항원백신 1상을 연구개발 중이다. 제넥신은 연내 식약처 조건부승인 신청과 해외 긴급사용승인을 목표로 하며, 진원생명과학도 하반기 내 임상 3상 진입을 목표로 연구개발 중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내년 상반기 백신 출시를 위해 연구개발에 매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하반기 임상 2, 3상에 진입할 국내 기업들이 임상 참가자 모집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된 가운데 항체 보유자가 늘어나면서 대규모 임상시험 참가자 모집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 것이다. 보건당국은 올해 하반기 전국민 70% 접종을 완료하고 집단면역을 형성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해외 임상시험 역시 비용적인 문제로 바이오 벤처 기업이 감당하기엔 무리수다. 셀리드 관계자는 "백신을 개발한 글로벌 기업의 경우 다양한 국가에서 경험과 인프라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해외 임상도 보다 수월하게 진행하는 것이지 국내 바이오벤처가 독단적으로 해외 임상시험을 진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범정부적 지원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백신의 경우 조건부승인을 하기 위해선 유의미한 임상 3상 중간결과 데이터를 확보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선 수백명 단위가 아닌 대규모 피험자 참여자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다. 이에 대해서 셀리드 관계자는 "대규모 임상시험이 아닌 여건에 맞춰 비교 연구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다"며 "백신 개발에 성공한 글로벌 기업들의 임상 데이터를 표준화해 개발 중인 백신과 비교 임상시험을 하도록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준다면 임상시험 피험자 모집 부담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변이 바이러스 위험성이 높은 상황에서 데이터를 객관화해 비교연구를 진행하는게 쉽지 않다는 입장도 있다. 제넥신 관계자는 "비교연구 방식을 정부가 나서 마련해준다면 기업 입장에선 편하긴 하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 백신 개발 연구 자료를 객관화할만큼 충분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할 수 있을 지는 의문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제넥신은 우리나라에서 임상 3상 시험을 진행하기엔 다소 무리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하반기 내 해외임상 돌입할 계획"이라며 "인도네시아와 실무적인 협의를 거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진원생명과학도 같은 이유에서 해외 임상시험을 염두에 두고 있다. 진원생명과학 관계자는 "현재 진행 중인 임상 1·2a상 이후 후기 임상을 계획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해외임상이나 비교임상 등 흐름에 따라 전략적으로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바백스로부터 이전 받은 기술 이 외에 2개의 자체 백신 후보물질을 개발 중인 SK바이오사이언스는 "국내 임상시험만으론 한계가 있어 관련 학계와 기관들과 논의 중이다"며 "글로벌 기업들에 비해 뒤쳐지더라도 기술 자체를 확보하고 팬데믹을 극복할 수 있는 백신 주권을 가지는 데 의미를 두고 개발에 매진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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