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조, 작년 교섭 타결 세 달 만에 올해 교섭 체제 돌입
매년 반복되는 소모적 줄다리기…"교섭 주기 늘리는 방안 고민해야"
[미디어펜=김태우 기자]국내 완성차 업체들이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금속노조가 또 다시 임금 인상을 추진하고 있어 생존까지 위협받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 /사진=미디어펜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 한국지엠 노조의 상급단체인 금속노조는 54차 정기대의원대회를 열고 올해 공동요구안을 기본급 9만9000원 인상으로 확정했다.

금속노조의 공동 요구안은 산하 지부와 지회가 교섭권을 갖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된다. 완성차 3사 뿐 아니라 현대중공업 등 조선업체나 중견·중소기업들까지 업종이나 기업 규모와 무관하게 동일한 요구안을 사측에 제시한다.

지난해의 경우 12만304원, 2019년은 12만3526원이 금속노조 공동 요구안이었다.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기업 실적 악화 등을 감안해 액수를 낮춘 급액이지만 기업입장에서는 여전히 부담이 큰 금액이다. 

금속노조는 이 외에도 △교섭주기·교섭시기 통일 △조합간부 유급 교육시간 확보 △산재사망시 유가족 우선, 특별 채용 등을 필수요구안으로 확정했다.

지난해 교섭 과정에서 발생한 노사 갈등의 여파가 채 가시지 않은 상태에서 짧은 냉각기를 거쳐 다시 교섭에 나서야 하는 상황은 완성차 업체들에겐 큰 고역이다.

이에 재계에서는 노사가 매년 한 해의 절반 이상의 기간을 소모적인 힘겨루기로 보내는 비효율적인 상황을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노동법상 임협은 1년 주기, 단협은 2년 주기로 교섭하게 돼 있지만 통상 노조 측에서 임협 과정에서도 단협성 요구안을 내놓는 경우가 많아 사실상 매년 임단협을 치르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 된다.

올해는 임단협이 예정된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4사는 임협만 타결하면 되지만 실질적으로는 단협까지 놓고 줄다리기를 벌여야 할 상황이다. 이 때문에 한국지엠은 노조에 단협이 포함된 해에만 교섭을 진행하는 2년 주기 교섭을 제안했으나 노조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기아와 한국지엠은 지난해 말 극심한 진통 끝에 임단협 타결에 이르렀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교섭을 마무리 짓지 못한 채 올해까지 진행 중이다.

르노삼성은 지난해 교섭이 계속해서 늦춰진다면 올해 교섭분까지 2년치 교섭을 동시에 진행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2019년도 교섭을 지난해까지 마무리짓지 못한 채 2020년도 교섭과 묶어서 2년치 진행한 바 있으며, 그마저도 아직까지 타결에 이르지 못해 2021년도 교섭까지 얹어 3년치 교섭을 진행할 상황까지 놓였다. 르노삼성 역시 이같은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올해에는 노사간 접점을 찾기 힘든 쟁점 사안도 산적해 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전용 전기차 생산에 나서면서 향후 전기차 전환에 따른 인력투입 감소가 고용불안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노사가 머리를 맞대야 한다.

   
▲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 /사진=현대차 제공


한국지엠 역시 내수와 수출이 동반 감소를 보이고 일부 차종이 단종되면서 고용불안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지난해 흑자 전환에 실패한 가운데 모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측의 비용절감 압박이 심해지면서 임금 인상 여력도 없는 형편이다.

금속노조 산하가 아닌 기업노조가 교섭권을 가진 르노삼성과 쌍용자동차도 올해 교섭에서 난항이 예상된다.

르노삼성의 경우 극심한 경영난으로 전사적 차원의 비용절감 계획 '서바이벌 플랜'에 나선 상태다. 전체 임원의 40%가 짐을 쌌고, 남은 임원들도 임금을 20% 삭감했다. 일반 직원들도 희망퇴직을 통해 400~500명이 구조조정됐다.

모기업인 르노 그룹이 수익성 중심의 경영 전략 '르놀루션(Renaulution)'을 발표하고 르노삼성 부산공장을 '수익성을 더욱 강화해야 할 사업장'으로 지목하며 비용절감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해 임금인상 여력이 없어 교섭 타결을 마무리 짓지 못한 가운데 올해도 상황은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

쌍용차 노조는 대표 노조인 기업노조 집행부가 그동안 '고용안정'에 중점을 두고 회사의 생존을 위한 사측의 노력에 힘을 보태는 경향을 보여 왔지만 올해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쌍용차 회생의 키를 쥔 산업은행이 단체협약 주기를 3년 단위로 연장할 것을 자금지원의 전제조건 중 하나로 제시한 가운데, 노조가 이를 수용할지 여부에 따라 노사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각종 쟁점사안들로 인해 올해 임단협 교섭은 지난해보다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는 게 완성차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이 급격하게 변하는 상황에서 매년 노사가 임단협 교섭으로 연말이나 이듬해 초까지 줄다리기를 벌이고 몇 달 지나 또 교섭을 시작하는 소모적 행위가 반복돼서는 생존할 수 없다"면서 "노조도 고용안정의 측면에서 교섭 주기를 늘리는 방안에 대승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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