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회장, 국민연금 힘입어 경영권 방어 나서…박 상무 대비 2배 가량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등 박 상무 쪽으로 기울어…소액주주 향방 주목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박찬구 회장과 박철완 상무 중 누가 일명 '조카의 난'의 승자가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열고 박 회장 측의 안건에 대한 찬성표 행사를 권고했다.

지난해 7421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등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최대 실적을 달성한 경영진을 교체할 경우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박 상무의 주주제안을 반대하면서도 박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것은 경영진 견제 측면에서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앞서 글로벌 최대 의결권 자문사 ISS에 이어 지난해말 기준 8.25%의 지분을 보유한 국민연금도 박 회장을 지지하면서 경영권 방어 가능성이 높아진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박 회장과 박준경 전무·박주형 상무를 합한 지분율이 14.84%로, 박 상무(10.0%) 보다 높은 상황에서 굵직한 원군들이 가세했다는 것이다.

금호석유화학과 자회사 노조들이 박 상무에 대한 반대 성명을 내고 연대 행동을 시사하는 등 지원사격을 하는 것도 경영진 교체 관련 리스크로 꼽힌다.

   
▲ 서울 을지로 금호석유화학 사옥/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그러나 2위 자문사 글래스루이스 뿐만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과 노르웨이 중앙은행 투자관리청이 박 상무 측에게 유리한 입장을 표명하면서 결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제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자문사 서스틴베스트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 등이 박 상무의 손을 들고 있다. 배임 등의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 받은 박 회장에 대해 이사회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박 상무가 들고 나온 고배당에 대한 견해도 엇갈리고 있다. 박 회장 측에서는 지급능력 및 2차전지 소재를 비롯한 투자금 비축 등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반면, 박 상무 측은 지나치게 보수적인 정책이라는 비판을 하는 중이다.

이와 관련해 최남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박 상무 측이 유리하게 전개되는 시점에 주가가 상승한다"며 "소액주주로서는 자사주 소각·경영진 보수 책정에 대한 객관성 확보 등 박 상무의 제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분석했다.

업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금호리조트 수익성 향상 및 배당정책 변화를 내거는 등 박 상무 측의 공격에 대응하고 있으나, 박 상무 측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 확대 및 '시총 50조원'을 비롯한 목표를 제시하는 등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면서 "결국 향방은 50%에 달하는 소액주주들의 표심에 달렸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금호석화 주총에서는 △재무제표·이익배당 승인 △정관 일부 변경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사내이사 선임 △사외이사 3명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이사 보수한도 승인 등의 안건이 다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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