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노조, 박 상무 성토…"10여년간 뭐하다가 회사 흔드나"
박 상무 "배당금 증액, 과도하지 않아"…법원, 안건 상정 결정
[미디어펜=나광호 기자]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가 2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노동조합이 경영진을 지지하면서 대결구도가 명확해지는 모양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금호석화 노조가 경영권 분쟁을 야기한 박철완 상무에 대해 반발하고 나서면서 사측에 힘을 보태고 있다.

박철완 금호석화 상무는 최근 기자간담회를 통해 오너 경영체제를 탈피하고 전문 경영인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금호리조트 인수 등으로 볼때 현 이사회의 견제와 감시 기능을 신뢰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 인수 중단 △자사주 소각 △배당금 증액 △계열사 상장 △비영업용자산 매각 △사업전략 강화 등을 통해 5년 안에 시가총액 20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이날 11시20분 기준 금호석화 시가총액은 6조8705억원이다.

   
▲ 11일 서울 웨스틴 조선호텔에서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가운데)가 발언하고 있다./사진=플레시먼힐러드


또한 이병남 전 보스턴 컨설팅 대표, 최정현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교수 등의 사외이사 후보들도 추천했다. 이 전 대표는 기업의 중장기 비전과 감사 자문, 최 교수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역량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배당금 안건이 주총에 상정돼야 한다는 법원의 결정도 박 상무 측에 힘을 실어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박 상무는 금호석화의 현 배당액이 경쟁사의 5분의 1 및 코스피 평균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배당금 증액이 과도하다는 주장은 문제가 있다고 설파한 바 있다.

이에 전국화학노동조합연맹 금호석유화학노동조합은 성명서를 통해 "경영권 분쟁을 회사를 흔들고, 위기로 몰아가는 박 상무에 대해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배당금을 과다하게 책정하는 것은 사업분야 및 회사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없는 표심 잡기용 수단이며, 추천된 사외이사 후보들에 대한 의문도 제기했다.

특히 "지난 10여년간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회사를 위해 어떠한 비전을 제시하고, 무슨 노력을 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매출 4조8095억원·영업이익 7421억원 등 2010년 금호그룹 워크아웃 이후 최대 실적을 이뤄낸 경영진에 대한 신뢰를 담아 강경한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 금호석유화학 3개 노조 공동성명서/사진=금호석유화학그룹


3개 노조가 임금·단체협약 관련 사항을 사측에 위임하는 등 34년째 무분규 협의도 이어갔다. 이와 관련해 이치훈 여수공장 노조위원장은 "코로나19로 노동 현장의 어려운 상황 속에서 경영권 관련 논란이 확대됨에 따라 올해는 더욱 각별한 마음으로 협상권을 회사에 전부 위임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NB라텍스에 대한 선제투자로 결실을 거둔 데 이어 전기차·바이오헬스 시장규모 확대에 대응해 포트폴리오 확대를 노리는 상황에서 '실탄'을 소비하는 것이 맞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금호석화는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배터리소재를 비롯한 신사업에서 2025년까지 매출 1조7000억원을 달성한다는 전략으로, NB라텍스를 비롯한 기존 사업 역량 강화를 포함하면 향후 5년간 3조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박 상무 측 지분은 10% 수준으로, 박준경 전무 등 박찬구 회장 측보다는 4.87% 가량 부족하다"면서 "박 회장도 배당 규모 확대 및 ESG 역량 강화를 언급한 만큼 경영권을 방어할 공산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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