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무수행 안정' 도모, 소신껏 일할 수 있어 vs 불공정 소송 대비, 독립성 가능할지 의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중앙선관위윈회가(선관위)가 전 직원 3170명을 대상으로 배상책임보험 가입을 추진해 잡음이 가시질 않고 있다.

최근 4·7 재보궐 선거를 치르면서 공정성 논란이 일어났는데, 이와 맞물려 선관위가 이 시점에서 왜 책임보험 가입을 추진하느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겉으로 봐서는 아무 문제 없어 보인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9년 11월 '공무원 후생복지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서 2020년에 보장기간을 2015년 1월로 소급적용하는 '공무원 책임보험'을 도입했다. 이는 1년 단위로 가입을 갱신하는 보장제다.

선관위는 논란이 일자 입장문을 내고 "공무원의 직무 수행 안정성을 도모하고 소송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법령에 따른 정상적인 사업"이라며 "공무원 다수가 가입한 일반적인 보험상품"이라고 밝혔다.

   
▲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전경. /사진=중앙선관위 홈페이지 제공
선관위 관계자는 6일 본보 취재에 "소급담보기간 또한 다른 부처와 동일하게 2015년 1월로 적용해 추진한다"며 "올해 초부터 관련 계획을 수립한 후 조달청의 조달계약 절차를 추진했지만 2차례 유찰되어 현재에 이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하는 공정성 논란 소송을 대비한 것이라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며 "선관위의 경우 정부의 규정 개정 후 2년만에 처음 도입했다는 것이지 이미 많은 수의 다른 부처 공무원들은 보험에 가입해 있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도 직무 수행과 관련해 소송이 일어날 경우 그에 대한 지원 제도를 운영하는 중"이라며 "배상책임보험은 인사혁신처 및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다수의 공무원이 가입해온 일반적인 보험상품"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공무원 배상책임보험은 현재 국가공무원 30여만명과 지방공무원 10여만명이 가입해 있다. 전체 공무원 119만 5051명(2019년 12월 31일 기준) 중 삼분의 일이 들었을 정도다.

해당 보험상품은 선관위 소속 공무원이 검찰 및 경찰 수사를 거쳐 형사소송을 당했을 때에 기소 전 방어 비용으로 1000만원을 보전 받도록 설계되어 있다. 기소 후에는 1심 1000만원, 항소심 500만원, 대법원 상고심 500만원을 추가로 보전 받는다. 다만 기소 사건의 경우 확정 판결이 나온 후 보험금을 지급한다. 1인당 연간 3건(최대 9000만원)까지 보험 적용을 받는다.

국민의힘 이영 의원에 따르면, 현재 선관위가 처한 소송은 피소 2건, 소 제기 2건이다. 지난 2018년 1건, 2020년 3건이 제기된 상태다.

최근 4·7 재보궐 선거와 관련해서는 선관위가 문재인 대통령의 부산 가덕도 방문을 '직무상 행위'라고 해석한 것, TBS교통방송의 '1합시다' 캠페인을 문제 없다고 한 것, '내로남불·위선·무능·보궐선거 왜 하죠' 등의 문구를 금지한 것이 불거지면서 선관위가 '편파적'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또한 6일 중랑구 면목시장 앞에 걸려 있는 투표독려 현수막에는 파란 글씨로 '일등시민 일찍일찍 투표해요'라고 적혀 있는데 이는 선관위가 허용했다고 알려져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 보험 종류는 배상책임보험으로, 2015년 1월 1일~2021년 12월 31일(소급담보 기간 6년)을 보장 기간으로 했다. 2016·2020년 총선, 2017년 대선, 2018년 지방선거도 포함한다. /사진=연합뉴스
법조계 일각에서는 대체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한 현직 부장판사는 이날 본보 취재에 "중립성을 확보해야 할 선관위가 도리어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고 혼탁선거를 조장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책임보험 가입 여부와 시기와는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어보인다"며 "법정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관계인데 공정성과 중립성이 생명인 선관위가 이제서야 보험을 든다는 것이 의아할 정도"라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선관위 내부 인적 구성이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처럼 쏠려있다면 얘기가 다르다"며 "철저히 중립적인 태도를 고수해야 할 선관위가 이번 선거와 내년 대선에서 똑바로 처신하지 못할 경우 향후 대대적인 소송전에 처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어 "선관위가 공정 선거를 준비하려면 역할을 실제로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소송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한다"며 "그런 점에서 2019년 11월 정부가 시작했을 때 바로 들었어야 했다. 2020년 총선을 생각해서라도 말이다. 공무원들이 각자 자리에서 양심껏 소신있게 일하지 못한 요인일 수 있다"고 밝혔다.

부장검사 출신 한 법조인은 이날 본보 취재에 "선관위가 정상적으로 중립적으로 공정하게 운영되려면 일부 편향적인 선거 관련 판단에 대해 '내부자 고발'이 자유롭게 보장되어야 한다"며 "그러한 점에서 이번 책임보험이 내부자 고발에 따른 고발자 개인의 소송 비용도 커버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그는 "상하 지위를 막론하고 서로 견제하고 조심할 수 있도록 내부 감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여든 야든 정치적 성향과 무관하게 선관위가 향후 선거 관리를 독립적으로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선관위원장과 위원들 인사권을 청와대가 쥐고 있는한 누가 정권을 잡든 똑같은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향후 선관위 공무원들의 배상책임보험이 보장되어, 그들이 안심하고 소신껏 양심에 따라 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민주주의의 꽃인 선거에서 이를 직접 관장하는 선관위의 업무 수행은 칼같이 엄정하고 누가 봐도 공정해야 한다. 앞으로 선관위가 소송에 기대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수긍하는 객관적인 판단으로 존재 가치를 입증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