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손흥민(29·토트넘 홋스퍼)이 상대 선수한테 얼굴을 가격당해 쓰러졌는데, 오히려 상대팀 감독의 조롱을 받고 상대팀 팬들로부터는 인종차별 공격을 당하고 있다. 소속팀 토트넘은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며 손흥민 보호에 나섰다.  

손흥민은 12일 새벽(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토트넘홋스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1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홈경기에 선발 출전했다. 토트넘은 전반 40분 터진 손흥민의 선제골로 리드를 잡았지만, 후반 맨유에 3골이나 내주며 1-3으로 역전패를 당했다.

그런데 이 경기 후 손흥민은 논란에 휩싸였다. 바로 전반 34분께 손흥민이 파울을 당한 장면 때문이었다. 맨유 스콧 맥토미니의 드리블을 저지하려던 손흥민이 맥토미니의 오른손에 얼굴 부위를 맞고 쓰러졌다. 심판의 반칙 선언이 나오지 않아 플레이는 이어졌고, 폴 포그바의 패스에 이은 에딘손 카바니의 골로 맨유가 득점을 올렸다.

손흥민이 쓰러진 것을 본 주심은 VAR(비디오판독)을 거쳐 맥토미니의 파울을 인정하고, 골은 취소 결정을 내렸다. 주심이 VAR 확인까지 한 다음 내린 정당한 판정이었다.

하지만, 경기 후 맨유 솔샤르 감독은 손흥민이 파울 당한 장면을 두고 "만약 내 아들(SON)이 3분간 누워있고 다른 10명 동료가 그를 도와야 하는 상황이면 난 그에게 아무 음식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얼굴을 가격당해 쓰러진 손흥민이 '헐리우드 액션'을 했다며 조롱을 섞어 비난한 것이다.

솔샤르 감독의 이런 비상식적인 상대 선수 비난은 맨유 팬들에게 자극제가 된 듯했다. 손흥민의 개인 인스타그램, 맨유의 공식 트위터 등에 맨유 팬들이 몰려들어 비난에 가세한 것. "다음에 만나면 손흥민 얼굴을 부숴버려라" "FXXX 그건 골이었어" 같은 욕설은 물론 '개나 먹어라', '찢어진 눈' 같은 인종차별적인 표현도 다수 올라왔다.

솔샤르 감독의 손흥민 비난을 전해들은 조제 무리뉴 토트넘 감독은 "손흥민의 아버지가 솔샤르 감독보다 나은 사람이라서 다행"이라고 발끈하며 "아버지는 자식이 어떠한 행동을 하더라도 먹여 살려야 한다. 아이를 위해 음식을 훔쳐서라도 먹여야 하지 않느냐"고 손흥민을 '아들(SON)'에 빗대 조롱한 솔샤르를 꾸짖었다.

   
▲ 사진=토트넘 홋스퍼 공식 트위터


토트넘 구단은 손흥민에게 가해지는 인종차별을 묵과하지 않고 대응에 나섰다. 구단 공식 계정을 통해 "우리 선수(손흥민)가 혐오스러운 인종차별을 겪었다. EPL 사무국에 보고했으며, 가장 효과적인 조치를 위해 사무국과 고민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하고 "우리는 손흥민과 함께할 것"이라고 손흥민을 공개적으로 옹호했다.

한편, 잉글랜드프로축구심판협회(PGMOL)는 이날 맨유-토트넘전 판정 논란에 대해 "맥토미니가 자연스럽게 달리는 과정이었다고 보기 어렵다. 조심성이 부족한 (팔)동작이었다"며 맥토미니가 손흥민의 얼굴을 가격한 것을 파울로 선언한 주심의 판정은 옳았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당한 판정을 두고 불만을 나타내며 상대 선수를 비방한 솔샤르 감독이나,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손흥민을 공격하는 맨유 팬들이나 도를 넘은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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