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전력사용 비중 48%…패러다임 전환시 경쟁력 하락 우려
비용 부담 및 감축방법 부재 등 난관 산적…"현실적으로 어렵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정부가 2050 탄소중립 목표를 선언하고 업종별 로드맵을 마련하고 있으나 현장에서는 이를 따라가기 힘들다며 연착륙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에 참여 중인 기업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한 결과 응답기업 403개사 중 42.7%가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은 어렵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기업경쟁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질문에는 '경쟁력 약화 위기'라고 답한 비율이 59.3%로 가장 많았으며, 업종 존속 자체가 걱정된다는 비율도 14.9%로 집계됐다. 경쟁력 강화의 기회로 보는 기업은 25.8%에 머물렀다.

   
▲ (왼쪽위부터 시계방향으로) 포스코 포항제철소, 현대제철 당진제철소, 동국제강 당진공장, 세아제강 포항공장/사진=각 사


탄소중립 정책 대응과 관련해서는 '대응하지 못한다'가 35.2%로, '대응 중(31.0%)' 보다 많았으며, 33.8%는 '대응 계획 중'이라고 응답했다. 현재 규제 및 규제 강화 때문에 대응에 나섰다는 비율도 60.7%에 달했다. 반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실천과 기후위기 동참은 각각 16.9%·2.9%에 그쳤다.

대응하지 못하는 기업들은 △비용부담(41.7%) △감축방법 부재(31.3%) △우선순위에서 밀림(22.2%) 등을 이유로 들었으며, 감축 투자 지원과 탈탄소 혁신기술 개발 및 제도 합리화 등이 시급한 정책과제로 언급됐다.

철강·석유화학·정유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이 많은 한국이 다른 국가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탄소감축이 가능하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글로벌 카본아틀라스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611mt로, 중국·미국·인도·러시아·일본·독일에 이어 9위로 집계됐다. 그러나 1인당 배출량은 6위로, 미국을 제외하면 인구 5000만 이상 국가 중 한국 보다 많은 곳은 없었기 때문이다.

제조업 총생산량에 있어서도 한국은 2018년 기준 4590억달러로, 중국·미국·일본·독일에 이어 5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는 영국과 스페인을 합친 것보다도 많고, 멕시코를 제외한 남미 전역의 총합과 비슷한 수준이다.

   
▲ 포스코에너지 액화천연가스(LNG) 복합발전소 5·6호기/사진=포스코에너지


문재인 정부가 탈원전을 골자로 하는 에너지전환 정책을 펴면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가 본격적으로 많아지고 있지만 액화천연가스(LNG) 발전량이 더 빨리 늘어나는 것도 우려 사항으로 꼽힌다. 한국전력공사 전력통계속보에 따르면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2017년 3만817GWh에서 지난해 3만7830GWh로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LNG는 12만6039GWh에서 14만5983GWh로 확대됐다.

문제는 해가 지거나 바람이 멈추는 등 재생에너지 이용률이 줄어드는 상황을 만회하기 위해 발전설비를 껐다 켜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CO2)가 다량 배출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 LNG 발전기들은 연간 100회 이상 온·오프를 반복했으며, 국립환경과학원은 LNG 발전소 가동 초기 평균 CO2 농도가 정상가동 대비 155배 가량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정귀일 한국무역협회 전략시장연구실 연구위원은 "한국은 제조업 전력사용 비중이 48%로 크고 재생에너지 요금이 높아 탄소중립 체제로 전환시 제조 경쟁력 하락이 예상된다"면서 "발전원 탈탄소화를 단계적으로 실현하고, 재생에너지 간헐성 보완을 위해 그린수소를 공급할 수 있는 체인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