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무경 국민의힘 의원 주최…철강·석유화학·정유·시멘트 등 산업경쟁력 하락 지적
재생에너지 확대 따른 비용 부담·공급안정성 우려…태양광·풍력 잠재량 문제 여전
[미디어펜=나광호 기자]"대부분의 국가는 원전과 석탄을 동시에 줄이거나 재생에너지·액화천연가스(LNG)를 중심으로 전원을 구성하지 않는다. 부존자원 등 현실을 무시하고 전원계획을 구성하는 나라도 없다."

박주헌 동덕여대 경제학과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바람직한 에너지정책 토론회'에서 "탄소중립은 온실가스 순배출을 0으로 만든다는 것으로, 결국 배출량을 줄여야 달성 가능하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박 교수는 "2019년 기준 국내 최종에너지 소비 중 80.6%가 화석에너지에서 생산됐고, 지금까지 국내 CO2 배출량이 꾸준히 증가했다는 점에서 이를 뒤집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 따른다"며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탈석탄을 진행하고, LNG 확대 및 탈원전을 재고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 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바람직한 에너지정책 토론회'에서 (앞줄 왼쪽에서 3번째부터) 권성동·한무경·김기현 의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그는 "미국이 차세대 원자로를 개발하는 등 일본도 원자력 발전량을 늘리는 등 주요국들은 원전을 유지하거나 확대하는 정책을 펴고 있으나, 독일과 한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만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석탄발전의 좌초자산화 및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등의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겅조했다.

특히 "이미 제주도에서는 출력제한이 이뤄지는 등 재생에너지 비중 증가에 따른 공급 불규칙성이 심화되고 있어 정교한 수요관리 뿐만 아니라 수급안정화 장치가 필요하다"며 "에너지저장장치(ESS)도 추가적인 연구개발(R&D)를 필요로 하는 등 전원믹스에 본격적으로 고려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에너지소비의 전기화로 인한 전력수요 증가는 탄소중립을 위한 발전부문의 전원믹스 구성의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화석연료 수요 감소에 의한 관련 산업계의 존립기반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임 위원은 "이산화탄소 포집·활용·저장(CCUS) 기술 및 수소 등의 역할이 확대돼야 한다"며 △활용가능한 재생에너지 잠재량 규모 △원자력·석탄 설비계획 지속 여부 △가스발전 활용 규모 등의 요소 △재생에너지 발전설비 관련 주민수용성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종배 건국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탄소중립은 피할 수 없지만, 신성장 동력을 창출하고 전기공급 비용을 최소화시키는 등 제조업 영향을 줄여야 한다"면서 "제조업 비중도 28%로 높다는 점에서 탄소국경세 등 무역장벽을 대비해야하지만, 우리나라는 재생에너지 비용도 높은 편이라는 점이 문제"라고 언급했다.

   
▲ 3일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열린 '2050 탄소중립을 위한 바람직한 에너지정책 토론회'에서 (왼쪽부터) 이옥현 산업부 전력산업과장, 임재규 에너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박종배 건국대 전기공학과 교수, 박주헌 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가 토론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좋은 태양광 입지의 효율성이 미국 캘리포니아·사우디 등에서는 중하위권으로, 풍력도 영국과 비교하면 비슷한 수준에 머무는 등 재생에너지 잠재량이 충분치 않다"며 "주요국이 원전 확대 정책을 펴고 있고,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도 원전 확대를 권고한 바 있는데 원자력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많은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고 힐난했다.

양준모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2050 탄소중립은 쉽게 말하면 석유화학·철강·조선·시멘트 등 우리 경제를 뒷받침하는 산업을 망하게 하면 가능하다는 것"이라며 "재생에너지 설비는 설치시 비용이 고정되는 자산이고, 태양광 패널·풍력 블레이드 등이 재생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정부가 국민들에게 자세하게 설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병태 KAIST 경영공학부 교수는 "최근 하이브리드 차를 장만했는데 집 근처에 충전소가 없어서 탄소중립에 대한 이상과 현실의 괴리가 크다는 점을 느끼고 있다"며 "최근 텍사스에 불어닥친 한파로 태양광·풍력·천연가스 설비가 얼어붙는 등 다른 발전원에 대한 리스크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는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것으로, 김기현 당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 권성동·윤재옥·김정재·구자근·허은아·권명호·양금희 의원 및 이옥헌 산업통상자원부 전력산업과장 등이 참석했다.

[미디어펜=나광호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