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원식 회장 첫 공식석상 사과....남양유업, 선착순 40명 입장 허용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대국민 사과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은 남양유업이 ‘회장 사퇴’를 내걸고 “살을 깎는 혁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국민사과를 한다면서 선착순으로 소수 매체만을 대상으로 기자회견을 열었다는 점에서 진정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남양유업 제공


남양유업은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홍원식 회장이 직접 나와 대국민 사과를 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홍 회장은  창업주 고(故) 홍두영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1977년 남양유업에서 이사로 시작해 부사장을 거쳐 1990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2003년 회장에 취임했다. 

홍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공식석상에서 사과하는 자리였지만, 남양유업은 제한된 인원에게만 현장을 공개했다. 장소가 협소하다는 이유로 선착순 40명에게만 입장을 허용했다. 

기자회견은 이날 오전 10시 시작 예정이었지만, 수많은 취재진들이 1시간 전부터 로비에 진을 치고 홍 회장의 등장을 기다렸다. 일부 취재진은 취재를 막는 회사 측에 항의를 하기도 했다. 

홍 회장은 “구시대적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소비자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던 것 같다”는 내용의 사과문을 낭독하며 눈물까지 흘렸는데, 회사 측의 대응은 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홍 회장이 “이 모든 것의 책임을 지고자 남양유업 회장직에서 물러나겠다”며 “자식에게도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밝혀 소비자 분노는 어느 정도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오너리스크가 큰 남양유업에서 오너 일가가 모두 사퇴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성 상무(기획마케팅총괄본부장)도 자리를 내놨다. 홍 상무는 회사 비용으로 고급 외제차를 빌려 자녀 등교 등 개인적 용도로 사용한 의혹이 제기된 지난달 보직 해임됐다.

이광범 남양유업 대표도 전날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보내 사의를 밝혔다.

홍 회장의 이번 사과와 사퇴 발표는 '불가리스 사태'가 일어난 지 21일 만이다. 사퇴 결심을 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 고심했다고 홍 회장은 말했다.  

   
▲ 서울 강남 남양유업 본사 전경. 회사 창립 연도를 상징하는 1964 빌딩으로 이름 지었다./사진=이서우 기자


남양유업은 지난달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 제품이 코로나19를 77.8% 저감하는 효과를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발표 직후 회사 주가가 급등하고, 일부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는 불가시르 품절사태까지 일어났다. 

질병관리청은 즉각 남양유업의 발표에 대해 “인체 대상의 연구가 아니어서 효과를 예상하기 어렵다”고 일축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식품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남양유업을 경찰 고발했다. 

남양유업은 세종시로부터 생산의 40%가량을 담당하는 세종공장의 2개월 영업정지 처분도 사전 통보를 받았다.

불가리스 효과를 과장했다는 비판이 쏟아지며 소비자들사이에서 2013년 '대리점 갑질 사태' 이후 또 한 번 남양유업 제품 불매운동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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