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4년 창업 남양유업, 2013년 이후 실적 악화일로
코로나19 불가리스 '과장광고', 10년 전 '카제인' 사건까지 도마
[미디어펜=이서우 기자] 남양유업이 2013년 대리점에 대한 갑의 횡포로 홍역을 치른 후, 또 한 번 불매운동이 벌어질 위기에 처했다. 갑의 횡포 사건 이후에도 창업주 외손녀인 황하나씨의 마약 투약 논란 등 몇 년 간 악재가 계속되면서 남양유업이 소비자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사진=남양유업 제공


남양유업은 지난 16일 세종특별자치시로부터 세종공장 영업정지 2개월 통지를 받은 것과 관련 “식품표시법에 따른 사전 통지를 받은 것이며, 영업정지 2개월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라고 공시했다.

영업정지 2개월 행정처분이 최종 확정되면 불가리스, 우유, 분유 등 제품을 생산하는 세종공장은 2개월간 가동이 중단된다. 

남양유업 세종공장은 제품의 약 38%를 책임지는 곳으로 알려졌다. 또한 생산품 대부분이 ‘불가리스’ 등 유통기한이 짧은 유제품인 것을 감안하면, 2개월이나 시장에 제품 공급이 중단될 경우 점유율 하락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다만 행정 처분은 해당 기업의 의견 제출 이후, 최종 처분이 결정된다. 남양유업 역시 “세종시에 의견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는데, 행정 처분에 불복하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고 업계는 보고 있다.  

1964년 창업한 남양유업은 57년째 국내 굴지의 유가공 업체로서 입지를 다져왔다. 창립 60주년을 불과 3년 앞두고 창사 이래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 

식품업계는 남양유업의 ‘그릇된 뚝심경영’이 화를 불렀다고 보고 있다. 몇 번의 악재 이후에도 과거의 잘못을 답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번 남양유업의 코로나19 억제 불가리스 과장광고 사건은 무려 10년 전 ‘카제인 논쟁’까지 수면 위로 끌어 올렸다. 

2010년 당시 남양유업은 ‘카제인나트륨 빼고 무지방우유를 넣었다’는 광고문구를 내세워 커피믹스 시장에 진출했다. 제품 출시 100일 만에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고 시장 점유율 2위를 차지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커피믹스에 들어간 카세인나트륨 성분이 몸에 좋지 않은 유해 성분인 것처럼 광고해 시장 1등인 동서식품을 깎아내린 게 문제가 되면서 식약처로부터 광고 시정명령을 받았다.  한국식품안전연구원에서도 커피의 카제인 성분은 인체 무해하다고 발표했다. 

이번 불가리스 사건을 촉발시킨 남양유업의 태도도 2010년과 다르지 않다는 지적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13일 한국의과학연구원 주관으로 열린 '코로나 시대 항바이러스 식품 개발' 심포지엄에서 불가리스가 코로나19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발표 직후 회사 주가가 급등하는 등 화제가 됐지만, 실험 결과가 왜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남양유업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는 바닥에 떨어졌다. 

   
▲ 남양유업이 4월 13일 자사의 발효유 제품 '불가리스'가 코로나19 바이러스 억제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뒤, 온라인에선 이를 풍자한 여러 이미지가 만들어졌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아직도 갑의 횡포 사건의 여파로 일부 소비자 사이에 남양유업 불매운동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들을 분노하게 하는 일이 다시 발생한 것이다. 그동안 대리점과 상생을 위해 국내 최초로 '협력이익공유제'를 도입하고, 기금을 출연하는 등 각고의 노력을 한 것도 무색하게 됐다. 

2012년 637억 원에 달했던 남양유업 영업이익은 갑질 사태 직후인 2014년 적자전환했다. 2015년 간신히 흑자를 내는데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코로나19 등의 영향을 받아 77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기업가치도 역주행 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남양유업 보통주와 우선주의 시가총액 합계는 2619억원으로 집계됐다. 갑의 횡포 직전인 2012년 말 7209억원에서 4590억원으로 63.67% 줄어든 것이다.

남양유업 관계자는 “행정처분 사전통지에 대한 의견전달 등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서 내부에서 계속 해결책을 강구하고 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낙농가와 대리점, 거래처 등에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양유업은 홍원식 회장의 두 아들에 대한 승계가 속도를 내고 있다. 홍 회장의 장남 홍진석 상무는 기획 마케팅 총괄본부 본부장을, 차남인 홍범석 외식사업본부장은 남양유업의 디저트카페 백미당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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