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정인이 양모 1심서 무기징역 선고, 강화된 법만큼 고조된 관심들
'사후 조치 초점' 법 통과에도 유사 사례…'학대 예방' 예산·인력 확충 관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 사건의 전과 후, 제도적으로 실질적으로 달라진게 있을까.

14일 정인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에 대해 1심 재판부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이상주 부장판사)은 양모 장 씨에 대해 "주의적 공소사실(주된 범죄 사실)인 살인 혐의가 유죄로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양부인 안 씨에 대해서는 아내의 폭행을 방조한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지난 1월 13일 첫 공판이 열린 후 4개월 만이다.

이에 앞서 지난달 14일 진행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양모 장 씨에게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고, 양부 안 씨에게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국회가 2월 26일 일명 '정인이법'(아동학대범죄처벌 특례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오늘 양형은 그런 세간의 주목 속에 이뤄진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지난 8일 입양아 학대사건이 또 발생했다는 점이다.

   
▲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사망한 정인 양이 안치된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 추모 메시지와 꽃들이 놓여 있다. /사진=연합뉴스
30대 양부 A 씨 부부는 지난해 8월 2세 여아 B 양을 입양했는데, 지난 8일 A 씨가 B 양을 폭행한 후 아이가 의식을 잃은채 누워있는 것을 보고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B 양은 뇌수술을 받고 회복 중이지만 아직 의식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A 씨 부부에게는 4명의 친자녀가 있어, 경찰은 친자녀들에 대한 학대 여부도 조사 중이다.

관건은 입양아에 대한 아동 학대가 아니라 일반적인 아동 학대 사례를 '정인이법' 통과 후라도 막기 힘들다는 것이다.

아동 학대, 사전 예방하려면

2019년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 학대 피해유형' 자료에 따르면, 친부모 가해자는 80% 이상이고 입양가정은 0.3%에 불과하다. 결국 지난 8일 알려진 B 양의 경우는 전형적인 아동 학대 사례 중 하나다.

정인이법은 처벌 강화 등 '사후 조치'에 초점을 맞췄다. 신고 즉시 담당자 조사 및 경찰 수사 착수를 의무화하는 등 대응 규정을 강화했지만 최근 사건을 막지 못했다.

법조계는 처벌 등 사후 조치를 더 강화하는건 아동 학대를 예방하는 진짜 답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결국 보완입법이 필요한데 이는 제도적으로 예산·인력 확충을 전제로 하고, 학대 사례 담당자에게 신분비밀 및 면책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정법원에 근무하면서 아동보호 및 입양 사건을 다루었던 김윤희 법무법인아현 변호사는 13일 본보 취재에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부모와 떨어뜨려놓은 후 어떻게 잘 돌볼지가 관건이고 문제의 핵심"이라며 "명백한 학대 행위가 확인되어야 분리 등 피해예방 조치를 취할 수 있는 구조적 맹점"이라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는 "분리조치한 후 아동을 보낼 보호시설이 지역별로 충분히 있어야 하고, 분리하는 내용과 방법 또한 각 아이별로 제각각인 심리적 안정과 양육을 위해 세밀하게 갖춰져야 한다"며 "기계적인 무조건적인 분리가 답은 아니다. 어떻게 잘 떼어놓을지, 부모와 떼어놓는다면 어떻게 아이를 돌볼지 제도적으로 충분한 여건이 마련되야 한다"고 밝혔다.

지방청 여성청소년과에 근무하는 한 현직 경찰 또한 본보 취재에 "부모와 아동을 분리했다가 아동학대가 아니라는 수사 결과가 나오면 분리 조치를 내린 경찰은 민형사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아동학대 사건을 맡은 현장에서 부담이 큰 구조인데 이를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현장에서 즉각적인, 적극적인 분리 조치를 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아동학대가 아니라고 최종 판단이 나오더라도 담당공무원이나 담당 사법경찰관이 면책되는 제도적 안전장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사실 해당 보직은 업무 과중으로 인해 누구나 기피하고 있다"며 "아동 보호를 위한 물리적인 조건을 갖추려면 무조건 인력과 예산 확충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는다면 차후에도 유사 사건을 막기 힘들다"고 강조했다.

온 국민을 공분에 빠트렸던 정인이 사건. 전과 후를 살펴보면 곳곳에 입법 구멍이 보인다. 이를 틈타 아동 학대 사건은 여전히 음지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후 처벌이 아닌 선제적 예방 조치가 재정적으로 완비되어야 할 시점이다. 하루라도 늦는다면 애꿎은 또다른 아이의 생명이 위태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