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이준석이 젊은 세대 이끌면서 위기감 고조...“우리 꼰대정당 될 수도”
'자강론' 이준석, 당밖 대권주자들 압박...윤석열-안철수 전략적 견제 가능성
[미디어펜=조성완 기자]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 ‘30대 청년·0선’ 이준석 후보의 돌풍이 당을 넘어 정치권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4·7 재보궐선거 이후 정치권의 핵심으로 떠오른 ‘2030세대’의 지지를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나아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야권의 차기 대권주자의 행보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지난 재보궐선거에서 참패를 당했다. 그 이유 중 하나로 등 돌린 ‘2030세대’가 거론된다. 이에 더해 이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면서 당에 ‘역동성’을 더하면서 젊은 유권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는 점은 차기 대선 승리를 위해 ‘2030세대’의 표심이 필요한 민주당으로서는 곤혹스러운 부분이다.

이 후보 역시 지난 25일 비전발표회에서 “제가 제시하는 미래가 대한민국의 젊은 세대가 바라는 미래고, 민주당이 가장 두려워하는 우리의 변화라고 생각한다”면서 “꼭 이런 변화를 만들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이준석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중앙당사에서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사진=박민규 기자

이와 관련, 김남국 민주당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정치권은 청년을 위하는 척만 하고, 제대로 된 정책을 내지 못했다. 그런 민심에 힘입어 이 전 최고위원이 높은 지지를 받는 것”이라면서 “우리 당도 굉장히 긴장하며 지켜본다”고 말했다.

이어 “결국 정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는 것 아닌가”라면서도 “이 전 최고위원 한명에 그쳐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최근 민주당 비공개 최고위에서도 한 참석자가 자당 20대 지지율이 추락한 사실을 거론하면서 "이러다가 우리가 보수당이 되겠다"는 푸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이 청년에게 충분히 귀를 기울이지 않고 있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제기됐다.

당대표 경선에 출마했던 30대의 정한도 용인시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송 대표가 전대 공약으로 '청년 최고위원 2명'을 제시했지만, 전 한국노총 위원장인 김주영 의원을 지명하면서 태도를 바꿨다"며 "청년에게 정책결정권을 넘겨줘야 민주당이 살아난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미래세대 지지를 빼앗길 수 있다는 위기감이 표출되자 당내에서는 20·30대 표심을 겨냥한 메시지가 연이어 나오고 있다.

송영길 대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최고위원이 민주당 이동학 청년최고위원 지명을 축하한 사실을 거론, "새로운 정치의 모습을 꿈꾸게 된다"고 환영하면서 "꼰대 정당을 벗어나는 방법은 공허한 주장보다 구체적인 현안을 밀고 나가는 데 있다"고 썼다.

대권주자인 박용진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 민주당은 2030 젊은 사람들의 마음을 얻지 못한 것이 패인이라고 분석했다”며 “자칫 변화를 거부하는 정당, 꼰대정당으로 낙인찍힐까 걱정스럽다. 민주당은 지금 ‘장유유서’와 ‘경륜’보다 ‘환골탈태’와 ‘도전’이라는 말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호소했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26일 ‘미디어펜’과 통화에서 “2030세대의 변화에 대한 요구가 ‘이준석’이라는 같은 세대의 정치인을 통해 표출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대로 두면 2030세대의 눈에는 민주당이 ‘꼰대 정당’으로 낙인 찍힐 수도 있다.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하는 이준석 전 최고위원이 24일 오전 대구 중구 서문시장을 찾아 상인과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 후보의 돌풍은 국민의힘 외부의 차기 대권주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윤 전 총장과 안 대표, 홍준표 무소속 의원 등 당밖 주자들의 셈법도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후보는 당 밖의 유력 주자들에 의해 당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이른바 ‘자강론’을 내세우고 있다. 

특히 “(외부 후보들에게) 들어오기 좋은 환경을 마련해주되 반대로 그 분들을 위해서 따로 일정을 잡거나 룰을 만드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면서 그 누구에게도 '특별 대우'는 없다는 확고한 입장을 보였다.

이 후보가 당 대표가 될 경우 가장 타격을 받는 인물은 바로 안 대표다. 지난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안 대표 저격수 역할을 자처했던 이 후보는 최근 "소 값은 후하게 쳐 드리겠다"는 말로 국민의당과의 당 대 당 통합에 선을 그은 바 있다.

일각에서는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 후보가 유승민 전 의원의 대선 출마를 지원하기 위해 윤 전 총장과 안 대표를 노골적으로 견제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윤주진 ‘담론과 대안의 공간’ 대표는 “이 후보는 대표적인 새보수당 계열 정치인이고, 친유승민계로 알려져 있다”면서 “결정적인 정치 변곡점마다 이 후보는 철저하게 유 전 의원의 기조와 지향을 따랐다”고 말했다.

이어 “그를 지원사격하는 하태경 의원도 당연히 그 부류다. 환상적인 팀워크로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미디어펜=조성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