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돌풍·탈당 권유에 '흥행 저조' 우려 커져
당내서 정권 재창출에 경선 흥행 '필수' 주장 커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의 정권 재창출에 빨간 불이 켜지면서 '경선 연기론'이 재차 떠오르고 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과 함께 대권 주자 '톱 2'에 자리한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가장 유력한 여권 주자인 가운데, 여당에선 경선 연기론 불씨가 커지고 있다.

연기론 배경은 몇가지로 좁혀진다. 정권 재창출에 경선 흥행이 필수인데 민주당을 둘러싼 환경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우선 시간 싸움이다. 현행 당헌·당규상 대선 180일 전인 9월 10일까지 대선 후보를 선출해야 한다. 예비경선 일정을 감안하면 이달 시작되어야 한다.

반면 맞상대인 국민의힘의 경우 대선 120일 전인 11월 9일까지 후보를 선출한다.

민주당 후보가 두달 먼저 등판하는 셈인데, 타이밍상 흥행이 저조할 경우 본선 경쟁력에 물음표가 찍힐 것이라는 우려가 당내에서 나온다.

   
▲ 더불어민주당의 대권 주자 빅3. 사진 왼쪽부터 이재명 경기도 지사,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정세균 전 국무총리. /사진=(좌)경기도청, (중)미디어펜, (우)연합뉴스 제공
시간 싸움과 관련해 백신 접종 상황도 변수 중 하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 사태를 가라앉히기 위한 백신 접종이 원활하게 이뤄지면서 올 여름철 이후 접종을 상당히 이뤄 집단 면역 시기에 들어간 후 후보를 선출해야 전당대회가 흥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맞물려 윤석열 전 총장이 야권에서 국민의힘과 어떤 모습을 연출할지도 변수다.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과 결합하는 과정에서 단일화 흥행을 일으킬 경우, 민주당이 수세에 몰릴 것은 명약관화하다.

특히 국민의힘에선 당대표 선거에서 이준석 전 최고위원의 열풍이 불면서 변화를 주도하고 있어, 민주당 내에선 수심이 깊어지고 있다.

일명 고령화된 386세대, 5060세대 정치인이 주축인 민주당으로서는 국민의힘에 젊은 바람이 부는 것이 달갑지 않은 분위기다.

송영길 당대표는 당을 뒤흔들었던 '조국 사태'를 매듭지었지만, 불공정이 여전히 큰 화두인 마당에 부동산 비리 의혹과 관련해 의원들의 탈당 사태까지 터지면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일단 송 대표는 이달 중순 대선기획단을 출범시켜 경선 시기와 선출 방식을 결정할 뜻을 밝혔다.

익명을 요구한 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처한 상황과 관련해 9일 본보 취재에 "경선 연기론 논의 자체가 당에 분란을 가져올 수 있다는게 이재명 캠프측 입장"이라며 "경선을 한달 연기하면 정기국회 국정감사 기간과 완전히 겹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다만 경선 연기론 수용 자체는 송 대표 관할이지만 명실상부 1위를 달리고 있는 이재명 지사 측이 어떤 카드를 내고 선택하느냐에 달린 것"이라며 "이낙연 캠프와 정세균 캠프는 시간을 벌어야 지지율을 더 끌어올리고 권리당원 등을 더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선 연기론을 계속해서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내심 당 지도부 고민이 커진 상황"이라며 "원칙상 경선 연기가 불가하다는 것이지만 본선 경쟁력과 경선 흥행을 감안하면 결국 당 지도부가 책임질 수 밖에 없다는 비판도 나와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다른 관계자는 본보 취재에 "이재명 지사는 '원칙대로 해야 한다'며 (경선 연기론에)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라며 "코로나 백신 접종 또한 계획대로 흘러가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반론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도부가 책임을 갖고 빨리 정리하는게 옳다고 생각한다"며 "이 지사가 얼마나 반발하느냐 혹은 제대로 수용하느냐의 문제가 남지만 경선 연기론은 지도부가 확실히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는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친 이재명계인 박홍근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경선을 두 달 미룬다고 해서 방역 염려가 사라지고 흥행에 성공할 거라는 것은 불확실한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야권에서 '이준석 돌풍'이 계속 커질 경우 민주당 대선 경선의 흥행은 오리무중이다.

송 대표의 판단과 이 지사의 선택이 주목된다. 이달 중 집권여당의 경선 일정이 잡힌다. 정치 역동성을 높이고 유권자들의 흥미를 최대한 끌만한 경선 무대가 마련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