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이탈리아가 승부차기까지 가는 혈전을 벌인 끝에 잉글랜드를 꺾고 유로2020(유럽축구선수권대회) 정상에 올랐다.

이탈리아는 12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잉글랜드와 유로2020 결승전에서 전후반과 연장까지 1-1로 비긴 후 승부차기에서 3-2로 이겼다. 이탈리아의 잔루이지 돈나룸마 골키퍼는 승부차기에서 결정적인 선방을 두 차례 해 영웅이 됐다.

이로써 이탈리아는 유로1968년 우승 이후 무려 53년 만에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정상을 밟았다. 유로2000, 유로2012에서는 준우승에 그친 바 있다. 메이저대회 우승으로 따지면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이후 15년 만이다. 또한 이탈리아는 A매치 34경기 무패(27승7무) 행진도 이어갔다.

   
▲ 사진=로이터 제공


사상 처음으로 대회 결승에 올라 자국에서 준결승-결승전을 치르며 첫 우승의 꿈에 부풀었던 잉글랜드는 정상 문턱에서 좌절하고 말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치열한 승부가 이어졌다. 잉글랜드가 경기 시작 2분 만에 선제골을 터뜨렸다. 오른쪽 측면에서 키어런 트리피어가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으로 뛰어들던 루크 쇼가 강력한 왼발 발리슛을 때려 이탈리아 골망을 출렁였다. 공식 기록 1분 57초 만에 나온 골로 이는 역대 유로 결승전 사상 최단시간 골이었다.

일찍 리드를 내준 이탈리아가 맹반격에 나섰으나 전반은 스코어 번동 없이 잉글랜드가 1-0으로 앞선 채 끝났다. 

이탈리아는 후반 들어서도 볼 점유율을 끌어올리며 공세를 이어갔다. 로렌조 인시녜의 잇따른 슛이 잉글랜드 픽포드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막혔으나 점차 분위기가 무르익었다.

후반 22분 이탈리아가 기어이 동점골을 뽑아냈다. 코너킥 상황에서 베라티의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 볼을 문전 쇄도한 레오나르도 보누치가 밀어넣어 잉글랜드 골망을 흔들었다.

동점이 되자 경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이탈리아는 이후에도 맹공을 퍼부었고, 잉글랜드도 틈만 나면 슛을 때리며 결승골을 노렸다.

전후반 90분 동안 승부를 가리지 못한 두 팀은 연장전을 치렀다. 연장에서는 체력적으로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결정적인 기회는 만들어지지 않았다. 이따금 나온 유효 슈팅은 양 팀 골키퍼에게 걸려들었다. 

결국 연장에서도 결판이 나지 않아 승부차기로 운명을 결정지어야 했다.

이탈리아가 선축에 나섰고 첫 번째 키커 베라르디와 케인이 모두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이탈리아 2번째 키커 벨로티의 슛이 몸을 날린 픽포드 골키퍼의 선방에 막히면서 잉글랜드가 환호했다. 잉글랜드는 2번 키커 매과이어의 슛이 깔끔하게 성공되며 잉글랜드 쪽으로 밝은 햇살이 비추는가 했다.

하지만 잉글랜드가 승부차기에서도 손에 들어왔던 승기를 지켜내지 못했다. 이탈리아 3번 키커 보누치가 슛을 성공시킨 반면 잉글랜드 3번 키커 래시포드의 슛은 왼쪽 골대를 맞고 나갔다. 

   
▲ 사진=로이터 제공


다시 균형을 맞춘 이탈리아는 4번 키커 베르나르데스키가 과감한 한가운데 슛으로 골을 넣었고, 잉글랜드는 4번 키커로 산초의 슛은 돈나룸마에게 막혔다.

승부를 마무리지을 찬스를 잡은 상황에서 이탈리아 5번 키커 조르지뉴의 슈팅을 이번에는 픽포드가 기가 막히게 선방하며 쳐냈다. 잉글랜드도 5번 키커로 나선 사카가 골을 성공시키면 승부차기도 연장으로 넘어갈 상황이었다.

그러나 사카의 슛을 돈나룸마가 정확하게 방향을 잃고 몸을 날려 막아냈다. 이탈리아의 우승 감격과 잉글랜드의 눈물이 교차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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