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3월 "컨틴전시 플랜 세워 팬데믹 후 조기 안정" 구상 현실화
코로나19에도 차질 없는 신차 출시로 글로벌 시장 회복 효과 극대화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난해 3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이 본격화되며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수립했다. 

정의선 회장은 이를 통해 팬더믹 이후에 조기 경영안전화를 목표로 했고, 이런 전략은 시장에서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 회복과 동시에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나란히 회복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Autocar)가 주관하는 '2021 오토카 어워즈(2021 Autocar Awards)'에서 이시고니스 트로피(Issigonis Trophy)를 수상하는 자리에서 N브랜드 기술력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는 RN20e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22일 연이어 2분기 연결실적을 발표했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 대비 38.7% 증가한 30조3261억원의 매출과 219.5% 증가한 1조886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현대차가 분기 매출 30조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상 최대 실적에 해당한다. 영업이익은 사상 최대까지는 아니지만 전분기에 이어 6%대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며 수익성도 높게 가져갔다.

기아는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대였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3% 증가한 18조3395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924.5% 늘어난 1조4872억원을 올렸다.

현대차와 기아는 2분기 차량용 반도체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과 비우호적인 환율 악재 속에서도 글로벌 시장 수요 급등 상황에서 고수익 신차 판매가 본격화되며 나란히 호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위축되지 않고 꾸준히 신차 출시를 준비하며 시장 회복에 대비한 정의선 회장의 전략이 호실적으로 이어진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와 올해 통상 5~6년 주기인 주력 차종들의 모델체인지가 집중되는 신차 '슈퍼사이클'을 맞았다. 코로나19로 해외 주요 시장에서 락다운 조치가 이뤄지는 상황이라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신차 출시시기를 미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됐다.

하지만 정의선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신차출시를 단행했고 이런 '코로나19 이후의 재도약'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는 지난해 3월 현대차그룹 임직원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시적인 사업 차질은 불가피하겠지만 다양한 컨틴전시 계획을 수립해 당면한 위기 극복은 물론 이후에도 조기에 경영 안정을 이룰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또 "우리 모두가 한 마음으로 일사불란하게 비상 대응에 최선을 다하면 빠른 시일 내에 회복할 수 있을 것이고, 이를 통해 그룹의 기초체력이 더욱 강해지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신형 투싼, 아반떼, 스타리아, 아이오닉 5, 제네시스 G80, GV70, 등 신차들을 계획된 스케줄대로 출시했다. 기아 역시 쏘렌토, 카니발, K8 등 볼륨 차급에서 신차를 시장에 내놨다.

이들 신차는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해 개별소비세 인하 효과로 상대적으로 시장 상황이 좋았던 내수 시장에서 높은 실적을 올리며 위기를 버텨내는 데 큰 역할을 했고, 올해 들어서는 해외 시장에 잇달아 출시되며 자동차 수요 회복 흐름을 타고 2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계 주요 시장에 연이어 출시된 신차들이 좋은 반응을 얻으며 판매량 확대는 물론 판매믹스 개선 효과까지 있었다"면서 "반도체 수급 차질과 환율 등 대외 악재에도 불구하고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대차와 기아에게는 하반기에도 여러 악재들이 놓여 있다. 반도체 수급난이 3분기까지 발목을 잡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환율은 여전히 비우호적이고, 원자재 가격 인상이라는 악재까지 추가됐다.

   
▲ 제네시스 첫번째 전기차 G80 전동화 모델. /사진=미디어펜


서강현 현대자동차 재경본부장(부사장)은 이날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하반기에도 전년도의 전년도 낮은 기저효과 영향으로 대부분 지역에서 수요가 증가하겠지만, 지난 분기부터 지속돼온 차량용 반도체 수급이 정상수준으로 회복되지 못해 판매에 다소 차질이 예상된다"면서 "이미 5월과 6월 생산차질 여파로 해외 현지 재고가 감소하며 3분기 판매에도 일정부분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한 부담도 분명히 있는 상황"이라며 "팔라듐, 로듐, 백금, 알루미늄, 철광석 등 원자재 가격이 2분기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중이라 대책을 마련중이지만, 하반기 실적에 부정적 요인이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서 부사장은 또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 영향으로 여러 국가들의 산업수요 회복도 당초 예상보다 더뎌 변동성이 많은 하반기가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응해 현대차와 기아는 하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극복에 전사적 역량을 총동원해 생산차질을 최소화하는 한편, 전기차를 비롯한 지속적인 신차 출시로 실적 호조를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공급 안정화를 위해 연간 발주를 추진하고 있으며, 실제 올해와 내년 물량에 대해 연간 발주를 완료한 상태다.

또, 중장기적 부품공급 이슈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대체소자 개발을 지속하는 한편, 주요 반도체 업체와 파트너십 등으로 안정적 수급을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해외 공장의 경우 공급 리스크 차단을 위해 부품 현지화율 높이고 권역별, 품목별 특성에 맞는 재고비축 기준을 수립해 최대 재고를 비축한다는 방침이다.

잇단 전용 전기차 및 내연기관 신차 출시를 통해 긍정적 판매 모멘텀도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는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도 늘리고 하반기 제네시스 브랜드의 첫 전용 전기차 JW와 내년 아이오닉 6 출시도 차질 없이 진행할 계획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아이오닉 5는 국내외 시장에서 뜨거운 호응 받으며 향후 현대차 전기차 라인업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면서 "2분기말 기준 국내 누적 계약대수가 약 4만대로 연간 목표였던 2만7000대를 이미 초과했다"고 말했다.

아이오닉 5은 2분기 한국과 유럽에서 1만대 이상 판매됐으며, 6월말 기준 미출고 물량도 3만대에 달한다고 회사측은 밝혔다. 하반기에는 부품 개선으로 생산량을 늘려 판매를 확대해 미출고 물량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차기작인 아이오닉 6 생산계획도 밝혔다. 구 전무는 "향후 출시될 전기차 생산능력을 최대화하기 위해 아산공장 내 라인공사를 진행 중"이라며 "내년 출시될 아이오닉 6는 아산공장서 생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아는 국내 먼저 출시된 신형 스포티지와 3분기 출시를 앞둔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 EV6를 통해 RV 명가이자 친환경차 선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기아 관계자는 "EV6는 연말까지 생산 기준 3만대 중반 수준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면서 "신형 스포티지(NQ5)는 글로벌 시장에서 연간 50만대 이상 판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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