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차례 대책에도 상황 악화…남은 카드, 사전청약·대출억제·금리인상 '만지작'
여당 대선후보 6명 부동산 공약, 반시장·징벌적·편가르기 등 대동소이
[미디어펜=김규태 기자]무려 26차례 대책을 쏟아낸 끝에 열게 된 부동산 대국민 담화에서 정부는 "추격 매수를 자제하라"고 말하면서 이렇다 할 대책을 제시하지 못해 야권을 비롯한 일각으로부터 '국민 탓'을 한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28일 열린 대국민 담화에서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호소와 경고 외에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그 공은 집권여당 대권 주자들에게 돌아갔다.

여야를 막론하고 주자들 지지율을 합하면, 여권이 야권에게 다소 앞서는 모양새가 계속 연출되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대선에서도 정권 재창출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초 세제 완화 등 정책 변화를 기대했던 시장에서는 홍 부총리 담화문에 대해 이미 여러 차례 밝힌 내용으로 '허탈하다'는 반응이 많다.

이번 담화에서도 밝혔다시피 정부는 분양 일정을 1~2년 앞당긴 신도시 사전청약을 통해 공급난을 해소하고, 강력한 대출 억제 및 금리 인상으로 돈줄을 조이겠다는 복안이다.

사실상 정부가 내년 초 임기를 마칠 때까지 부동산 대책에 변화를 주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면서, 시선은 대선 주자들에게 쏠리고 있다.

여당 후보 6명의 부동산 공약을 분석해 보면, '규제 강화'라는 키워드로 요약된다.

각 주자들의 부동산 공약 키워드는 토지공개념, 불로소득 환수, 징벌적 과세, 지대개혁, 사회배당, 공공임대주택, 주택공급의 공공성 강화, 국토보유세, 보유세 강화 등 반시장·징벌적 개념이 상당하다.

   
▲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7월 28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부동산 관계부처 합동브리핑에서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은성수 금융위원장, 홍남기 부총리, 노형욱 국토부 장관, 김창룡 경찰청장. /사진=기획재정부 제공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했다'면서 한 목소리를 내지만, 그 해법은 현재의 규제 중심 부동산 정책을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방향으로) 더 강화하는 방향이다. 대표적 사례가 토지공개념과 불로소득 환수, 공공성이다.

토지에서 나오는 수익 자체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를 모두 환수하겠다는 취지인데, 이럴 경우 대한민국을 규정하는 시장경제의 자유 및 사유재산까지 부정하는 처사다.

이재명 후보는 토지 보유세를 대폭 올려 기본소득 재원으로 쓰자는걸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을 뿐더러 정부가 주택을 사고 팔아 시장에 적극 개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 후보는 가칭 주택관리매입공사를 신설해 가격 상하한선을 정부가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투기 부동산에는 세금 폭탄이 아니라 징벌적 과세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엇이 (비필수) 투기 부동산이고 필수 부동산인지는 정부가 판단한다.

이낙연 후보는 과거 헌법재판소에서 위헌 결정을 내린 개인의 택지 소유 제한 등 토지공개념 3법을 들고 나섰고, 추미애 후보는 보유세 강화를 통한 '지대 개혁', 세수 증가분을 모든 국민에게 사회적 배당금으로 동등하게 분배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이에 대한 헌법적 판단은 이미 끝나있다. 1994년 당시 헌법재판소는 과도한 재산권 침해를 이유로 토지초과이득세법에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렸고, 1999년에는 택지소유상한제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렸다.

여권 주자들이 그토록 부르짖는 토지공개념은 1989년 당시 우리나라 경제기획원이 만든 말로 경제학에서 찾아보기 힘든 개념이기도 하다.

헌법제23조 3항 및 제122조는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을 수용할 경우 그에 대한 제한과 보상 규정을 담고 있다. 최소한도로 필요한 토지공개념이 우리 헌법에 이미 마련된 셈이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헌법상 기본권인 사유재산의 침해는 있을 수 없다는게 헌법재판소의 판단이다.

최근 수도권 집값은 매수 수요와 시중 유동성이 증가하면서 패닉바잉 등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당초 부동산 대책 취지와 반대로 증여가 늘어나고 매물이 줄어드는 역효과가 났다.

   
▲ 7월 11일 더불어민주당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경선 개표식에서 경선 후보로 선출된 추미애(사진 우측부터), 이재명, 정세균, 이낙연, 박용진, 김두관 후보가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더불어민주당 제공
택지 작업을 수십차례 다뤄온 서울지역의 한 감정평가사(45)는 2일 본보 취재에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이 됐다고 가정하면 캄캄하다"며 "징벌적 과세를 때려 부동산 이익을 없게 만들겠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누가 부동산에 투자할까. 누가 개발하고 땅에 투자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고 재차 나온 개념이 비필수 부동산, 안 가져도 되는 부동산에 대해 중과세를 매기겠다는 건데 그 판단은 정부 공무원이 하는 것 아니겠냐"라며 "비필수인지 필수인지 실거주인지 투자인지 그 목적은 돈을 들여 투자하는 사람이 판단하는 것이고 돈을 들이는 이상 모든 부동산이 필수적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대통령 뜻에 따라 공무원들이 움직여 민간 부동산에 대해 중과세를 매길지 말지, 매긴다면 얼마나 매길지 정하겠다는 건데 그냥 토지 보유 사유재산권을 박탈하겠다고 선포해라"며 "누가 보유세 거래세를 내느냐, 정부가 내주는게 아니지 않느냐. 이게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자본주의 나라냐, 공산주의 아니냐"라고 토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 부동산학과의 K 모 교수는 이날 본보 취재에 "여당 후보 누가 대통령이 되든 현재보다 더 강력한 규제책이 시행되면 건설업, 부동산업, 이와 연관된 모든 산업이 위축되면서 시장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토지는 희소 자원"이라며 "노무현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가 시장 자유를 위축시키는 규제 일변도로 가격을 급등시킨게 문제의 핵심인데, 여당 후보들은 더 규제하겠다는 공약이다. 공약이 진짜 현실화되면 주택 공급 부족이 심화될게 뻔하다.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역효과가 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 표명과 아울러 집권여당 대선 후보들의 공약이 대동소이하면서 시장의 실망감은 커지고 있다.

어느 후보가 부동산 공약 방향을 바꿀지 주목된다. 이대로 가다가는 반시장 편가르기 등 '문재인 정권 시즌 2'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