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하지 않는 꾸준한 노력…고성능 시장 게임체인저
대를 이은 열정·노력, N브랜드로 결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의 끝임없는 도전과 집념이 현대차의 고성능 N브랜드의 영토확장을 통해 자리잡아가고 있다. 

자동차 후발주자로 가성비 위주의 대중차만을 제작 판매했던 현대차가 고성능차로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급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런 성과는 현대차의 이미지 변신과 전체 라인업의 성능 향상등에 큰 영향을 미치며 브랜드 전체 이미지를 재평가하게 했다. 

   
▲ 영국 자동차 전문지 오토카(Autocar)가 주관하는 '2021 오토카 어워즈(2021 Autocar Awards)'에서 이시고니스 트로피(Issigonis Trophy)를 수상하는 자리에서 N브랜드 기술력 저장고 역할을 하고 있는 RN20e와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현대차그룹 제공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N브랜드에 세단모델 아반떼 N이 등장하며 새로운 영역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기존 해치백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모델에 이어 세단으로 시장을 넓히며 보다 많은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현대차와 고성능이라는 단어는 인연이 없었던 것으로 유명하다. 스포티한 모델을 출시한 적은 많지만 번번이 체면만 구기고 마무리되는 등의 아픈 기억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최초의 스포티쿠페 스쿠프는 내구성면에서도 문제가 많은 것으로 지목되며 혹평을 받은 바 있다. 

당시 현대차는 엔진부터 디자인까지 모든면에서 스포티한 모델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특별한 성과를 보이지는 못했다. 하지만 이런 시장의 평가와 실적에도 꾸준히 노력을 아끼지 않은 현대차였다. 실적부진으로 단종된 차종이 많았던 모습과는 차이를 보인다. 

이 같은 노력은 현재까지 약 31년이라는 나름의 긴 역사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다. 가장 처음 스포티한 모델의 출시를 암시한 것은 지난 1989년 도쿄 모터소에서 SLC(Sports-looking Car)라는 차명의 쿠페 형태 콘셉트카를 출품하면서부터였다.  

이후 1년 뒤 등장한 모델이 스쿠프다. 현재 기준으로 스쿠프의 제원을 보면 민망한 수준이다. 

스쿠프는 최고출력 102마력과 최고속도 180km/h로, 현재 출시되는 경차수준의 차와 큰차이가 없다. 이후 개선을 통해 최고출력 142마력, 최고속도 220km/h를 내는 터보모델도 추가했다.

스쿠프의 토대가 된 엑셀을 1.5모델 최고출력이 87마력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놀라운 성능은 맞지만 당시 동시대의 수입차와 비교하면 많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국내 고객들에게는 나름 인기가 있었고 젊은 고객층의 많은 지지를 받기도 했다. 

이후 이런 인기는 돌고래의 모습과 같은 유선형의 바디로 젊은 세대의 상징인 티뷰런과 투스카니 등으로 이어졌고 고성능 이자 스포티한 모델의 이상향에 가까이 다가간 제네시스 쿠페로 이어졌다. 

제네시스 쿠페의 등장은 국내를 넘어 글로벌 고객들에게 새로운 충격을 안기게 했다. 일부 매니아층을 형성했고,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냈다. 더욱이 정식수출이 되지 않고 있는 일본의 젊은 운전자들까지 많은 관심을 보일 정도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특히 플래그십 모델도 전륜구동일색이던 현대차에 후륜구동의 스포티모델이 등장하며 모두를 놀라게 했고 성능과 벨런스까지 잘 잡은 것으로 알려지며 매니아층을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이 기간 동안 현대차는 수천억원을 투입했다. 모델의 수요에 따라 빠르게 단종 시켜오던 현대차의 전략과는 차이가 크다. 물론 단일모델이 아닌 새로운 모델로의 변화를 통해 이어온 열정이기는 하지만 고성능이라는 한 분야에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온 현대차였다. 

   
▲ 2008년 V6 람다Ⅱ3.8GDi엔진의 등장과 함께 본격적인 현대차의 스포츠카로 탄생한 제네시스 쿠페/사진=현대자동차 제공


이 당시 현대차를 이끌어 왔던 것이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자의 집념이었다. 

제네시스 쿠페의 등장으로 현대차의 성능 역시 진일보됐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런 가능성을 기반으로 고성능 브랜드 N이 등장하게 됐다. 

N브랜드의 등장전에 마지막 담금질을 위해 현대차는 지구상의 가장 가혹한 모터스포츠 WRC에 참가하기도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모터스포츠 분야에서 무명이었던 현대차가 WRC에서 우승을 차지할 것이라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10년 전 '베르나 WRC 경주차'로 우승에 도전했다가, 별다른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시즌 도중 철수했던 시련의 역사도 있었다.

하지만, 현대차는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WRC의 새로운 제왕으로 군림했다. 현대차는 2014년 독일 랠리 우승을 시작으로, 2017년, 2018년 시즌 제조사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일궈냈으며, 2019년에는 제조사 부분 챔피언에 올랐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현대차는 '일상에서도 느낄 수 있는 운전의 재미'를 목표로 한 고성능 'N브랜드'을 출범했다. WRC 경주차를 개발하며 얻은 노하우를 통해, 한 단계 진화한 고성능 모델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실제, 2017년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첫 번째 N 모델 'i30 N'은 WRC 경주차에 적용됐던 고성능 기술을 집약적으로 활용해 설계됐다.

이런 i30 N은 상업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2017년 9월 출시 직후 단 3개월 만에 6152대가 판매된 것이다. 특히 고성능 자동차의 본고장 독일에서는 100대 한정으로 출시된 i30 N이 순식간에 완판되는 모습을 보여주며, N 브랜드의 뛰어난 상품성을 증명했다.

   
▲ 현대자동차 고성능 N브랜드 국내 3번째 모델 아반떼N. /사진=현대차 제공


이를 위해 정의선 회장은 당시 글로벌 인재경영을 통해 외부인사를 영입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직접 움직이며 지금의 N브랜드 시장 안착을 완성시켰다. 

당지 정의선 회장은 BMW의 M출신 인사 '알버트 비어만'과 '토마스 쉬미에라'를 영입해 현대차 N브랜드의 론칭을 앞당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BMW의 역사와 비교해 한참 뒤늦은 출발을 했던 현대차지만 이들은 현대차의 가능성을 보고 이적을 결정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렇게 완성된 현대차의 고성능 N브랜드는 현재 저마다 다른 개성을 가진 N모델을 선보이며 다양한 고객층의 니즈를 사로잡았다. 더불어 N의 감성을 입힌 'N 라인' 모델까지 추가하면서 저변 확대까지 나섰다.

이와 함께 시대의 흐름에 맞춰 현대차 N브랜드는 친환경라인으로의 영토 확장도 기대되고 있다. 앞서 아반떼N 런칭 당시 내연기관차에서 완성된 기술력을 바탕으로 친환경성을 띈 모델의 출시를 암시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전기차의 경우 기본 성능이 고성능차에 적합하기 때문에 현대차의 N브랜드로 튜닝된 전기차의 성능과 완성도를 기대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스쿠프로부터 30년, N 브랜드 출범으로부터 7년, 해외 고성능 브랜드에 비하면 턱없이 짧은 역사지만, 그만큼 현대차는 더 많은 땀과 노력을 쏟으며 성장해왔다"며 "아반떼 N은 이런 여정의 결실이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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