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효성 등, 해중합·열분해 설비 구축 나서…울산시, 행정지원 약속
[미디어펜=나광호 기자]해양생물 보호 등을 위해 폐플라스틱 문제 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석유화학업체들이 울산을 중심으로 친환경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파일럿 설비를 SK피아이씨글로벌 울산공장 부지에 짓기로 결정했다. 이는 일본 칸교에네르기(환경에너지)의 기술을 적용한 것으로, 저온에서 빠르게 분해하고 연속으로 폐플라스틱을 투입할 수 있어 수율과 생산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SKC는 앞서 울산시와 업무협약을 맺고 협력체제를 구축한 데 이어 2023년까지 울산공장에 상업화 설비를 구축할 계획으로, 연 5만톤 이상의 폐플라스틱을 투입해 3만5000톤 이상의 열분해유를 만들어 SKPIC글로벌 울산공장 보일러 연료로 사용할 방침이다.

   
▲ 울산시청에서 송철호 울산시장(왼쪽)과 나경수 SK종합화학 사장이 친환경 도시유전 사업 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SK이노베이션


SK종합화학도 5년간 6000억원을 들여 울산 미포국가산업단지에 16만㎡ 규모의 열분해·해중합 방식 재활용 설비를 조성, 연간 18만4000톤의 폐플라스틱을 처리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미국 브라이트마크와 협력관계를 쌓고, 캐나다 루프인더스트리에 지분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또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내 4개 지역에서 해중합설비를 확충해 연간 처리능력을 40만톤으로 높이고, 재활용 규모를 2025년 90만톤·2027년 250만톤까지 끌어올린다는 목표도 수립했다. 이는 연간 국내에서 발행하는 폐페트병 총량(30만톤) 보다 많은 수치다.

플라스틱은 폐플라스틱을 기계로 분쇄·세척한 뒤 녹이는 기계적 방식과 화학반응을 통한 방식으로 재활용 가능하다. 이 중 화학적 방식으로 제조한 재생 플라스틱 제품의 품질은 일반 제품과 맞먹고, 환경문제에 기여하는 정도도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폐플라스틱 열분해 기술은 폐비닐 등을 열로 분해해 원료를 추출한 뒤 석유화학제품(납사)을 뽑아내는 기술로, 여러가지 소재가 섞여 있어도 재활용률을 높일 수 있다. 해중합 기술은 유색 페트병과 폴리에스테르 원단 등을 이루는 분자 덩어리의 중합을 해체, 플라스틱의 기초 원료물질로 되돌리는 재활용 방법이다.

   
▲ 20일 전남도청에서 (왼쪽부터) 김영록 전남도지사, 김용섭 효성티앤씨 대표, 차만식 여수광양항만공사 사장이 '해양폐기물 자원 재활용 업무협약'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효성그룹


롯데케미칼도 2024년까지 약 1000억원을 투자해 울산2공장에 11만톤 규모의 C-rPET공장을 신설하기로 했으며, 울산시도 인허가 등의 행정지원에 적극 나선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C-rPET는 폐페트를 화학적으로 재활용하는 기술로 생산하는 것으로, 재활용이 쉽지 않던 유색·저품질 제품도 원료로 사용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반복적 재활용에도 품질저하가 없다는 것도 강점이다.

롯데케미칼은 이를 위해 폐페트 플레이크를 연간 5만톤까지 처리 가능한 해중합공장을 조성하고, 해중합된 단량체(BHET)를 다시 페트로 중합하는 설비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후 해중합 및 C-rPET 공장 신증설을 통해 사업을 26만톤으로 확장하고, 2030년까지 연간 34만톤 규모의 울산 페트공장을 전량 C-rPET로 전환할 예정이다.

효성티앤씨의 경우 내년 초까지 울산 지역에 해중합설비를 갖추고 부산·전라남도에서 수거한 폐어망을 모아 연간 1800톤 상당의 리사이클 나일론 섬유 '마이판 리젠오션'을 생산하기로 했다.

효성티앤씨는 이를 위해 지자체와 업무협약(MOU)을 체결했으며, 이 설비를 통해 어망의 불순물을 제거하는 등 원료의 순도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판매는 국내외 아웃도어 브랜드를 중심으로 진행한다는 전략이다.

이와 관련해 송철호 울산광역시장은 "공장설립 과정에서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울산시는 폐플라스틱 친환경 자원순환 설비 투자처로 최적의 인프라를 갖춘 곳으로, 그린경제 전환에 더욱 많은 힘을 쏟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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