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월 국내외 시장점유율 34.8%…지난해 해외 생산량, 국내 대비 5배 수준
[미디어펜=나광호 기자]2021년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한국산 2차전지가 '내우외환'에 빠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5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8월 글로벌 전기차배터리 에너지 총량은 162.0GWh로, 전기차 판매 회복세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2.4배 가량 증가했다. 이 중 LG에너지솔루션·SK이노베이션·삼성SDI 등 K-배터리 사용량은 56.4GWh로, 같은 기간 10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폭스바겐(VW) e-골프 판매량이 급감했으나, △폭스바겐 ID.4 △포드 머스탱 마하-E △기아 니로 EV △현대 아이오닉5 △피아트 500 △아우디 E-트론 EV 등의 선전이 이같은 현상을 이끈 것으로 풀이된다. 업체별로 보면 LG에너지솔루션(39.7GWh)이 2위를 유지했으며, SK이노베이션(8.8GWh)과 삼성SDI(7.9GWh)는 각각 5·6위에 올랐다.

   
▲ 2016~2020 국내외 한국산 배터리 생산량/자료=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그러나 시장점유율은 소폭 하락했다. CATL·BYD·CALB 등 자국 시장을 등에 업은 중국 업체들의 약진이 더욱 거셌기 때문이다. 특히 8월의 경우 양국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모양새다. 한국계 배터리를 합친 것보다 CATL의 점유율이 높았고, BYD가 250%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인 것이다. 전기버스와 전기트럭을 제외한 전기승용차 시장에서도 비슷한 지형이 조성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SNE리서치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가 단기간내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며 "국내 3사의 미래가 그다지 밝아 보이지 않는 상황으로, 기반 경쟁력을 강화하고 성장 전략을 정비하면서 활로를 적극 개척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상황 가운데 국내 생산력이 더디게 증가하면서 수급 차질 및 역수입에 대한 우려도 고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3사의 해외 생산력은 196.4GWh로, 국내(40.6GWh)의 5배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생산량은 2016년 20.8GWh에서 10배 수준으로 확대됐으나, 국내의 경우 20GWh도 많아지지 않았던 것이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제너럴모터스(GM)과 손잡고 조단위 투자를 단행, 현지 생산력을 5GWh에서 75GWh로 끌어올리고 있다. 전기차용 원통형배터리 분야도 진출할 방침으로,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도 추가 투자를 검토하는 중이다.

조지아주 공장을 짓고 있는 SK이노베이션도 포드와 함께 테네시·켄터키주에 대규모 투자를 통해 미국 내 생산력을 150GWh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전략으로, 삼성SDI도 미국 공장 건설을 선언한 바 있다.

   
▲ SK이노베이션 전기차배터리 유럽2공장/사진=SK이노베이션


이 의원은 그러나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을 찾아보기 어렵고,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도 국내수급 동향 등에 대한 파악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2차전지 수입액은 2017년 7111억원에서 지난해 1조9000억원으로 167% 증가했으며, 한국무역협회도 국내 배터리 수요 확대로 인해 해외에 위치한 국내공장으로부터 수입되는 물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이 의원은 "국외생산의 확대는 국내생산과 투자 감소를 불가피하게 초래하고 장기적으로는 역수입을 야기, 수출을 감소시키고 무역수지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외국에 진출한 배터리 기업이 현지 기업과 공급망을 구축할 경우 동반진출하지 못한 소부장 기업은 생산과 투자가 동시에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전기차 보급계획에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면서 "산업부가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배터리의 부족 현상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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