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입증에 '고의성 증명' 필수…검찰, 대장동 4인방 모두 불러 조사했지만 대질조사 안해
성남시청 4차례 압수수색…시장실·비서실 및 이재명·정진상 메일기록도 압수수색에서 '제외'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성남시장이었던 당시 일어난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검 전담수사팀의 '부실 수사' 논란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앙지검은 성남도시개발공사를 압수수색한데 이어 지난 15일부터 성남시청을 총 4차례 압수수색하면서도 시장실·비서실에 대한 압수수색을 하지 않았다.

지난 19일 검찰은 3번째로 성남시청을 찾아 정보통신과 서버를 압수수색해 직원들의 메일 내역을 추가로 확보하는 과정에서도 이재명 전 시장이나 정진상 당시 정책실장의 이메일을 대상에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선후보의 배임 혐의 판단과 관련해 가장 큰 주목을 받는 지점은 '고의성 증명'이다.

범죄 성립 여부를 예측하기 어렵고 법원에서도 심급에 따라 유·무죄를 달리하는 경우가 많은 배임죄를 입증하려면 여러 난관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고의성 증명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배임죄는 모호하고 범위가 넓어 그동안 법원은 배임죄에 대해 유독 까다롭게 판단해왔다. 검찰이 배임 혐의로 기소하더라도 다른 혐의에 비해 무죄율이 높고, 실형 선고는 더 적은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 불거진 검찰의 '부실 수사' 논란이다.

   
▲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의 수행자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0월 3일 서울중앙지법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등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은 후 호송차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측근이자 프로젝트 수행인으로 꼽히는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구속된 마당이지만, 집권여당 대권주자까지 포함해 기소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관측이 검찰 안팎에 파다하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이현철 개발2처장은 지난 6일 성남시의회에 출석해 "초과이익 환수 의견을 냈지만 끝내 반영되지 않았다"는 내용을 밝혔다. 앞서 이현철 처장은 지난달 30일 검찰 소환에 응해 조사를 받았다.

20일 검찰은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를 비롯해 남욱 변호사·정영학 회계사·유동규 전 본부장까지 '대장동 4인방' 모두를 불러 조사했다. 하지만 이들에 대한 대질 조사는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청의 한 부장검사는 21일 본보 취재에 "검찰 일각에서 여러 시나리오가 언급되고 있지만, 이미 청와대와 후보간 얘기가 끝났고 중앙지검이 이에 발맞춰 움직인다는 가능성까지 제기된다"며 "도미했던 남욱 변호사가 급하게 귀국한 것도 이미 대장동 4인방 및 윗선 '그분'과 말을 다 맞춰서 수습하고자 들어왔다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관건은 검찰이 앞으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수사 방식을 어떻게 갖고 가느냐"라며 "누가 정권을 갖고 갈지 예측하기 힘들지만 어느 한쪽으로 쏠리게 될 경우 수사가 급속도로 빨라지거나 반대로 사건을 묻어버릴 수도 있다. 꼬리 자르기로 끝날지 몸통과 흑막을 제대로 칠지는 검찰 내부 동력에 달렸다"고 전망했다.

   
▲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 사건 전담팀 관계자들이 9월 29일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사업2처에 대한 압수수색을 마친 뒤 압수품들을 차량에 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또다른 현직 검사는 이날 본보 취재에 "결국 관건은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확보하느냐 유무인데, 압수수색 과정에서 꼭 필요한 증거 확보를 제외한다는 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겠다는 반증이나 마찬가지"라며 "입증하기 어려운게 배임죄인데 수사팀이 이렇게 나오면 사실상 결말을 예고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시간 끌기로 가다가 유동규 선에서 기소하고 더 파고들지 않는 '꼬리 자르기'로 갈 가능성이 높다"며 "다만 국민 여론과 대선 향배에 따라 수사팀 명암이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검찰 내부에선 여러 말들이 오가고 있다. 내부 여론이 (수사팀에) 호의적인건 아니다"라고 전했다.

의혹의 진앙지인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 산하기관이다. 대장동 개발 사업의 인허가권 또한 성남시장에게 있었다.

수사는 현재 진행 중이다. 검찰이 보고 및 인지 유무 등 배임죄를 증명할 의지를 앞으로 보일지 주목된다.

이미 국민들은 정영학 회계사가 검찰에 제출한 녹취록에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천화동인 1호는 내 것이 아닌 걸 다들 알지 않느냐. 그 절반은 '그분' 것"이라고 언급한 내용이 포함된 점을 알고 있다.

'그분'이 정확히 누구인지, 성남시가 어디까지 개입하고 설계했는지에 대하여 검찰이 규명할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