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귀 사태로 경유차 운행 차질…소방·구급차 등 공공부문도 비상
요소수 보충 번거로움 부각되며 HEV‧LPG 모델 대체 늘어날 듯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디젤차에 필요한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청와대까지 움직이고 있다. 산업계에 물류시스템을 책임지는 화물트럭과 함께 공공부문에 활용되는 이동수단이 디젤차이기 때문이다. 

화물트럭, 구급차, 소방차의 정지는 산업뿐 아니라 국민 안전까지 영향을 줄수 있기 때문에 이번 요소수 품귀현상 문제에 많은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나아가 일부에서는 이번 이슈로 친환경차로의 전환속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현대차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더 뉴 투싼은 변경된 환경규제에 적응하기위해 요소수 환원방식을 적용했다. /사진=미디어펜


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청와대는 전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회의를 개최해 국내 요소수 부족 사태를 논의했다. 글로벌 공급망 불안에 따른 요소수 공급 대란에 자동차 그것도 일부 디젤차에 활용되는 요소수 품귀현상에 청와대까지 나선 것이다. 

이번 요소수 품귀현상이 산업계 전반과 국민 안전까지 직결되는 것으로 여겨지는 이유는 화물, 택배 등 물류망은 물론이고 소방, 구급 등 국민 안전과 관련된 분야까지 영향권에 들어서기 때문이다. 

중국 정부는 최근 호주산 석탄 수입 금지로 석탄 발전 감소, 전력난 등으로 요소 생산량이 급감하자 지난달 15일 부터 요소 수출을 전면 금지했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달까지 국내 업체가 수입한 차량용 요소 중 97%가 중국산이다.

업계에서는 요소를 수입해 정제수 67.5%와 32.5%의 요소를 섞어 요소수를 만든다. 요소수는 자동차 배기가스에 포함된 미세먼지의 주범인 질소산화물(NOx)을 물과 질소로 분해시켜주는 성분으로 버스나 트럭 등 디젤차에 의무 장착하는 배출가스 저감장치(SCR)에 들어간다. 

승용차는 주행거리 1만5000에서 2만km당, 화물차는 200~300㎞당 10L의 요소수를 주입해야 한다.

요소 수입이 중단되면서 국내 요소수 품귀 현상이 발생했고, 그 결과 가격이 치솟고 있다. 대부분의 주유소에서는 이마저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주유소에서 개인 간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온라인을 통해 한통에 12만원이상에 판매된다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일반 승용 디젤차에서는 평균 1년에 1번 정도 주입하면 된다. 엔진오일 교환주기보다 길기 때문에 직접적인 문제를 크게 느끼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물류분야에 활용되는 대부분의 화물차가 디젤엔진을 활용하고 있고, 소방차와 구급차 같은 국민안전과 직결된 곳에서도 디젤 엔진 기반의 자동차가 운영되고 있고, 이들 차량은 하루에도 200km이상을 운행하는 차량들이다. 

즉 화물차의 경우 1일 1회는 요소수가 필요한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요소수 품귀현상은 현재 물류시스템 중단과 함께 국민 안전시스템까지도 멈출 수 있는 상황이다. 

지난 2018년 9월 배출 가스 규제가 강화되면서 화물차뿐 아니라 이후 출고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와 미니밴, 승용차 등 모든 경유차는 요소수를 넣어야 한다. 현재 국내에서 운향중인 중대형 화물트럭은 약 350만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이중 200만대 가량이 SCR방식이 채용돼 있는 차량이다. 

대한민국의 물류를 책임지고 있는 절방 이상의 차량들이 요소수 부족으로 멈춰 설 수 있는 상황이 됐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들은 소비자 인식을 변화시키는 것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유로6 디젤 엔진을 장착한 SUV들은 대부분 인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선택적 촉매 환원(SCR) 시스템을 갖춰 요소수 보충이 필요하다.

하지만 대형 트럭처럼 수시로 넣어줘야 하는 건 아니다. 이에 디젤 SUV 운전자들에겐 단기적인 요소수 수급난이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하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선 요소수 대란은 새롭게 신경쓸 일이 하나 더 늘어나기 때문에 디젤 차량에 대한 수요 변화에도 형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의견이다. 국내에서 생산‧판매되는 RV(레저용 차량‧SUV 포함)들은 대부분 디젤 라인업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 스타리아‧팰리세이드‧싼타페‧투싼을 비롯, 기아 카니발‧쏘렌토‧스포티지‧셀토스, 쌍용차 렉스턴‧렉스턴 스포츠‧코란도, 르노삼성 QM6 등 디젤 RV가 12종에 달한다.

같은 배기량의 가솔린엔진 대비 토크가 높고 연비가 우수한 디젤엔진의 특성상, 차체가 무거운 RV에서는 가솔린보다 디젤엔진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 롯데정밀화학의 유록스 광고모델 (왼쪽부터)안지현과 박기량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롯데정밀화학


하지만 환경이슈 등으로 디젤엔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디젤엔진의 비중은 점차 축소되는 추세다.

특히 상대적으로 중량 부담이 덜한 소형 SUV에서는 쌍용차 티볼리가 디젤모델을 단종시키고, 다른 소형 SUV들도 출시부터 디젤모델을 제외하면서 기아 셀토스만 유일하게 남아있다.

현대차‧기아의 중형 및 준중형 SUV인 싼타페‧투싼‧쏘렌토‧스포티지 등도 디젤보다는 하이브리드 모델로 옮겨가는 추세다.

현대차‧기아가 1.6 터보 가솔린 엔진 기반의 하이브리드 엔진을 내놓으면서 토크와 연비 모든 측면에서 디젤엔진을 대체 가능해짐에 따라 이들 차종 판매량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디젤을 앞서고 있다.

르노삼성의 중형 SUV QM6 역시 LPG 모델이 주력이고, 그 다음은 가솔린이며, 디젤 판매량은 미미하다. 이에 업계에서는 이번 요소수 대란으로 디젤SUV 비중이 더욱 축소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승용차로 활용되는 모델들에서는 충분히 성능이 검증 됐고 효율성 또한 인정받고 있는 만큼 새롭게 차량구매를 고려하는 소비자들에게 고려대상이던 친환경라인이 주력 모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디젤의 장점들인 고효율의 높은 출력을 새로운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대체해 가고 있고, 세단을 대신해 넓은 공간 활용성 때문에 SUV를 구매하려는 소비자들이 늘며 디젤에 대한 맹목적인 소비자들의 니즈가 줄어가고 있다"며 "여기에 최근 요소수 품귀현상까지 부각되면서 하이브리드와 가솔린, LPG등 새로운 파워트레인 모델에 대한 수요가 증가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