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꼼수논란에도 간판 바꿔 "10조원 순증" 요구…이재명 "매표라고? 국민 모독"
기재부 난색에 진통, 김부겸 "정부 대책 없어"…여론조사서 70% 반대 '민심 싸늘'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이 강행하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이재명 대선후보가 띄운 '전국민 재난지원금' 명칭을 '전국민 일상회복 방역지원금'으로 공식 변경하고 본격적인 지급 추진에 돌입해서다.

문제는 재원이다. 민주당이 기존 재난지원금을 방역지원금으로 바꾼 것은 내년도 예산안에 신규 사업이 아닌 기존 방역사업으로 우회 반영하기 위한 꼼수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5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사를 위한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일정이 시작됐다. 민주당은 이 꼼수를 통해 강행하겠다는 전략이다.

   
▲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상임선대위원장이 11월 8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송영길 위원장 우측의 이재명 대선 후보가 이를 듣고 있다. /사진=민주당 제공
지급 대상은 전국민이고 규모는 1인당 20~25만원이다. 시기는 대선 직전인 내년 1월을 목표로 하고 있고, 10~15조원으로 예상되는 초과 세수를 재원으로 삼겠다는 복안이다.

올해 더 걷힐 것으로 예상되는 세금의 징수를 미뤄서 내년도 예산안의 추가 세입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발맞춰 방역사업 예산을 관장하는 국회 상임위인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11일 열린 소위 심사에서 10조원 증액 논의를 시작했다.

이재명 후보측과 민주당은 발빠르게 진행하고 있다. 고용진 당 수석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나 '납부유예를 통한 재원 마련' 방침을 거듭 밝혔다.

이 후보 또한 10일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일각의 비판에 대해 "매표행위라고 말하는데, 돈을 주면 돈 준 쪽에 몰려 찍는다는 것은 국민모독"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이에 맞선 정부 입장은 여전히 난색을 표할 정도로 단호하다. 

주무부처 수장인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0일 "국세징수법 유예 요건에 안 맞는 것을 행정부가 자의적으로 납부 유예해 주면 법에 저촉되므로 그런 측면에서 어렵다"고 밝혔고, 이튿날인 1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는 "재정을 맡은 입장에서 그런 모든 제안들이 결코 쉽진 않다"며 난색을 표했다.

김부겸 국무총리 또한 10일 밤 KBS '더라이브'에 나와 "올해 우리가 적자를 예상하고 살림을 했는데 추가 세수가 있다고 적자는 그냥 두고 그걸 쓰자고 하면 국민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다"며 "정부에게는 현재로선 대책이 없는 이야기"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금권선거 포퓰리즘' 등 논란이 일고 있는 것에 대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정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은 11일 국회 예결위 전체회의에서 국민의당 이태규 의원이 이를 묻자 "현 단계에서 선거법 위반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며 "종합적으로 판단을 해야 하며 바로 답변할 수 없다, 다만 선거가 임박한 시기에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국가기관이 최대한 자제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헌법재판소의 판시가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여전히 강행할 입장이다.

윤호중 당 원내대표는 11일 열린 정책조정회의에서 "납세 유예는 필요에 따라 매년 있었던 일"이라고 언급했고, 박완주 정책위의장도 "국세청은 국세기본법 및 시행령에 의해 매년 납부 유예조치 및 납부기한 연장을 하고 있다. 불가능한 것도 아니고 불법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박 의장은 국민의힘이 '꼼수' 비판을 한 것에 대해 "더 걷힌 세금을 국민에게 지원하려는 것이다. 세금은 국민의 것"이라며 "국민의 것을 국민이 필요한 시기에 돌려주는 모습을 막는 거짓 선동을 멈추라"고 일갈했다.

신현영 당 원내대변인 또한 이날 정책조정회의 후 기자들을 만나 "편법 아니냐는 얘기가 일부 나오는데 그렇지 않다"고 자신했다. 신 대변인은 "올해 낼 세금이 100이라면 이걸 11월에 50, 내년에 50을 낼 수 있도록 과세를 유예해 세수를 확보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서 유권자 70% 이상이 반대 의사를 보이는 등 민심은 싸늘하다.

6~7일 SBS가 의뢰헤 넥스트리서치가 수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민주당의 전국민 재난지원금 추진에 응답자 39.1%가 '반대한다'고 답했고, 35.3%는 '선별 지급해야 한다'면서 역시 반대의 뜻을 밝혔다. 6~7일 한국경제신문이 의뢰해 입소스가 수행한 조사에서도 응답자 중 77.3%가 반대하고 나섰다.

여론만 놓고 보자면 민주당과 이 후보가 완전히 고립된 모양새이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추진 강행에 대해 자신있어 하는 분위기다.

당 관계자는 11일 본보의 취재에 "꼼수라고 평가하기에 앞서, 진짜 온 국민을 위한게 무엇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다"며 "국민의힘이 논란을 키워서 반대하더라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국회에서는 넉넉히 통과시킬 여지가 있다"고 자신했다.

그는 "민주당 대선 후보의 첫 공약 제시이기도 하다"며 "급진적이거나 막나가는 포퓰리즘이 아니라 충분히 실현 가능하고 재원 확보할 수 있는 지속가능한 포퓰리즘으로 이해해 달라"고 호소했다.

또한 "이슈 파이팅 측면에서도 재난지원금 전국민 추가 지급은 나쁘지 않은 아젠다"라며 "중요한건 실현 가능성 여부인데, 이미 이번 케이스는 정부측 손사래와 달리 충분히 여력이 있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문재인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내년도 예산안은 총지출 604조 4000억원으로 올해 예산보다 8.3% 늘었다.

전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의 당위성과 효과에 대한 공방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싸늘한 민심은 물론이고, 한정적인 재원과 재정건전성 악화가 가장 큰 걸림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