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 2003년 한강맨션 시공사 선정 후 사업 전복
'허창수 명예회장 거주' LG한강자이와 브랜드타운 조성, 시너지 효과 기대
[미디어펜=이다빈 기자]GS건설이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 재건축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다. GS건설이 한강맨션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GS건설은 앞서 2003년에도 한강맨션 재건축 시공권 따낸 바 있지만 당시에는 사업 추진이 어려웠다. GS건설이 이번 한강맨션 수주에 성공하면 LG한강자이와 함께 동부이촌동 대표 브랜드 타운 조성이 가능해진다.

   
▲ 서울 용산구 동부이촌동 한강맨션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6일 업계에 따르면 한강맨션 주택재건축정비사업 조합이 지난달 29일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 결과, GS건설이 입찰보증금 1000억원을 전액 현금 납부하며 단독 참여했다. 입찰 마감일까지 입찰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힌 삼성물산은 결국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GS건설의 수의계약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조합은 지난달 30일 2차 재입찰 공고를 냈다. 조속히 현장설명회 등 재입찰 절차를 거쳐 내년 초에 시공사 선정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한강맨션 재건축의 사업성이 내부에서 보는 기준에 미치지 못했고, 클린 수주를 위한 환경이 갖춰지지 못했다고 판단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입찰보증금 1000억원에 대한 부담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그동안 조합이 1000억원 이상의 입찰보증금을 제시한 경우는 한남3구역 재개발(1500억원), 갈현1구역 재개발(1000억원) 뿐이다. 5816가구(한남3구역)와 4116가구(갈현1구역)에 달하는 두 구역의 규모를 감안하면 신축 후 1441가구로 재건축되는 한강맨션의 입찰보증금 1000억원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GS건설은 업계 최고 수준이라고 평가 받는 고액의 입찰보증금을 현금으로 납부한 것과 더불어 이미 오래 전부터 OS요원을 통해 물밑작업을 벌이는 등 한강맨션 재건축 수주에 절실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GS건설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입찰하지 않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라며 "최고의 제안서로 입찰을 완료했고 추후에도 제안서를 수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GS건설 CI./사진=GS건설


◆2003년 힘들게 따낸 시공권…수익성 악화로 사업 전복돼

GS건설이 한강맨션 수주에 사활을 걸고 있는 이유 중 하나는 약 20년 전부터 이 사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GS건설은 지난 2003년 삼성물산과 함께 이 사업의 시공사로 선정됐지만 이때 사업 자체가 전복된 전례가 있다. 이 당시 한강맨션 재건축 조합은 재건축을 추진하려다 까다로운 입찰 조건과 분양가 문제로 몇 차례 난항을 겪었다. 

입찰 후 시공사 선정까지는 사업이 진행됐고, 시공권은 GS건설의 전신이던 LG건설과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가져갔다. 

한강맨션이 이번 입찰에서 1000억원의 높은 입찰보증금으로 업계의 주목을 받았던 것과 마찬가지로 2003년에도 조합은 업계 최고 수준인 입찰보증금 100억원(현금 7억원, 약속어음 93억원)을 제시해 화제가 됐다.

당시 LG건설, 삼성물산, 대림산업(현 DL이앤씨) 등 입찰 참여예정 건설사들이 참여를 포기해 사업이 한 차례 연기됐다. 조합은 입찰보증금 93억원 약속어음 등 조항을 삭제하고 △분양가 자율화 △입찰보증금 현금 7억원 △2개사 이내 컨소시엄 구성가능 등 3개 조항을 다시 제시해 재입찰을 받았다. 재입찰에서는 LG건설·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총회의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시공사로 선정됐다. 

과거 이 사업에 참여하며 높은 입찰보증금으로 사업 연기를 겪은 바 있는 GS건설 입장에서는 이번 1000억원의 높은 입찰보증금도 납부할 각오가 있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강맨션 재건축 사업은 2003년 추진된 서울시의 종세분화안에 따라 일반주거지역 2종으로 분류돼 수익성이 악화되며 결국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서울시는 일반주거지역의 과말화와 주요경관지역의 난개발 방지를 위해 2003년 7월부터 일반주거지역을 △제 1종(용적률 150%, 4층 이하) △제 2종(용적률 200% 이하, 7층 이하와 12층 이하) △제 3종(용적률 250% 이하, 층수제한 없음) 등으로 나눠 정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에 따른 종세분화에 나섰다. 한강맨션이 서울시의 정비계획안에 따라 용적률 200%, 12층 이하 제한을 받게 되며 조합은 개발이익 실현이 불가능해질 것으로 최종 결론 내렸다.

현재 한강맨션의 용적률은 101%에 불과해 사업성이 높다는 평을 받고 있다. GS건설은 한때 용적률 제한을 받으며 수익성 악화로 '따 놓은 당상'인 시공권을 포기하게 된 이후 수익성이 보장된 두 번째 기회를 얻은 셈이다.

   
▲ 서울 용산구 한강맨션 단지 내 사업시행계획인가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있다./사진=미디어펜


◆동부이촌동 '자이 브랜드타운' 조성?…LG한강자이도 GS건설이 재건축 

GS건설이 한강맨션 재건축 수주에 절실한 다른 이유는 한강맨션이 인근 'LG한강자이'와 함께 전통부촌 동부이촌동의 대표 단지로 꼽히기 때문이다. 

LG한강자이는 1970년 시공된 '한강외인아파트'를 당시 LG건설이던 GS건설이 1999년 수주해 재건축한 아파트다. 한강맨션, 한강외인아파트, 공무원아파트, 한강민영아파트 등은 당시 대한주택공사가 1970년대 최초 중산층을 위한 아파트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내놓은 '동부이촌동 한강아파트' 단지로 함께 묶이고 있다.

LG한강자이는 2003년 3월 입주를 시작했다. 당시 GS건설은 전통부촌 동부이촌동의 노른자 입지이자 대표 아파트로 묶이는 두 단지에 승기를 꽂아 자이 브랜드 타운을 조성하고자 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LG한강자이는 허창수 GS그룹 명예회장이 펜트하우스에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지며 GS건설의 애착이 강한 단지라는 평을 듣고 있다. GS건설은 한강 이남 '반포자이'가 지역 랜드마크가 된 것과 마찬가지로 한강 이북 동부이촌동에도 지역의 랜드마크가 될 자이 브랜드타운을 조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GS건설 관계자는 "한강맨션 자체로 동부이촌동의 랜드마크가 될 수 있도록 2차 입찰 및 추후 절차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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