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영상 검열? 필터링 기술을 '검열'로 오인…관리의무대상 '한정'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해외사업자, 규제대상서 빠져 오히려 '실효성 부족'
[미디어펜=김규태 기자] 지난 10일부터 시행된 일명 'n번방 방지법'(개정 전기통신사업법 및 정보통신망법)의 사전 검열 논란이 뜨겁다.

여당과 야당은 부딪히고 있는 실정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는 11일 경북 금오공대 학생들과의 간담회에서 이를 묻자 "표현의 자유, 언론의 자유는 좋지만 모든 자유와 권리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는 12일 페이스북을 통해 "n번방 방지법은 제2의 n번방 범죄를 막기에는 역부족인 반면, 절대다수의 선량한 시민들에게 '검열의 공포'를 안겨준다"며 "귀여운 고양이, 사랑하는 가족의 동영상도 검열의 대상이 된다면 그런 나라가 어떻게 자유의 나라겠나"고 반박했다.

본보는 'n번방 방지법'의 세부 시행 내용에 대해 '사전 검열' 여부를 짚어보았다.

   
▲ 사진은 2020년 11월 "우리 사회의 무관심으로 N개의 방이 생겼습니다. 디지털 성범죄, 계속 방관하시겠습니까?"라는 문구가 쓰여진 공익광고 모습이다. '우리의 작은 행동이 모여 디지털 성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가 만들어진다'는 취지로 서울 시내 지하철역에 게시됐다. /사진=미디어펜

논란이 일자 방송통신위원회는 13일 저녁 설명자료를 내고 "고양이 등 일반적인 영상이 불법 성범죄물로 차단됐다는 주장은 사실무근"이라며 선을 그었다.

방통위는 "영상 내용을 사전 심사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업로드 영상의 특징 정보만 기술적으로 비교한다. 검열도, 감청도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번 조치는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등 불법 촬영물의 재유통을 막기 위해 온라인상 공개된 서비스에 적용된다"며 "통신의 비밀과 자유를 보장하기 위해 사적 대화방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방통위는 고양이 등 일반적인 내용의 영상까지 차단됐다는 제보에 대해 설명자료에서 "사진상 문구('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방심위에서 불법촬영물 등으로 심의 의결한 정보에 해당하는지 검토 중입니다')는 불법 촬영물 여부를 기계적으로 필터링하는 과정에서 안내되는 문구"라며 "확인 결과 해당 영상은 차단된 바 없다"고 지적했다.

본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이번에 시행된 법은 지난해 12월 국회가 통과시킨 n번방 방지법의 일부다. 포털과 플랫폼에 불법촬영물 유통을 방지하는 기술적-관리적 조치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삼는다.

적용 대상은 하루 평균 이용자 10만 명 이상에 연평균 매출액이 10억원 이상인 부가통신사업자 중에서 커뮤니티, 대화방, 인터넷방송, 검색, 사회관계서비스(SNS)를 제공하는 국내 87개 업체다.

기존 법으로는 웹하드 사업자를 대상으로 했다. 지난해 초 n번방 사건이 국민적 공분을 산 후 디지털성범죄를 막기 위해 적용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지난달 30일 방통위가 발표한 고시에 따르면, 이용자가 올리려는 동영상이나 이미지가 정부 불법촬영물 데이터베이스(DB)에 등록된 범죄 영상에 해당하는지를 사전에 '식별'하는 구조다.

누군가 포털 또는 플랫폼을 통해 콘텐츠(동영상 혹은 이미지)를 등록하려고 하면 사전에 등록된 불법촬영물의 특징정보 데이터베이스와 비교, 식별한다.

데이터베이스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제공하는 것으로, 식별 결과를 전달받아 그 결과와 콘텐츠의 특징정보가 일치하면 게재를 제한하게 된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따르면, 사전에 등록된 특징정보는 민원신고→모니터링→사무처 검토→심의위원 안건 심의→불법 의결→영상물 DNA 추출→DNA 데이터베이스 배포 순으로 구축된다.

   
▲ 디지털성범죄는 현실공간의 물리적 접촉 없이도 피해자에게 성적 수치심을 주어 신체적·정신적으로 피해를 가하게 된다. 한번 유포되면 사이버공간에서 완전히 삭제·근절하기 어렵다. /사진=미디어펜DB


국내 주요 포털 관계자는 이에 대해 14일 본보 취재에 "일종의 필터링"이라며 "원래 인공지능 기반 필터링 시스템을 통해 문제의 콘텐츠 유통을 제한하고 있었고, 이와 동일한 구조로 구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저작권 침해 및 혐오 표현 확산을 막기 위해 사용하는 기능과 구조적으로 동일하다"며 "딥러닝을 이용해 업로딩 중인 콘텐츠 특징정보를 추출한 후 불법촬영물의 특징정보 DB와 대조해 해당되는 것을 걸러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번 제한 조치는 개인 메일이나 메모장, 비공개 카페, 블로그 등에서의 사적 대화를 대상으로 하는게 아니다"라며 "관련 유관기관이 개별적으로 관리하던 불법촬영물 정보를 합쳐서 2019년부터 하나의 DB로 관리해왔다. 이 DB는 24시간마다 업데이트되는데, 이를 기준으로 제한 조치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또한 "콘텐츠 업로딩을 터치하면 해당 파일에 대한 대조작업이 진행되는건데, 용량에 따라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있다"며 "전송속도가 낮거나 용량 파일이 크면 시간이 더 소요되기 마련이고 이러한 대조작업 진행 과정을 이해하지 못한 이용자들이 의구심을 품을 수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윤석열 후보의 문제 제기에 대해 "n번방 방지법 내용을 실제로 어떻게 기술적으로 구현하는지 이해를 못한 것으로 본다"며 "잘못 해석했다고 해야 하나, 오인했다고 해야 하나, 기존 불법으로 판명된 특징정보와 같은지 여부를 대조 비교하는 기계적 작업을 사전 검열이라고 말하기 힘들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이번 제한 조치는 온라인상 공개된 서비스에만 적용하고, 1대1 및 단체톡 등 사적 대화방에는 적용하지 않는다. 이에 따라 카카오톡의 모든 사적 대화방은 대상이 아니며, 텔레그램 역시 사적 대화방이라 적용 대상이 아니다.

다만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하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과 인터넷커뮤니티 게시판은 적용 대상이다.

오히려 IT 전문가들 일각에서는 이번 제한 조치에 대해 일부 불충분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텔레그램·디스코드 등 해외사업자가 규제 대상에서 빠져 오히려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기존 구축한 데이터베이스에 기반한 필터링 기술은 상용화한지 몇 개월 되지 않아 기술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는 제안도 나온다.

제 2의 n번방, 디지털성범죄를 조기에 막기 위해선 국내 실정을 돌이켜봐야 하는데 만만치 않다. 본보 취재에 따르면 경찰은 디지털성범죄의 온상인 다크웹 접속을 1만여 건으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18년 5월 충남 지역에서 다크웹을 통해 아동음란물 22만 건을 유통해 이용자 120만 명으로부터 4억 원을 벌어들인 업자가 입건된 점을 고려하면, 그 규모를 쉽사리 추산하기 어렵다.

결국 어떤 방법이든 실효적으로 운영되려면, 현실에 입각해야 한다. 지난 10일부터 시행한 n번방 방지법 논란이 속히 마무리되어야 하는 시점이다.